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생애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까?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은 전직 중환자실 간호사인 필자가 목격한 잊을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을 읽고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대장암 3~4기로 늦게 발견돼 병원에 입원하셨다. 예전부터 아프셨는데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말 안 하고 참으셨나보다.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가족끼리 병원에 가는 날이 많아졌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1인병실에 30명 정도 되는 가족들이 모였을 때 할머니가 정을 떨치려고 그랬는지 큰 아빠에게 큰소리로 화를 냈던 일이다. 같이 오래 사신만큼 애정이 깊으신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달 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수의를 입히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내 이름을 한 번도 제대로 부르신 적 없는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안 부르신거 같은 데 왜 이리 마음이 아픈지 몰랐다.

 몇 년 뒤 할머니는 우리 가족의 기둥이라는 걸 깨달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추석에 모여 송편을 만들지 않았고, 설날에도 대부분 음식을 사서 차리고 가정 불화가 많았다. 할머니는 왜 일찍 말 안하셨을까 원망하기도 했다.

과거로 돌이킬 수 있다면 할머니에게 제일 먼저 검사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파서 힘들으셨을 텐데 나중에는 항암치료마저 하지 않으셨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 하고 의료기술이 발달했지만, 여러 가지 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생명만 연장하는 게 과연 사는 것일까? 생각한다.

내가 만약 곧 죽을 상황이라면 그런 장치들을 다 빼고 생전에 알던 친구와 가족 등 인연이 닿는 사람을 불러 모아 파티를 하고 싶다.

나는 책을 읽다가 엄마에게 죽으면 납골당, 무덤에, 수목원 중 뭐가 좋냐고 물어보았다. 엄마는 납골당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항상 곁에 있고 싶으니까 ‘집에 그냥 두면 안 돼? 매일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하면 좋지 않냐’고 말했다.

엄마는 무슨 유골을 집에다 두냐고 했지만 나중에 진짜 그런 때가 온다면 작가가 마지막에 말하듯 ‘내 가족의 결정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의 바람을 읽어주는 보호자’가 돼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그때까지 가족의 죽음을 무작정 피하지 말고 한 번쯤 진지하게 말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만약 가족 중 가망이 없다고 판단돼 치료를 중단하자고 결정내린 사람이 있다면 ‘과연 가족이 원했던 일일까?’ ‘치료를 더 원하지는 않았을까?’라는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간호사가 되면 언젠가는 나의 환자의 임종을 마주하게 될 테지만 한 명의 환자라도 마지막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항상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언제고 환자나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자주, 자연스럽게 생의 마지막 순간과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는 위암, 할머니는 대장암, 외할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첫째 큰 아빠는 위암 초기에 치료를 받으셨다.

 더 이상 나는 가족을 잃기 싫어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김서연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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