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유기 골치…대부분 폐기 “재활용 힘들어”
민간 ‘절도죄’ 겁나 폐기도 쉽지 않아 ‘창고행’
재활용장터·등록제 거론 “최선은 활성화”

▲ 지난 10월 광주시청사 자전거 보관대에 방치된 자전거들에 수거 조치를 예고하는 경고장이 붙어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곳에 쳐박혀 점점 녹슬어만 가는 자전거들.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버려진 자전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버려진 ‘방치자전거’들은 대부분 폐기처분된다. 재활용해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사업이 있긴 하지만 낡고 고장난 자전거들은 수리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폐기 외엔 딱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나마 아파트 단지 등 민간에선 방치자전거를 수거하더라도 폐기는 ‘겁나서’ 못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주인이 찾아와 돌려달라고 하면 절도죄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올 한해 수거했거나 수거 예정인 방치 자전거는 100여 대다.

 지난 11월29일 기준으로 동구 27대, 서구 27대, 남구 12대, 광산구 25대가 수거 조치됐고, 북구는 11월21일자로 10대 처분 공고를 한 상태다.
 
▲광주서 한해 수거량 100여 대 뿐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전거활성화법)’ 제20조와 이 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공공장소에 무단 방치된 자전거에 대해 14일간 공고를 통해 이때도 소유자가 자전거를 찾아가지 않으면 처분할 수 있다.

 광주시와 각 자치구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에도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최근 서구의 경우 광주시청사 자전거 보관대를 정비하면서 이곳에 방치된 대량의 자전거들을 수거 조치한 바 있다.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민원을 통해 조치에 나선다.

 자전거 보관대가 도심 곳곳에 퍼져 있고, 현재 행정 인력으로는 모든 보관대를 정기적으로 살펴 보고 방치 자전거인지 아닌지 구별해 낼 수 없어 시민들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소병훈 국회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전국 방치자전거 수거 현황을 보면, 광주는 2016년 376대, 2017년 7대, 2018년 43대를 각각 수거했다.

 전국적으로 최근 3년간 수거한 방치자전거만 9만3810대에 달했다.

 아직 수거하지 않았거나 파악되지 않은 방치자전거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구가 방치 자전거를 수거 한 후 빈 공간이 많아진 광주시청사 자전거 보관대.

 수거한 자전거는 거의 대부분 자전거 업체를 통해 폐기한다. 자전거는 타이어, 철재, 플라스틱 등 모두 분해해 분리수거하는 게 쉽지 않아 함부로 버릴 수 없어 업체를 통해야만 한다.

 폐기 대신 재활용할 수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갑자기 소유주 나타나면 분쟁화 우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방치된 자전거를 수리해 사회취약계층에 지원하는 ‘희망자전거’ 사업을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00만 원 사업비를 각 자치구에 배분해 총 74대를 재활용했으나 올해 실적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동구의 경우 27대 중 25대나 수리를 했지만 타 자치구는 재활용한 사례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비, 눈에 장기간 노출되고 망가진 자전거는 부속 교체나 인건비 등 수리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새로 구입하는 게 나을 정도라고.

 특이한 건 그동안 재활용한 자전거를 취약계층에 기부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구는 재활용한 자전거들을 창고에 보관 중이고 광주시는 그동안 수리한 자전거를 자전거 교육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자전거활성화법’에 방치 자전거 조치 방식으로 이동·보관·매각·기증 등이 명시돼 있긴 하나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해 선뜻 다른 곳에 기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치 자전거라고 수거를 하더라도 갑자기 소유자가 나타나 본인 자전거를 주장하며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어 수거나 재활용 이후 조치가 쉽지 않다는 게 광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파트 단지 등 민간에서도 자전거 보관대에 오랜 기간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할 때가 있는데, 수거 이후 이를 버리지 않고 일단 창고에 보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달이나 그 이상 자전거를 두고 갔더라도 타 지역 출장 등 개인 사정을 이유로 자전거를 쓰지 못했다고 하면, 소유권을 우선할 수밖에 없어 버리지 않고 창고에 두는 것이다.
광주시의회 청사 자전거 보관대에 방치 자전거.

 버리지도 재활용해 기부하기도 쉽지 않은 방치 자전거 문제. 대안은 없을까?

 자전거 등록제가 당장 검토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서울이나 경기, 인천, 울산 등 전국 16개 기초지자체에선 수기나 온라인, 모바일앱을 활용한 자전거 등록제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자전거 재활용장터 등을 열어 자발적인 ‘순환’을 도모하는 것도 거론된다.
 
▲ “타게 해야 안 버린다”

 광주에코바이크 김광훈 사무국장은 “자전거가 방치되면 이미 ‘생명’을 다해 재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자전거가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독일에서 하는 자전거 재활용장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매월 첫 번째 토요일 등 날을 정해 시민들이 모여 쓰지 않는 자전거를 팔거나 물품을 교환하고, 자전거를 수리해주는 ‘장’을 열어 “자전거 방치로 인한 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것.
광주에코바이크가 에너지관리공단,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진행한 자전거재활용장터.<광주에코바이크 제공>

 광주에코바이크도 이전에 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해 이를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김 사무국장은 “관련 단체들이 함께 정기적으로 장터를 열면서 이를 자전거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가진 사람이 그 자전거를 타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자전거를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게 되면 자전거를 버리는 일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10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방치 자전거를 재활용한 뒤 취약계층에 전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활용 자전거의 취약계층 기부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방치자전거를 예방하기 위한 자전거등록제 도입 등 대안과 관련해서는 현재 수립 중인 차기 5개년 자전거 이용활성화계획을 통해 검토할 계획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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