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내일채움공제 약정 악용
직장괴롭힘·야근 강요·퇴사협박

 “채용공고에는 정규직 모집이라 하고는 근로계약서는 계약직으로 계약된 거라고 합니다. 출근시간 이전에 나와 책상 닦기, 담배 심부름, 성희롱 발언 등을 당했습니다. 업무상 지시가 아닌 갑질에 불응하자 계약 종료를 이유로 퇴사를 권유 받았습니다. 계약직이 아니라 퇴사를 거부하겠다고 했더니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서류에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첨부해 신청하고 이면에는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사업주에게 제재나 처벌이 가능할까요?” 직장인 A씨의 사례다.

 직장인 B씨는 한 업체에 기간 없는 근로자로서 정규직으로 채용돼 일을 했다. 일을 하다 본부장으로부터 권고사직을 요구받았고 권고사직으로 퇴사했다. 권고사직으로 처리되어 실업급여를 3개월 받았다. 그런데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자진퇴사로 정정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에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권고사직으로 기업지원금을 못 받은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직장갑질 119 제보 사례 분석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 등을 지원하여 일정한 소득과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지원금. 일부 사업장에서 정부지원금 제도를 직장 내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전문가들의 모임인 직장갑질119가 최근 ‘정부지원금 제도와 직장 내 괴롭힘-‘직장갑질119’ 제보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지원금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방치, 연차사용 금지, 연장근무 강요 등 노동법 위반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업주들이 직원을 해고하면 지원금을 받지 못하니까 괴롭혀서 내보내고, 고용보험 상실신고서에 이직 사유를 자진퇴사로 적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지원금의 종류는 500여 개에 달하는데, 그중 직장인 관련 정부지원금은 중·소·영세사업장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직장인 관련 정부지원금은 대표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장려금, 일자리 안정자금 등이 있다. 정부는 2020년 일자리 사업 예산을 21.3% 늘어난 25조 7697억원으로 정했다. 그중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고용장려금 예산은 각각 1조원, 6조 6166억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내일채움공제 가입자 중 13.8%가 기업 대표 등과 특수관계인이었고, 2018년 일자리 안정자금 중 553억 6100만 원은 비정상적으로 나갔다. 부정수급이라 볼 수 있을법한 상황이 벌어진 것.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정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을 구비했지만,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사례, 직원을 해고하면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니까 괴롭혀서 내보내고 고용보험 상실신고서에 이직 사유를 자발적 퇴사로 적는 사례 등이 나오고 있다. 또 정부지원금을 마치 회사에서 주는 혜택처럼 포장해 임금 인상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연봉에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혜택을 포함해 거짓으로 구인공고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생에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혜택인데 이러한 점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노동관계법 위반 등 권리를 침해당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퇴사하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즉 사업주는 정부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노동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등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상실사유 노동자 기재 등 철저 감독”

 직장갑질119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장려금, 일자리 안정자금 등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지원금 신청을 위해 신청요건에 맞게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조작한다는 것으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노동자에게 허위 신청을 강요 등 부정수급을 조장하고, 서류상으로만 구색을 갖추는 것은 지원금 제도가 추구하는 사업장의 자율개선이라는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면서 “사업장이 지원금 제도 취지에 반하는 노동관계법령 위반행위를 하여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또는 부정수급이 적발되는 경우에 단순히 지원금 중단과 지원금 환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일정기간 제외하는 등의 패널티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주가 정부지원금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를 해고 또는 권고사직해놓고 자발적 퇴사로 피보험자격상실 신고를 하는 경우와 관련해서 직장갑질119는 “허위로 작성된 것이지만 한번 신고가 이뤄지면 변경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노동자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르며 해당 신고가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사업주가 고의로 이직 사유를 허위로 신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실 사유 기재 권한을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각각 부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2019년 10월 현재 15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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