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5월17일 전후 프로야구 일정 조정 문건
5·18 영화 제작 개입, 5·18 단체 와해 공작도

▲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이 5일 공개한 ‘5·18 대비 광주지역 프로야구 경기 일정 일부 조정’ 문건.
 전두환 신군부가 5·18민중항쟁 시기 광주 프로야구 경기 일정을 고의로 조정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이 공개됐다. 5·18과 관련한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개입하고 5·18 단체의 와해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확인됐다.

 5일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이 공개한 보안사 5·18문건 중에는 ‘5·18 대비 광주지역 프로야구 경기 일정 일부 조정’이란 제목의 문건 원본도 포함돼 있었다.

 86년 5월14일로 날짜가 적힌 이 문건에는 ‘한국야구위원회는 5월17일을 전후한 광주권 안정을 위한 당국의 권유에 따라 광주에서의 프로야구 경기 일정을 일부 조정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조정된 경기는 86년 5월17일 오후 4시와 5월 18일 오후 5시로 예정된 해태와 MBC간 경기.

 한국야구위원회는 이 두 경기를 각각 5월17일 오후 3시 광주로, 5월18일 오후 4시 전주로 일정과 장소를 변경했다.

 당초 두 경기 모두 전주로 장소를 변경하려 했으나 ‘현지 주민의 거부반응을 감안’ 18일 경기 장소만 변경하고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심판에게 경기를 신속히 진행토록 조치했다는 내용도 나와있다.
 
▲5월18일 광주 경기, 전주로

 실제 광주를 연고로 둔 해태 타이거즈는 1982년 창단 이후 1999년까지 5월18일 광주에서 홈경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

 전두환 정권이 무등경기장의 열기가 5·18 추모 열기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번 문건은 해태 타이거즈가 왜 5월18일 광주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증거’인 셈이다.

 5·18 관련 정치드라마 제작에 대한 ‘대책’ 필요성이 언급된 문건도 있었다.

 MBC ‘제4공화국’, SBS ‘코리아 게이트’ 등 정치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5·18 상황을 드라마에 포함시키려 하자 “지역감정 자극은 물론 특정 세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여론이 기록된 것.

 드라마 소재로 등장한 ‘김대중 납치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등을 가리켜 “지금까지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어 제작진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과장 또는 왜곡될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5·18 관련 정치드라마 제작에 대한 지휘관심을 요망하는 내용의 문건.<최경환 의원실 제공>|||||

 특히, 이를 계기로 KBS 등 다른 방송사에서도 5·18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에 “공보처 등 관계 당국에서 방송사 경영진을 통해 드라마의 내용을 순화하도록 유도하는 등 대책이 요망된다”고 적혀 있는데, 문서 마지막에는 ‘2처 언론사 간부 및 예비역 장병들로부터 득문’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또 영화 ‘꽃잎’과 관련해 DJ(고 김대중 대통령)가 총선에 활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문건도 있었다.

 영화 개봉 시 ‘입장권 100만 매를 구매해 20~30대에 배포’하고 5·18 문제를 부각시키는 등 총선시 이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방송사 경영진 통해 내용 순화 유도”

 또 5·18단체가 ‘그 이름 5·18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제목의 5·18 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휘괸심’을 요망하는 문건도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현 시점에서 영화제작비 모금 전망이 불투명하여 영화가 계획대로 제작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여지나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군부대에 장비 지원 등 지원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일부 장병들이 제작비 모금 운동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바 지휘 관심 경주가 요망된다”고 쓰여 있다.

 사실상 정권 차원에서 5·18 관련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사전에 통제하려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또 5·18 단체들을 대상으로 온건과 강경을 구분 짓고, 와해를 시도한 공작이 담긴 문건도 있었다.

 최경환 의원은 “해당 문건은 망월동 묘지 이전 및 주민 순화 대책(소위 무등사업계획 및 비둘기 사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전두환 정권이 5·18 단체 와해 공작을 유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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