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코로나 확진자 타시·도 받아달라”
경기 “일반환자 수용” 서울 “중증환자 수용”
광주 “달빛동맹 곤경, 실질 지원방안 강구”

“정부와 전국 시·도에 부탁드립니다. 환자들을 격리 치료할 수 있는 병원시설과 의료인력 지원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지난 26일 나온 권영진 대구시장의 호소다.

다음날인 27일 정세균 국무총리도 “코로나19 전투의 최전선이 되고 있지만 병상이 부족하다”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신속히 투입해야 한다”고 실상을 설명했다.

27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오후4시 집계보다 334명 추가 발생했다. 국내 확진자는 총 1595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 334명 가운데 대구·경북 환자는 311명(대구 307명·경북 4명)이다. 이로써 대구지역 누적 확진자는 1017명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경북 누적 확진자는 321명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성도는 1848명인데, 이중 1차 검사 결과가 나온 1016명 중 833명(82%·26일 기준)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832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게 자명하다.

확진자수가 매일 급증하면서 대구지역의 병원시설과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확진자 상당수가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서 머무르면서 병실이 비기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인 것.

대구시 “병상과 의료지원 요청”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6일 각 시·도 지자체에 병상과 의료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다른 시·도 소재 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를 경기도의료원 등에 수용하는 문제는 정말로 어려운 주제”라면서 “대구 민간병원의 ‘일반 환자’를 내보내 대구지역에 코로나19 환자용 병원을 확보하고, 일반환자를 경기도로 옮기는 방법은 어떠냐?”고 역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권 시장에게 화답했다,

SNS를 통해 “대구·경북의 확진 환자, 특히 중증 환자들을 서울시립병원에 모시겠다”고 밝힌 것. 이어 “이미 대구·경북 지역과 핫라인을 구축해 놓았고, 몇몇 분이 이송돼 치료받고 계시다”면서 “앞으로도 서울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상반된 응답에 대해 권 시장은 27일 “아쉽지만 역지사지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의 절박함과 각 지역 주민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각각의 지자체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면이다.

 “광주가 나설 수 없을까요?”

최영태 전남대 교수가 26일 SNS에 글을 올렸다.

‘광주가 나설 수 없을까요?’

“코로나 확진자가 광주·전남에서 지난 3일 동안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다. 앞으로 신규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1차, 2차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광주시와 5개 구청이 보여준 위기대처능력과 광주 시민들의 성숙함에 비추어 더 큰 위기가 발생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걸 전제로 해서다.

“문제는 대구·경북이다. 대구·경북의 환자 숫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확진자 숫자가 계속 증가할 것 같다. 대구·경북의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 한 광주·전남도 결코 안심할 수가 없다.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은 결코 별개가 될 수 없다.”…
 

대구시청 홈페이지 캡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시민 호소가 절절하다.|||||


이어 최 교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광주가 나설 수는 없을까라고. 광주시 및 5개구청, 그리고 의료인들께는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광주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1980년 광주의 모습을 상기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서 “광주가 대구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무엇인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글에 달린 댓글로 여러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어느 한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려울때 도와서 함께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도 이재명 지사처럼 일반환자 정도는 우리 광주에서 수용해 주는 선 정도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만약 의료시설을 제공해야 한다면 경기도 만큼만 하십시다.”

“코로나19가 광주로 유입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달빛동맹 어려울때 힘이 되면 좋지요. 대구 확진환자를 광주로 이동하자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빠른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지요.”

광주가 우선 해결해야 할 일들

“광주에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한 대학생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감성에 치우쳐 광주시민들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채 시행된다면, 광주시민은 물론 광주로 이송되는 대구 확진자들께까지 큰 부담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광주의 과제 세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전남대만 하더라도 근처에 특정 종교의 거대 성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비밀 포교 장소와 예비 성도를 포함한 전체명단을 알지 못하는 상태이며, 성도 중 다수가 전남대 재학생으로 알려져 있기에 다수의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둘째 광주지역 내 전체 중국인 유학생은 2000명이 넘는데, 혹여 개강 후 발생할 수 있는 집단감염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광주전남의 음압병실은 40개, 광주만 놓고 본다면 겨우 16개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 확산 국면에서 무리하게 타 지역의 확진자를 받는다면,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광주·전남권의 지역감염조차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광주·전남지역은 이날 기준 4일째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한 명이 퇴원해 확진자는 6명이 됐다. 하지만 전날부터 광주지역 신천지 신도 2만2880명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라, 이 과정에서 확진자 추이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용섭 시장은 27일 담화문 발표 자리에서 “광주시는 대구시로 부터 환자 수용 요청을 받지 않았다”면서 “광주는 실은 의료시설이나 의료진이 우리가 대응하기에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 시장은 “대구·경북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달빛동맹 형제도시로서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발휘하여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면서 “각 기관과 단체에서는 자발적으로 이들 지역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적극 실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호소에 이재명 지사와 박원순 시장은 ‘경기도식’과 ‘서울식’으로 응답했다.

이용섭 시장은 ‘광주식’의 어떤 응답을 할 수 있을까?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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