발전기금 이어 혁신센터 사업도 ‘파열음’
광주·전남혁신도시 “앞으로가 더 걱정”

▲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가 점점 ‘나주 혁신도시’가 되가고 있다.”

최근 각종 현안을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 양상이 표출되고 있는 광주·전남 공동 빛가람혁신도시를 놓고 ‘무늬만 공동혁신도시’라는 지적에서 더 나아가 ‘나주 혁신도시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생 취지를 살리기 보단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과 신경전만 난무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

전문가들은 소통과 협력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광주시, 전남도, 나주시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성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나주시와 나주시의회는 최근 ‘빛가람 복합혁신센터(가칭)’ 건립 사업과 관련해 정부에 국비 분리 교부를 요청한 광주시를 비판하는 성명을 연달아 발표했다.

190억 원에 달하는 국비지원금을 광주시와 전남도에 나눠서 달라는 광주시의 요구를 “사업 발목잡기”로 비판한 것.

강인규 나주시장이 지난 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기도 모자라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행위”라고 하더니 더불어민주당 소속 나주시의원들 12명은 “사상 초유의 발목잡기 행정”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내용만 놓고 보면 광주시가 ‘생트집’을 잡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혁신센터 건립이 추진돼 온 과정을 보면 이 문제를 단순히 국비를 둘러싼 신경전만으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당초 복합혁신센터 사업 규모는 282억 원 정도였는데, 지난해 전남도가 센터 내에 수영장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사업비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게 지난해 5월쯤인데, 광주시도 당초엔 이에 찬성했다.

전남도가 제시한 사업비 계획에서 국비 비중이 70~80%를 차지하고 지방비 비율이 낮아 큰 부담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비 확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국토부)가 100억 원 밖엔 지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각 혁신도시마다 복합혁신센터 건립에 일률적으로 100억 원씩 지원한다는 국토부 방침이 있었던 것.

이럴 경우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사업비 증액으로 지방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광주시는 사업계획 재조정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낸 지방세를 활용해 공동발전기금을 만들어 센터 건립에 활용하자는 입장을 전남도에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복합혁신센터 사업에 대한 광주시와 전남도간 협의는 경색됐고, 자연스럽게 사업 추진 논의가 전남도와 나주시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 안팎에선 이를 두고 ‘광주 패싱’이란 말까지 나온다.
지난 3월 정례조회에서 당부사항을 전하고 있는 이용섭 광주시장. 이 시장은 이때 광주·전남 빛가람공동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조성을 놓고 지자체간 갈등 양상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김영록 전남지사, 강인규 나주시장과 직접 풀겠다”고 밝혔었다.<광주시 제공>

그러다 지난 3월 이용섭 광주시장과 강인규 시장이 현안 해결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합의하고, 광주시 기획조정실장, 나주시 부시장간 실무기구가 작동하면서 대화 분위기가 회복되는 듯 했다.

앞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힘을 모아 당초 100억 원 규모이던 복합혁신센터 국비지원금을 190억 원까지 늘린 것을 계기로 광주시는 지난 4월 공동발전기금 문제와 별개로 복합혁신센터 건립에 협력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그런데 정작 혁신센터 사업의 실질적인 추진 과정에서 광주시가 끼어들 틈이 마땅치 않았다. 사업시행자가 나주시로 결정되는 등 전남도와 나주시가 이미 사업진행방식을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총 490억 원의 사업비 중 국비를 뺀 300억 원의 지방비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50억 원씩을 부담하고 나주시가 나머지 2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지자체인 광주시보다 기초지자체인 나주시가 부담하는 지방비 부담이 큰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 계획 자체만 놓고 보면 ‘나주시 사업’에 광주시와 전남도가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복합혁신센터는 센터 건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운영할 ‘발전재단’ 설립과 센터 운영 방식 등까지 고민이 필요한 실정인데, 현재 광주시가 할 수 있는 건 지방비 50억 원을 지원하는 것 뿐이다.

이에 광주시는 “‘양 시·도가 사업시행자와 시행방법을 함께 논의해 결정하라’는 국토부 지침에도 불구, 전남도와 나주시가 복합혁신센터 건립 절차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최근 국토부에 국비 분리 교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나주시의원 12명이 지난 7일 의회 앞에서 복합혁신센터 건립 국비지원금에 대한 광주시의 분리 교부 요청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나주시의회 제공>

그러자 나주시와 나주시의회가 공개적으로 광주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인데, 정작 광주시는 이에 반박하거나 해명 입장을 낼 경우 갈등 양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양측이 합의한 실무협의체는 최근에는 가동이 안 되는 등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고, 공동발전기금 문제 역시 광주시의 중재안과 나주시의 거부 및 역제안, 이에 대한 광주시의 거부 등 ‘핑퐁게임’만 반복되면서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나주SRF열병합발전소 문제와 광주SRF 가동 중단, 버스노선 중재 등의 현안도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더 큰 갈등과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한전공대 설립을 비롯해 혁신도시 시즌2 등 혁신도시와 관련해 추진될 현안사업, 개발요인들이 많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광주시는 ‘배제’되고 전남도와 나주시 둘이서 가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공동혁신도시’라는 판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전경. 나주SRF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광주SRF 시설이 중단된 가운데, 나주SRF발전소에 대한 광주SRF 연료 공급 문제도 광주시와 나주시간 갈등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이런 상황에서 혁신도시 관련 지자체와 유관 기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학교수, 연구원, 이전공공기관 임직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인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은 광주시와 전남도에 민관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적극적인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전남도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도시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이민원 광주대 교수는 “지금 혁신도시의 문제는 당사자들에게만 맡겨선 풀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중재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거버넌스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혁신센터나 발전재단, 공동발전기금 등이 다 얽혀 있어 이를 같이 풀어야 적절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며 “조속히 거버넌스를 통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