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김이 ‘비건 요리일상만화 냠짭꺽’ 펴내
“비건 공유하고픈 ‘간단하고 쉬운’ 레시피”
크라우드 펀딩 인쇄비용 모금 14일까지

▲ 만화책 ‘비건의 요리일상만화, 냠짭꺽’ 표지와 내부.
“비건은 정말 풀만 먹을까? 생일날 케이크도 먹을 수 없고, 달달한 바나나우유도 먹지 못할 텐데…. 맛있는 음식들을 먹지 못하면 힘들지 않을까?”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들에게 걱정스런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먹거리 대부분은 비건들의 식탁을 비켜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건의 삶이 반드시 괴로울 이유는 없다.

스스로 선택한 먹을거리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고, 자신뿐 아니라 지구와 환경을 위한 밥상을 누릴 특권이 비건에게 있어서다.

비건으로 살고 있는 민김이(본명 김민결)는 주변 사람들과 그 ‘특권’, 자신의 레시피를 공유하고 싶었다.

“제가 왜 고기를 안 먹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고기 안 먹는 민김이’로는 불리면서도요. 그러다 비거니즘을 주제로 만화를 만들어 보여준다면 좀 더 저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거니즘이나 비건에 대해 좀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민김이는 학교에서 공장식 축산업에 대해 배우고 난 후 시작한 ‘비육식’을 4년 했고, 작년 6월부터는 완전한 채식을 택했다.

‘비건의 요리일상만화, 냠짭꺽’ 책 출판 비용을 모금 중인 텀블벅 사이트.

그 과정에서 익히게 된 간단하지만 다양하고도 맛있는 채식 요리법, 만화책 의 큰 주제가 됐다. 민김이는 만화책 출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혼자사는 귀차니즘 비건의 요리일상만화’를 부제로 한 만화책 ‘냠짭꺽’이다.

“가볍게 읽으면서도 끼니에 한 번 정도는 비건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만화책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저도 유튜브를 통해 비건 유튜버들을 보면서 ‘나도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지구와 환경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먹거리를 누리는 유튜버들이 굉장히 행복하게 보였어요.”

민김이가 지난 8개월 간 만화책 작업을 통해 담아낸 레시피는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떡볶이 레시피 3종, 오트밀 먹는법 3종 등 하나의 요리에도 다양한 변주를 가미했다.

“최대한 다양한 레시피를 담아서 ‘비건 식’에 대한 일종의 틀을 깨고 싶었어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아직도 비건은 풀만 먹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서요. 저는 주변에 함께 노는 어린이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책이기를 바랍니다. 비건 혹은 비건이 아니더라도 ‘고통 없는 식탁’을 꾸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요.”

‘비건의 요리일상만화, 냠짭꺽’ 책 일부 갈무리.

민김이의 만화책엔 16개의 레시피가 만화와 함께 친절한 설명으로 담겼고, 이밖에도 비건 생일상, 소풍날처럼 특별한 날을 기획 구성했다. 생일상 꼭지에선 우유와 달걀이 들어간 생일케이크 대신 당근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레시피 선정에는 제 이야기가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생일에 케이크를 못 먹으니 만들어먹자, 카페에서 바나나우유를 파니까 두유로 대체한 바나나두유를 만들어먹자, 이렇게요. 온전히 저만의 레시피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특이하게 만들어 먹는 요리법들도 넣어서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구성했어요.”

민김이는 비건이 아닌 이들의 마음도 헤아릴 필요를 느꼈다.

“구스다운을 입고, 좋은 화장품을 바르고, 맛있는 고기밥상을 먹는 누군가의 평화로운 일상도 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건 윤리적으로 옳지 않아’, ‘지금 그 행동은 폭력적이야’라고 말한다면 일상에 태클을 거는 듯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잖아요? 내가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비건이 소수인 세상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며 경험한 고민을 공유하고자 했다. 이는 책 속의 책 코너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단편 만화로 표현됐다.

첫 만화책 ‘비건의 요리일상만화, 냠짭꺽’를 펴낸 민김이.

“제가 비건으로서 행복하고, 좋고, 괴롭지만(?)서도 그 자체로 좋았어요. 그런데 문 밖을 나가면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세상이 굴러가는 게 너무 불편하고 때로는 화도 났어요. 다른 사람들은 비건인 제게 ‘너의 우물 안에 갇힐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결국 내가 쌓아놓은 내 우물로 들어가서 살아도 괜찮은 세상을 동화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만화 작업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바깥을 줄여가는 게 아니라 내 안을 넓혀가는 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제가 작가가 아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아니고, 요리연구가나 요리사는 더더욱 아니지만 한 컷 한 컷 많은 공을 들였어요. 이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생각하고, 이럴 때는 어떤 글씨체가 가독성이 좋은지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이 필요했거든요. 평소에 웹툰을 즐겨보는데, 새삼 웹툰 작가님들이 존경스러워졌습니다.”

민김이는 “비건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자신이 “비폭력적이고, 평등한 관계와 또 그런 사회를 원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동물실험, 동물들을 굶기고 때리는 행위, 강제 약물투여와 고문행위. 밀집사육과 밀집포획, 그리고 여성동물들에게 행해지는 강제 임신과 출산 등….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잔혹함을 잊지 않고 싶을 뿐이다.

“단순히 ‘동물(고기) 소비를 완전히 끊읍시다’가 아니라 내가 먹는 것이 무엇과 연결돼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비거니즘에 동의한다면, 작은 실천부터 저와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민김이는 현재 만화책 ‘냠짭꺽’의 인쇄 최소 수량인 200부 출판 금액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http://me2.do/xhOKpUq3)’에서 후원금을 모금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9월14일까지 진행된다.

민김이는 광주지역 대안학교 래미학교를 2017년 졸업했다. 올해 광산구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고, 최근엔 전국청소년비거니즘네트워크 ‘비행청소년’에도 가입했다. 녹색당원으로서 전국청소년대의원이기도 하다. 최근엔 송정마을카페 ‘이공’에서 ‘민김이의 만화책’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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