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놈이 있으니 받는 놈이 있고
받는 놈이 있으니 주는 놈도 있다고!

청렴(淸廉)하면 우리는 흔히 부패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의미의 청렴만을 생각하는데, 사전적 의미의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 를 말한다. 그렇기에 공직자에게는 제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청렴인 것이다.

‘2019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과 관련 휴대폰 안내메시지를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를 측정해 오고 있는데 매년 비슷한 시기에 이런 메시지를 받아온 것 같다.

청렴도 측정에 대한 답변에 앞서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청렴과 관련한 기사를 떠올리게 된다.

“뇌물을 달라는 공무원을 보면 총으로 쏴라. 면책을 주겠다. 다만 죽으면 살인죄가 되니 발을 맞추라” 라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소개한 연설을 요약해 놓은 기사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봉사한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을 총으로 쏘는 것은 부패 억제책”이라면서 “적어도 어리석은 도둑(부패 공무원)은 총으로 쏴야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총이 있으면 뇌물을 달라는 공무원을 쏴도 되지만 죽이지는 말라. 발만 맞추면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될 것이다. 죽지 않는 한 (부패 공무원을 쏜 사람은) 기소되지 않고 보호관찰을 받게 되고 교도소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것을 자신이 보장한다는 부연설명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래, 그 나라는 공무원 부패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대통령이 부패한 공무원을 총으로 쏴도 된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했을까? 사실, 공무원 부패와 범죄로 치자면 필리핀보다는 몇 십배 몇 백배 더 깨끗하겠지만 우리도 만만치는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매년 이렇게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 측정을 실시하고, 또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닐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뇌물(賂物)이란 주는 자(贈賂)가 있으니 받는 자(受賂)가 있고, 받는 자가 있으니 주는 자가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 때문에 뇌물죄에 있어서 주는 자와 받는 자는 필요적(必要的) 공범인 것이다.

형사정책을 연구해 놓은 논문들을 보면 공무원이 뇌물을 받는 행위가 범죄사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행상 또는 축재(?)를 위해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또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사람 역시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반사이익(反射利益) 때문에 불법을 자행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 공무원범죄가 좀처럼 감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의 뇌물수수는 특정업무 분야와 특정직급의 공직자에 의해 일어나고 있으며, 고위공직자일수록 수뢰의 규모가 크고 하위직일지라도 평균적인 비리규모가 결코 생계유지 차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대외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범죄 척결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내 놓고 독려를 하지만 좀처럼 공무원 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채찍보다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각종 행정규제 완화와 함께 지속적인 감시와 감찰활동에 주력하는 등 공직기강 확립과 공무원의 공정한 인사와 처우를 보장해 주는 등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만이 공무원 범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개개인의 의지다. 주겠다는 사람도 없지만 준다고 해도 받지 않으면 된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주겠느냐 말이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조직은 청렴도 측정에서 불명예스럽게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군 산하 공직자가 청렴하지 못해서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는 대민업무의 청렴도를 조사하는 외부청렴도와 조직문화 및 부패의식을 조사하는 내부청렴도로 분류해 평가를 하는데, 외부청렴도 평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법과 규정에 따라 민원을 처리하다보면 전체 민원인이 다 만족해 할 수 없는 것이 행정이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요구대로 처리결과가 만족한 사람은 드러내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할 것이고 그런 감정이 쌓이다 보니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지난 일은 접고 우리 다 같이 인생을 좀 더 길게 내다보자. 그리고 불명예의 늪에서 벗어나보자.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시라는 부탁을 감히 드려 본다.
이재광 시민기자 jglee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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