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하늘바위 릿지등반기<1>

▲ 하늘바위를 오르는 클라이머들.
 어떠한 계기로 스포츠 클라이밍에 발을 들였고, 개인적인 일로 잠시 쉬어야 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클라이밍을 한 시간이 2년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6일 기자는 실내 암장을 벗어나 암장 회원들 몇몇과 함께 생애 첫 릿지등반에 나섰다. 릿지란 사전적 용어로는 능선 혹은 산등성이를 의미하지만, 실제 등반에서는 암릉등반을 의미한다.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등반해야 하는 다소 어려운 등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손에 땀이 난다. 그 강렬했던 경험을 독자들께 2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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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아침 광주실내암벽 이윤재 관장과 기자를 포함한 암장 회원 등 6명이 함께 백아산 자락 근처인 화순 북면 하늘바위로 향했다. 하늘바위로 가는 차 안에서 하늘바위에 대한 이러저러한 설명을 듣는다.

 “제 신발을 보면 하늘바위까지 어프로치(접근)가 얼마나 가까운지 아시겠죠?”

 광주실내암벽 운영자이자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원희 씨가 기자의 긴장을 풀어준다.

 하늘바위는 광주전남 지역의 인기 암장으로 중급자 이상의 클라이머에게 적합한 난이도의 루트가 총 18개 열려 있다. 5곳은 멀티피치 등반도 가능하다. 피치란 확보지점과 다음 확보지점 사이의 구간이다. 확보란 로프를 함께 묶고 등반하는 사람이 추락했을 때 추락을 막기 위한 로프 조작 기술로 빌레이라고도 한다. 한 마디로 한 피치를 끝내면 자기 확보가 가능하게 돼 등반자가 쉴 수 있다.

 오늘 우리 일행이 오를 예정인 루트는 ‘하늘바위 릿지길’로 총 5피치이며 최고 5.11b급 등반을 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루트다. 등반 난이도는 손발을 사용한다면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상태인 5.0에서부터 올라갈수 없는 불가능한 상태로 보이는 5.14d까지 있다. 오늘 우리가 오를 루트의 최고 난이도인 5.11b는 ‘매우 어렵고, 특별한 운동으로 트레이닝을 해야하는’ 수준이다. 하늘바위 릿지길 1피치는 난이도 5.9, 2피치는 5.11b, 3피치는 5.10c, 4피치는 5.11a, 5피치는 5.10a라는 설명이다. 기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력자들이자 자연바위 경험이 꽤 있는 상태여서 기자가 민폐가 될까 걱정이 됐다.
광주실내암벽 이윤재 관장이 등반 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3명이 연결 ‘자일 파트너’
 
 멀리서 하늘바위가 보인다. 올라야 할 거리가 120m라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속으로 생각한다. 운에 맡겨보자 어차피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었던 일.

 마침내 하늘바위 앞에 섰다. 로프, 하강기, 카라비너, 헬멧, 퀵드로, 하네스(안전벨트) 등등 각종 장비들이 내려졌다. 기자도 헬멧과 하네스와 암벽화를 착용하고 손에 바를 초크백도 허리에 착용했다. 하네스에 자기 확보를 위한 데이지체인(자기확보줄), 퀵드로와 잠금 카라비너, 하강기 등을 걸었다.

 릿지등반은 처음인 기자와 회원 한 명은 오르기 전 이윤재 관장으로부터 간단한 교육을 받아야했다. 자기 확보하는 법, 팔자매듭 만드는 법, 하강하는 법 등…. 듣고는 있지만 머리 속을 그냥 스치며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바보’가 된 기분이랄까. ‘초짜’들 교육 시간 때문에 등반이 늦어졌다. 오늘 등반은 세명 씩 두 팀으로 등반할 것이라고 했다. 한 자일(로프)에 세 명이 연결돼 등반하게 될 것이다. 한 자일에 연결된 이들은 서로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셈. 서로의 목숨을 맡기는 셈. 그래서 자일 파트너라고 부른다.

