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A씨 부부 참변 주거권 문제 부각
‘영구임대주택 적합’ 통보 못 받고 숨져

▲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30분쯤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주택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남편 A(63)씨와 필리핀 출신 아내 B(57)씨가 숨진 지 1주일 만에 응급안전알림 관리 요원에 의해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광주에서 이주민 아내가 뇌출혈로 숨진 뒤 장애인 남편까지 숨진 지 1주일 만에 발견된 사건 이후 응급안전 체계에 경고등이 켜졌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들 부부가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서 거주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는데, 부부가 숨지기 한 달 전 신청했던 영구임대주택 입주가 ‘적합’ 판정을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30분쯤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주택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남편 A(63)씨와 필리핀 출신 아내 B(57)씨가 숨진 지 1주일 만에 응급안전알림 관리 요원에 의해 발견됐다.

 아내가 뇌출혈로 먼저 쓰러지자 거동이 어려운 남편이 이불을 덮어주려다 침대에서 떨어진 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사고 이후 현장에 가보니 부부는 3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며 “부부가 겪은 상황도 비극적이지만, 이들의 주거환경 자체가 처참했다”고 술회했다.

 현재 남편 A씨와 아내 B씨 장례는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고, 추가적인 경찰 조사를 위해 집 내부 현장은 사고 당시 상태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실제로 경찰과 해당 동의 행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이들 부부의 집 내부는 10㎡(3평) 정도 크기의 부엌이 달린 단칸 상하방(본채에 달린 방)이다.
 
▲이주민 아내 사망 후 뇌병변 장애 남편도

 집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 비장애인이었던 아내는 외부의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거동이 불편했던 뇌병변 1급 장애인 남편은 아내 B씨의 도움으로 용변을 처리해 왔다.

 이들 부부가 기초수급자로서 사회적 보호를 받고 있었음에도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주거약자로서 겪었을 일상적 고통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A씨 부부가 숨을 거두기 2개 월 전 도시공사 영구임대주택(금호 시영) 입주를 신청, 지난해 11월 ‘입주 대상 적합’ 판정을 받고 확정 통보를 며칠 앞둔 상태였다는 것.

 부부가 거주한 지역의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한국말에 서툰 아내를 대신해 남편 A씨가 스스로 각종 복지 정책을 찾아보고 신청한 사례들이 확인된다”며 “이러한 비극이 있기 전에 부부가 더 좋은 주거지로 옮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비좁은 주거 환경은 남편 A씨가 돌봄을 위한 활동보조 서비스나 목욕봉사 서비스 등과 같은 복지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제약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주거권은 건강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내 B씨의 건강을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A씨 부부는 해당 거주지에서 10년째 사글세로 살고 있었다”며 “집주인이 월세 10만 원을 올리지 않고 유지해주면서 부부도 다른 거주지로 옮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센터에서 국민주택 또는 영구 임대주택 입주 가능 대상이라는 점을 통지했더라도 현 거주지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자진 신청이 아니라면 이주를 강제할 수는 없다.
 
▲10년째 단칸방 사글세활, 화장실도 없어

 더욱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1000명당 0.4명꼴로 배정돼 있다 보니 대상자들의 처지와 상황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주거 관련 정책을 안내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부는 2005년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장애연급까지 매월 128만 원으로 생활해 왔고, 남편인 A씨가 뇌병변 1급 장애인이어서 영구임대주택 우선 입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안타깝게도 임대주택을 신청해 더 나은 삶을 꿈꾸었던 이들 부부에게 예상치 못한 비극이 한 발 먼저 찾아온 것이다.
광주의 한 임대주택 아파트 복도.|||||

 광주도시공사 주거복지팀 관계자는 “광주시 조례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입주는 동사무소에 접수, 구청의 검증 과정을 거쳐 시에서 도시공사로 통보가 이뤄지기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이후 대상자에게 통보하고 주택 상태 확인과 의사 결정 시간 2주 정도를 부여하는데 마지막 절차에 앞서 부부에게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A씨 부부가 신청한 금호 시영 아파트의 경우 가장 작은 평수인 12평 대는 공실이 있는 상태라 신청을 했다면 무난히 입주자 대상으로 선정됐을 것”이라면서 덧붙여 “하지만 주거급여수급비 대상자들 중 영구임대주택에선 4~5만원 주거비가 나가는 것이 부담이 돼 임대주택 신청을 미루는 경우도 있고, 현 주거지의 생활편의성 등 때문에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시공사 관계자는 주거복지정책의 전달체계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주월 빛여울채와 같이 신설 임대아파트에서도 4회 이상 모집공고를 냈을 정도로 신청률이 저조했다”며 “주거복지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하거나 전달받지 못해서 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있어 ‘주거정책 전달체계’가 각 계층에 맞는 전문적 접근으로 가능해지면 훨씬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광주시는 국토부의 주거복지 정책을 전달하기 위한 허브로서 주거복지센터 건립을 위한 용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복지정책 전달체계 개선 필요”

 박종민 하남종합사회복지관장은 광주시의 주거복지센터를 기점으로 보다 촘촘하고 체계적인 주거복지 정책이 다져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관장은 “장애인이 자립하기 위해선 주거권과 건강권 보장은 최소한의 인권의 영역”이라며 “장애인의 경우 정보취득 면에서 소외되기 쉽기 때문에 생애주기에 따라 지속적이고 정례적인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이 필수고, 이는 각 동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가 수행기관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부족한 사회복지 전담 인력을 충원해 보다 많은 가정을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은퇴 노인을 생애설계사로 채용하는 등 민간에서 지역의 사례 관리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민·관이 함께 개별 사례를 공적 영역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응급안전알림 서비스와 같이 기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을 돌보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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