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등 편의시설 늘면서 관리소 홀대
매연 일상화·출입구 하나 긴급시 위험 배가

▲ 아파트 지하 주자창 옆에 위치한 관리사무소. 매연이 일상화된 공간으로 근무자들은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 A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연신 두통을 호소한다. 공기청정기 3~4대가 하루종일 돌아가고 있지만, 숨쉬기가 어려워 집중력이 떨어지고, 두통이 난다는 것이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하주차장 내에 위치하고 있다. 오가는 자동차에선 쉴새없이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오지만, 출입구는 한 곳밖에 없고 환기시스템도 변변치 않다.

 “건강은 둘째치고, 불이라도 나면 우리는 어디로 대피하나요?” 규모가 작은 탓에 화재대피시설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본보는 지난 10일 ‘지하에서 근무하는 주택관리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A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관리사무소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경비실에선 단지 내 지하주차장 입구를 가리켰다.

 ‘관리사무소 지하’라는 팻말을 따라 관리사무소로 진입했다. 별도의 통행로가 없다. 차가 주차장으로 오르내리는 경사로로 들어가야 했다.

 관리사무소는 넓은 주차장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내부엔 공기청정기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근무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다. 그래도 어딘가 매캐한 향기가 느껴진다.

 직원들은 건강 문제를 호소한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매연을 현재의 환기시스템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구조다.
 
▲공기청정기 3~4대 돌려도 두통 일상화

 직원 B씨는 “공기가 들어와야 나가는데, 들어올 데가 없고 매연이 몰려있다. 공기가 정체돼 있어 오랫동안 근무하면 머리가 많이 아프다”며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낮 시간 햇볕도 못보고, 야간 당직을 설 때도 있는데 건강상 좋지 않다고 생각해 ‘오래 다닐 곳은 아니라’는 말들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 근무가 가스나 분진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문길주 사무국장은 “지하 근무는 위험하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기본이다. 환기가 안된 상태에서 메스꺼움 등을 건강상 호소할 수 있으니 건강관리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근무공간은 지하에 있는게 아니라 지상으로 올라와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 A아파트 관리사무소. 입구가 한 곳뿐이다.

 더 큰 문제는 출입구가 한 곳 뿐이라는 점이다. 이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노동자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소방법은 지하층의 경우 50제곱미터 이상인 경우에만 비상 탈출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관리사무소는 그보다 면적이 작아 해당되지 않았다.

 관리소장 C씨는 “건설사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지역주택조합인 탓에 시행사와 시공사가 서로 책임질 수 없다고 해 해결이 쉽지 않다”며 “특히 장비들 옮기는 등에 1억 원이 넘게 소요되는 비용 탓에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부터 짓는 아파트는 법으로 규정에 지하에 사무실을 설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엔 입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상황이 이러면 직원들이 오래 다니지 못하고 떠난다. 새 직원들도 기피하는 직장이 되면 결국 낮은 서비스로 입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은 자명하다”면서 “건축허가 때부터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관리사무소가 지하에 위치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에 헬스장, 수영장, 문화프로그램실 등 늘어나는 편의시설이 관리사무소를 지하로 밀어내는 주범이다.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를 여러대 설치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북구·서구의원들 “건축법 개정” 목소리

 관리사무소 외 청소미화원, 시설관리원의 휴게 공간이 지하에 들어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박영숙 광주 서구의원은 “광주전남 지역에도 지하에 자리잡은 관리사무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공기도 안좋고 빛도 안들어오는 지하에서 일하게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지역 일부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 설치 금지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 서구의회와 북구의회는 최근 ‘안전한 공동주거 환경을 위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의 지하설치 금지’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조·채광 양호한 지상 설치 주택건설기준 등 관련 법 개정 △지하 설치 관리사무소 전수조사 등을 담고 있다.

 김영순 광주 북구의원은 “누가 봐도 비윤리적이다. 아파트 한 채를 팔아 이익을 내기 위해 종일 근무해야 되는 직원들을 지하로 보내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안되는 것”이라며 “특히 아파트 관리사무소 같은 경우는 한 번 잘못 자리를 잡으면 지상으로 옮기기 힘들기 때문에 건축법에서 명확히 정리를 해줘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한 구청 관계자는 “구의회에서 지적이 나온 뒤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계획 단계에서부터 관리사무소를 지상으로 위치하도록 권고할 예정이지만,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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