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후 수사 확대·성토 잇따라
“비리 중심 사무국장은 공로연수…”

▲ 전남대병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광주청년민중당이 22일 병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 청년민중당 당원이 ‘아빠찬스’를 꼬집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남대병원이 ‘아빠찬스’, ‘남친 아빠찬스’, ‘품앗이 면접’ 등 채용비리의 온상으로 도마에 올랐다. 노조의 (검찰)고발,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경찰 수사가 본격화돼 사건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채용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병원 사무국장이 보직을 사퇴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갔는데, 노조는 “가당치 않다”며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학교병원지부(이하 전남대병원 노조)는 지난 9월 병원을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실시된 교육부 공공기관 채용비리 감사에서 전남대병원은 병원 직급자가 조카의 서류 면접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각 전형별 최고점을 부여하거나 이들이 응시한 채용 과정에 시험관리위원 등으로 참여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감봉 1명, 경고 11명 등의 징계를 내렸지만 전남대병원 노조는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며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 15일 전남대학교에서 실시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립대병원 국정감사에서 전남대병원 채용비리 문제가 질타를 받으며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전남대병원 김모 사무국장의 아들이 한 달 실습의 경력으로 다른 경력자들을 제치고 ‘1등’으로 합격됐고, 그 아들의 여자 친구도 합격한 사실이 드러난 것.

 병원 사무국장은 행정직에선 가장 높은 자리로 인사권을 비롯한 모든 실무를 총괄한다.

 전남대병원 노조 측은 김 사무국장이 이러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인사권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행정직 최고 보직…인사권 개입 가능성”

 전남대병원이 교육부 감사 전에 채용관련 서류 23건을 분실한 것에 대해서도 다른 채용비리 등을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박용진 국회의원은 지난 21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문제가 된 사무국장이 자신의 아들 채용 때 면접관이었던 총무과장의 아들이 응시하자 면접관으로 들어가 총무과장 아들을 채용했다며 ‘품앗이 채용 비리’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국정감사 이후 사무국장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교체된 것을 두고 ‘비리 은폐 의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채용비리와 관련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전남대병원 노조를 비롯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남대병원 채용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9월부터 검찰로부터 사건을 인계 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 등까지 수사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무국장의 채용비리는 물론 컴퓨터 무단교체 등 은폐의혹까지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커지자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 사무국장은 보직에서 물러나 공로연수를 떠난 상태다.

 22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김 사무국장이 자진해 보직사퇴 의사를 밝혀왔고, 이를 수용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당초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병원 측 관계자는 “사무국장은 원래 공로연수 대상이었기 때문에 보직사퇴와 함께 공로연수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해임 등은 할 수 없다”며 “일단 사무국장이 자진해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후 조치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대병원 노조는 “보직사퇴는 현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 지난 9월6일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채용비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남대병원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비리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
 
▲“파면해야” …병원측 특별감사 검토

 전대병원 노조관계자는 “보직사퇴는 말 그대로 사무국장직에서만 물러난 것일뿐, 김모 사무국장은 공로연수를 떠났다”고 밝혔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채용비리 부정을 저지르고 병원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에게 공로연수는 가당치 않다”며 “사무국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삼용 병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노조는 “전남대병원 경영진의 부정과 부패, 무사안일이 지금의 사태를 야기 시켰다”며 “병원장은 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 이사회가 병원 신뢰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청년민중당도 이날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빠찬스’, ‘삼촌찬스’, ‘남친아빠찬스’는 병원장의 무능과 사무국장의 야비한 합작이다”며 “무능한 병원장과 야비한 사무국장은 책임지고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삼용 병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번 문제와 관련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었다. 병원 측은 “경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자체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부분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 등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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