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다리 사고 20여일 “무책임 행정”
건설과-녹지과 ‘떠넘기기’ …구청 관망만
동구 “수사중…경찰이 결정하지 않겠나”

▲ 지난 7월31일 추락 사고가 발생한 무등산 증심사천 산책로의 한 목재다리. 사고 이후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경찰이 밝히지 않겠나.”

 지난 7월31일 무등산 증심사천의 한 산책로 목재다리 난간이 무너져 추락한 사람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동구청 내에선 아직도 관리책임 부서가 어딘지 명확히 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구청 자체 징계 등을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사실상 관리부서 정리마저 경찰 수사에 맡기는 듯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직원들 안위 걱정하느라,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22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사고가 난 목재다리의 관리 책임을 놓고 아직까지 건설과와 공원녹지과간 업무 분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해당 목재다리는 2010년 ‘증심사천 개수공사’를 통해 동구 운림동 일대에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설치됐다. 광주시종합건설본부가 사업을 완료하고 2010년 5월 동구 건설과(당시 건설행정계)로 관리업무를 이관했다.
 
▲법적 책임·징계 예고…직원 걱정 앞서

 이 산책로는 무등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지 않고, 증심사천이 지방하천이다보니 지방하천 시설물을 관리하는 건설과가 관리를 맡게 된 것이다.

 그런데 2012년 전통문화관부터 동적골 입구까지 산책로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 관리업무가 사각에 놓이게 됐다.

 산책로는 관리주체가 공원녹지과로 돼 있어 건설과는 ‘산책로니까 공원녹지과에서’, 공원녹지과는 ‘교량은 지방하천 시설이니까 건설과에서’라는 논리로 사실상 관리 책임을 서로 미룬 것이다.

 동구는 “건설과가 관리업무를 이관 받았지만 중간에 ‘산책로 관리’ 문제가 끼어들면서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닌 걸로 ‘떠버렸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서간 미루기 속, 동구청이 정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는 교량 난간 일부가 무너지면서 A씨가 추락해 벌어졌다. 난간이 부식된 점으로 미뤄 평상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데, 이같은 부서간 관리권 떠넘기기가 부실 관리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경찰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두 부서가 관리업무를 떠넘기면서 발생한 관리부실이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서 이기주의가 사고 원인과 무관치 않아보이는 상황에서, 이후 수습과정까지 이같은 논란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동구청의 행정력 부재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공원녹지과와 건설과 모두 동구 도시관리국에 속해 있다. 도시관리국 도시개발과에서 유족과의 소통 등 사고 수습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교량을 누가 관리했어야 했는지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동구는 ‘이제는 책임 소재가 정리됐냐’는 질문에 “어느 과 업무라고 보기가 애매한 상황이다”며 “업무분장이 모호해 딱 어디라고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7월31일 교량 추락 사고가 발생한 무등산 증심사천 산책로. 사고 이후 20일이 넘게 지났지만 동구 도시관리국 공원녹지과와 건설과는 아직도 관리책임을 놓고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이러니 평상시 관리 제대로 됐겠나”

 ‘그럼 관리책임은 어디냐’고 물어보면 답을 피했다. 도시관리국 관계자는 “어느 정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상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한지 20여 일이 넘었는데도 ‘관리부서’ 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셈.

 관리부서로 공인되는 순간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동구 자체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다. 동구 관계자들도 공공연히 ‘징계 문제’를 난제로 거론하고 있다.

 ‘언제까지 관리부서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내버려둘 것인가?’ 묻자, 동구청 관계자는 “경찰이 (관련 부서가)조사를 다 하면 밝히지 않겠냐”는 답변을 내놨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임택 동구청장은 “시설물 안전점검과 유지보수 관련 매뉴얼 정비를 통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일선 부서의 관심은 ‘책임 회피’에 집중돼 있는 상황. 소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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