 “오늘 1, 2피치 등반을 해보고 계속 진행할 것인지 하강을 할 것인지 결정할 겁니다. 상황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하강을 할 수도 있어요. 오늘 완등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 어쩌지. 꼭 해보고 싶은데. 실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실망을 할 것 같았다. 꼭 완등하고 싶다는 생각이 의식의 저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첫번 째 등반 팀이 등반을 시작하고 드디어 우리 팀도 등반을 시작했다. 선등자로 이윤재 관장이 볼트에 퀵도르를 걸어가며 1피치를 먼저 올라 우리가 의지하게 될 로프를 확보물에 걸었다. “등반완료”라는 이 관장의 소리가 들렸다. 릿지등반은 처음이지만 자연바위 경험이 있고 빌레이를 볼 줄 아는 회원 한 명이 이 관장이 오르는 내내 빌레이를 봤다.
헬멧, 하네스, 자일(로프) 등 장비들.

 가장 실력이 없는 기자가 두 번째 등반자가 돼야 했다. 위에서, 뒤에서 빌레이를 봐주는 것. 하네스에 로프를 8자 매듭으로 묶었다. 숨을 크게 쉬었다. 위에서 이 관장이 “시야를 크게 보면서 올라오라”고 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를 수 있을까.

 “등반준비 완료” 선등자에게 외쳤다. 위에서 “클라이밍”이라며 응수, 등반을 시작하라는 사인을 줬다. “등반시작”이라고 외쳤다. 릿지등반은 서로 간의 상태에 대해 정확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기에 이 같이 서로의 상태를 큰 소리로 알리면서 등반한다. 한 걸음 뗐다. 날카롭고 차가운 바위 느낌. 디딜 곳이 1미리도 안되는 것 같은 느낌. 잡을 곳 역시 1미리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긴장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나마 1피치 구간이 난이도가 가장 쉬운건데.

▲난이도 낮은 1피치 도달
 
 한 피치를 오를 때까지 박혀있는 몇 개의 볼트를 만날 때마다 선등자가 걸어놓은 퀵드로에 팔자매듭으로 하네스에 묶여있는 로프를 정리해야 한다. 첫 번째 볼트와 확보물을 만났다. 몸의 앞쪽에 있는 로프를 카라비너에서 빼내고, 뒤쪽 로프를 카라비너에 통과시킨다.
하늘바위 등반 중인 기자.

 기자가 헤매고 있을 땐 “발을 높여” “왼쪽으로 홀드 좋은 것이 있어요” “그렇지” “잘하고 있어”…등등 리더의 조언과 코치, 격려를 받으며 첫 번째 확보물에 도착했다. 자기확보줄(데이지체인)을 확보물에 걸어 첫 번째 자기확보를 했다. 잠금 카라비너를 잠그지 않는 실수를 이 관장이 지적했다. 반드시 확보할 때 잠그는 걸 잊지 말라고. 어쨌든 1피치 구간에 다다른 것. “죽을 것 같았지만 살았다.” 이제 두 손을 놓고 확보줄에 의지해 쉴 수 있다. 아래 빌레이어에게 “등반완료”라고 외쳤다. 이제 빌레이를 봐주던 회원이 등반할 차례. “등반준비 완료” “등반시작”이라는 외침과 함께 마지막 등반자가 출발했다. 그 동안 나는 확보줄에 의지해 양 손을 털며 팔의 펌핑을 풀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른다. 마지막 등반자가 1피치에 도착할 때까지 관장과 함께 기다린다. 관장이 “경치가 좋죠”라고 한다. 그제서야 사위를 둘러본다. 제법 높다. 새가 밑에서 날아가고 있는 게 보였다. 경치는 좋았다. 문제는 다음 피치구간이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것. 갈수록 태산이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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