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서 특강, 취임 후 첫 사례
조국 장관 묻자 “법원은 법원 역할, 영향 없을 것”

망월 민족민주열사 묘역 참배도 “광주는 자유와 민주”

▲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찾아 ‘법원과 법률가는 어떤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찾아 사법부 개혁을 위해 “제도적 개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정의로운 결론을 내는 재판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고 밝혔다.

온갖 의혹으로 가족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이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법원은 법원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호관 강의실에서 ‘법원과 법률가는 어떤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이날 특강은 전남대학교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다. 김 대법원장이 외부특강을 가진 것도 처음이고, 직접 법률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만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법학과 개설 이후 포함) 입장에서도 대법원장이 방문해 강연을 가진 것은 첫 사례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PPT 자료를 활용한 강연을 통해 법과 법원 이야기, 이 시대의 법률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제시했다.

그는 “권리제한적 법에서 뺏거나 주는 권리부여적 법으로 민·형사법이 바뀌어가고 있고, 그에 따라 소송도 변화하고 있다”며 “세계화에 따른 국제 분쟁, 조약, 국제기구, 국제인권법 등 국제이야기도 하고 분야가 훨씬 많아졌다. 국내법에 매몰돼 국내 이야기만 하는 때는 지났다”고 현 시대의 흐름을 설명했다.

법원을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선과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는 김 대법원장은 “지금 우리 법원은 분쟁의 소극적 해결이라는 판결 중심에서 사회후견, 사회공학적 치유의 법원으로 가기 위해 시스템도 바꿔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고 진단했다.

법원의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장 중심으로 한 수직제 관료제가 외부 간섭 없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며 “26일 출범할 사법행정자문회의, 전국법관 대표회의, 법원장 추천제, 각급 법원의 사무분담위원회 등 수평적 의사결정을 위한 제도로 주먹구구식 사법행정은 이제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특히 “관료제의 가장 큰 것이 승진인데 고등법원 부장판사제도 폐지를 제일 먼저 약속했고 관련 법안이 올라가있지만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고 있다”면서 “법원장 역시 대법원장이 지명하지 않고 각급 법원의 추천 따라 지명하는 것으로 바꿀 생각이다”고 말했다.
16일 전남대학교를 찾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문대 1호관에 마련된 김남주 홀을 관람하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 법관들의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고, 양성평등지원관, 고충처리위원회 운영, 법원 어린이집 확충과 유연근무제, 임신·출산 휴가시 사건 배당 감축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도 설명했다.

판결서 공개와 홈페이지 자료 공개 등 국민들에게 개방되고 투명한 법원을 요구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뭐든지 (범위를)확대해 공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생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때 ‘피의자 관계가 있는자가 장관이 된 것’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각종 의혹으로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문제를 질문한 것인데, 김 대법원장은 “조국 장관과 관련해 법원이 영향을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며 “그 논란에 휩싸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장관으로 인한)법원, 사법부 독립에 대한 제약 그런 부분은 저의 입장에선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다”고 밝혔다.

일제 강제동원 소송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정권간 이른바 ‘사법거래’로 사법부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김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부 개혁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큰 상황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선 “관료제 타파를 위해 승진제도 폐지, 법원장 추천제, 견제를 위한 법관 대표회의 등 여러가지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며 “결국 법원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치유하고 회복하고 우리가 다시 출발하는 것은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1년, 2년, 30년이든 흔들리지 않고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정의로운 결론을 내는 재판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고 최선의 방법이다”며 “여기 계신 분들도 같은 배를 탄 사람으로서 남의 일이라 생각말고 함께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16일 특강을 위해 전남대학교를 찾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특강에 앞서 법학전문대학원 앞에서 기념식수를 진행한 뒤 전남대학교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특강에 앞서 전남대 인문대 1호관에 마련된 김남주 홀을 관람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앞에서 정병석 전남대학교 총장 등과 기념식수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을 찾아 이한열·백남기·최현열·문승필·박승희 열사,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 추모정원 등을 참배했다.

“광주하면 자유와 민주가 생각난다”고 강조한 김 대법원장은 국립5·18민주묘지가 아닌 망월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는 포장된 큰 그림이 아닌 밑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법부 민주화 역시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아래에서부터 올라와야 한다는 뜻이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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