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단체들 “특정단체 위로행사
시민들 호주머니 털어”
“바르게살기 전신 전두환 ‘사회정화위원회’
5·18 모독” 지적

▲ 광주 광산구 송정고가도로 아래 설치된 ‘바르게 살자’ 비와 바르게살기협의회 깃발들.<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시가 바르게살기 운동협의회의 자체 행사에 무려 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혈세 낭비 특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나 바르게살기 운동협의회의 전신이 전두환 정권 ‘사회정화위원회’라는 점에서 광주시의 예산 지원을 두고 “시민 명예를 짓밟는 것”이란 비판도 더해지고 있다.

참여자치21, 시민플랫폼 나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민족문제연구소,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광주지역 3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광주시가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혈세 3억 원을 지원했다”며 “특정단체 위로성 축하행사를 위해 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야 하냐”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광주시에 따르면,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와 광주시협의회는 26일 낮 12시부터 광주여자대학교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국민과 함께한 30년, 평화와 공존의 미래로’를 주제로 2019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를 개최한다.

전국회원대회는 올해가 26회째로 광주에선 처음으로 열린다. 바르게살기운동 전국 지도자 등 1만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중앙부처는 물론 광주시장과 광주시의원, 지역 국회의원 등도 참석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광주시가 이 행사를 위해 전액 시비로 3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는 광주시의회도 지난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동의해 올해 예산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 총 사업비는 3억5000만 원으로 바르게살기운동 협의회 측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14%인 5000만 원이 전부다.

시가 지원하는 보조금 3억 원은 공연·퍼포먼스 등 기획사에 1억7000만 원, 30주년 기념 영상 제작에 1000만 원,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기념품 제작에 9000만 원(1만 원×9000명) 등으로 나눠 쓰일 예정이다. 바르게살기운동 협의회 측의 자부담 5000만 원은 시도 회장단 회의와 진행비 등으로 쓰인다.

전국회원대회는 ‘바르게 포상 수여’ 등 바르게살기운동 협의회 회원들의 노고를 자축하고 기념하는 말 그대로 ‘위로행사’다.

광주시민단체들은 “특정단체 위로 행사에 3억 원을 쓸만큼 광주시 재정이 그렇게 여유로운가”라면서 “광주시민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위로행사를 지원할만큼 바르게살기의 사회적 역할이 그렇게 중대하냐”고 따졌다.

이어 “이번 전국회원대회 지원금 3억 원을 제외하고도 광주시를 비롯해 5개 자치구가 올해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단체 운영비 1억6000만 원을 비롯해 약 3억 원에 이른다”며 “여기다 광주시민들이 바르게살기 전국회원 행사의 축하 공연비와 참가자들 기념품 값까지 대야하다니 실로 말문이 막힌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시민단체들은 ‘바르게살기’의 뿌리가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있다는 점에서 더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1989년 창립돼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바르게살기’라는 이름과는 달리, 전두환을 떼놓고는 설명이 어려운 단체다”며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의 전신이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초헌법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통해 출범시킨 ‘사회정화위원회’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두환 정권의 전위기구로 출발한 구시대 유물이 지금까지 연명하고 있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광주시가 특정 단체 행사에 3억 원이나 되는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혈세를 지원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광주시는 이번 예산 지원과 관련해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에 의한 지원 근거를 들었지만 이 육성법 자체가 독재 권력과 부침해 얻은 특혜다”며 “또한 육성법은 필요시 지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일 뿐, 손 내미는 대로 무조건 지원하라는 강행규정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원을 하더라도 사업의 공익성과 필요성, 자치단체의 재정 형편 등을 감안해 지원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지, 국가기관도 아니고 공익성과도 무관한 ‘바르게살기’ 위로 행사에 시비 3억 원을 들여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라면서 예산 지원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한 마디로 이번 일은 광주시민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이자, 5·18 정신을 모독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면서 “광주시는 당장 바르게살기운동광주시협의회에 보조금 집행을 중단할 것을 명령하고, 남은 잔여금은 즉각 회수하라”고 촉구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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