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인문학연구원 북콘서트
제목 ‘다양한’ 아닌 ‘이상한’ 된 까닭은
“정상이란 기준에 도전”

▲ 지난 6일 전남대학교 용봉문화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어쩌면 이상한 몸’ 북 콘서트. 장애여성 공감 나영정 정책연구원(중앙)과 배복주 대표(오른쪽)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서 책에 담긴 장애여성들의 투쟁과 삶의 의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몸 자체가 ‘나의 생각’이 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의 방향과는 다르게 저를 리더에서 제외·삭제시키는 시선들이 많이 있어요. 아무리 내용적인 부분을 앞서도 결국 몸으로 평가받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외부 리더’로 활동하면서 상당히 많이 겪고 있습니다.”

 장애여성 공감의 배복주 대표가 말하는 ‘장애여성 리더’로서의 갈등, 긴장감이다.

 지난 6일 전남대학교 용봉문화관 시청각실에서 장애여성 공감 창립 20주년을 맞아 출간한 책 ‘어쩌면 이상한 몸’ 북 콘서트가 열렸다.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은 주인공이기도 한 배 대표는 이야기 손님으로 나서 장애여성이자 장애여성 운동가로서 살면서 하는 고민과 생각들을 풀어놨다.

 ‘어쩌면 이상한 몸’은 통증, 나이 듦, 섹스, 몸, 양육, 활동보조, 연기, 노동 탈시설의 키워드를 통해 장애와 젠터가 교차하는 장애여성의 삶의 맥락을 읽어낸 이야기를 담았다.
 
▲몸으로 평가받고 역할은 한계 봉착

 배 대표는 ‘부푼 가슴으로 비틀거리기’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몸을 탐구한 이야기를 책에 기록했다.

 “제 몸을 탐구하면서 이게 되게 성적대상화 되거나 아예 무성적인 존재로 취급받는 양극단을 고민했죠. 제가 성적대상화 된다고 느낄 때는 제 가슴 때문이었어요. 가슴이 커서. 가슴 큰 여자에게 주는 사회적 이미지가 있잖아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장애여성 운동가로 뛰어든 그는 이른바 ‘탈코르셋 운동’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전에도 비슷한 게 있었는데 그땐 브래지어 안하기 운동이었어요. 브래지어가 여성의 몸을 가두고 정숙한 여성, 관계를 위해 예의를 갖추는 여성으로 만드는 상징물처럼 보는 비판적 시각에서 브래지어를 거부할 순 있는데, 브래지어가 저에겐 의료기구였거든요. 안 하면 어깨가 아프고 허리 아프고 살 수 없는. 보장기구처럼.”

 같은 여성이지만 장애로 인해 겪을 수밖에 없는 경험과 고민이다.

 그에게 해방감을 준 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서 ‘큰 가슴’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일이었다. “장애 이야기보다 가슴 큰 이야기를 더 신나게 했어요. 사회적 시선이나 절제수술 고민을 저만 하는 게 아니라는 동질감 같은 것에서 해방감을 얻게 되더라구요.”
지난 6일 전남대학교 용봉문화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어쩌면 이상한 몸’ 북 콘서트. 장애여성 공감 나영정 정책연구원(중앙)과 배복주 대표(오른쪽)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서 책에 담긴 장애여성들의 투쟁과 삶의 의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장애여성 리더가 주는 갈등, 긴장감도 털어놨다. 리더로서의 역량, 운동에 대한 지향점이 아닌 ‘몸’으로 평가 받고, 역할을 한계 짓는 시선 때문이다.

 배 대표는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이하 전성협) 상임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안희정 공대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 대표성만으로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저의 주장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죠. 그런데 제 몸이 ‘거기’에 등장했을 때 리더로 적합한가에 대한 꾸준한 시선이 있어요.”

 다리가 불편한 그는 어떤 자리에 나설 때 휠체어를 탈지, 아니면 그냥 걸어나가 서있을지 심각하게 위축될 때가 많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그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할까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도가 낙인한 이름 ‘불구’서 다시…

 ‘어쩌면 이상한 몸’에는 정당에서 비례대표로 활동한 장애여성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배 대표와 함께 이야기손님으로 참여한 장애여성 공감 나영정 정책연구원은 “(장애여성들은)당연히 공동대표 역할을 하는 것인데도 장애여성 대표라고 해서 별로 기대받지 않거나 발언기회, 발언권이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들을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여성 공감은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라는 제목의 20주년 선언문을 내걸었다.

 나 연구원은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키고 모두가 세상이 좋아질 거라고 할 때 공감은 진짜 ‘불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와 관계, 여성으로 인정받기도 어렵고 장애인 운동에서도 ‘장애인 운동이 맞냐’는 질문을 받는 장애여성 운동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 밑바탕이 됐다. 나 연구원은 “누구를 향해 어떤 투쟁을 하는가가 앞으로 운동의 방법과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전남대학교 용봉문화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어쩌면 이상한 몸’ 북 콘서트. 장애여성 공감 나영정 정책연구원(중앙)이 장애여성 공감 20주년 선언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정해진 룰 안에서 ‘라벨’에 따라 해야 되는 이야기, 기대받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을 넘어서는 게 저희가 ‘불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일부에선 선언문에 ‘불구’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나 연구원은 “장애인은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하지만 제도의 이름이기도, 정치의 언어이기도 하다”며 “제도가 낙인으로 부여한 그 언어를 가지고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장애여성 선언, 장애인의 선언이 아니라 ‘불구의 정치’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어쩌면 이상한 몸’이라는 책 제목에 담긴 의미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날 북콘서트에선 “다양한 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왜 책 제목을 ‘이상한 몸’으로 했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나영정 연구원은 이렇게 답했다. “다양성이라고 하면 ‘기준’을 바꾸진 않는 거 같아요. ‘정상성’이라는 보편적 기준이 있고, 그것을 보충하거나 돋보이는 방식으로 ‘차이’를 배치하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심정이 있었던 겁니다. 그 ‘기준’에서 적극 이탈하는 방식으로 ‘이상한’이란 키워드를 붙잡은 거 같아요.”

 제목 자체가 장애여성의 몸을 ‘이상한 것’으로 만드는 사회와 불화하고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
지난 6일 전남대학교 용봉문화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어쩌면 이상한 몸’ 북 콘서트.
 
▲‘정상성’이란 보편적 기준 탈피

 배복주 대표는 “보충해서 말하면 ‘이상한’은 정상이란 기준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의 몸은 매력있고, 개성있다는 말에는 ‘기준’이 명확하게 있어요. 거기서 다르게 전시되는 몸이 ‘다양성’으로 퉁쳐지는 것인데, 저희는 본질적으로 이 기준이나 범주 자체를 흐트려 놔야지만 이 사회의 ‘정상성’이라는 차별을 낳는 기준을 적극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장애인과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이야기 손님들과 다양한 질문들을 주고 받았다. 본격적인 토크에 전에는 장애여성 공감의 극단 ‘춤추는 허리’와 20주년 공연에서 협업한 노래하는 페미스트 수수가 오프닝 공연을 진행했다.

 한편, 북콘서트는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 가족커뮤니티사업단이 기획했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이 주관, 전남대 여성연구소와 광주여성장애인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정미라 원장이 지난 6일 ‘어쩌면 이상한 몸’ 북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정미라 원장(철학박사)은 “지역인문학센터를 통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인문학에 관한 여러 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중 하나로 북콘서트를 해보자고 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장애여성 공감을 초청해 첫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북콘서트를 열 계획이다”며 “10월에는 인문주간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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