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건축시 20년 이상 내다보길 원해”
지체장애인협 유현섭 처장 “설계부터 의사 반영을”
“광주다중시설 허가 75% 중 장애인 이용 15%만 가능”

 “장애인 편의시설을 두고 ‘규격(법)만 맞추면 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BF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유현섭 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은 광주지역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or Free) 인증을 위한 사전 점검에 매번 참여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그는 “BF 인증이 장애인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한 것인 만큼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단순히 ‘규격에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전에 광주시가 BF 인증을 추진하던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재현돼 시공이 완료된 후 여러가지 개선 사항이 나타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광주시는 챔피언스필드를 무장애 공공시설물의 모델로 공언하며 공사에 나섰지만, 개관 전 장애인들이 점검해본 결과 전용주차장·휠체어관람석 부족, 장애인 화장실 크기 협소 등의 개선사항이 지적됐다. 유 사무처장은 “설계에서부터 장애인 단체 참여가 없었기에 설계자들은 법적 규격에만 맞춰 구장을 건설하고, 이용자인 장애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문제가 야구장에서 발생했다”면서 “이는 BF 인증을 받으려는 편의시설에서 매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광주시는 유 사무처장을 비롯한 장애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장애인 전용주차장 60대 확보, 휠체어관람석 113석 확보, 전동휠체어 대형화 추세에 맞춰 장애인 화장실 크기 확장 등 13개의 항목을 개선했다.

 그는 “장애인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화장실의 경우 유효 바닥 면적이 폭 1.4m 이상, 깊이 1.8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의 전동휠체어 크기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 장애인 편의증진법이 10년 전에 만들어져 현재 장애인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렇기에 우리는 야구장 검사시 챔피언스필드가 앞으로 50년 이상 갈 건물이니 법적 규격에만 안주하지 말고 최소 2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들어달라고 시에 거듭 요청했다”면서 “다행히 광주시가 장애인들 요구를 받아들여줘, 현재 챔피언스필드는 광주에서 장애인들이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재 백운광장 내 남구청은 오래된 건물로,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장애인 주차장의 경우 입구와 가까운 곳에 설치해 통행 불편을 해소해야 하는데 구조상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고, 점자블록이 없는 시설도 포착됐다”면서 “이는 과거 규격에만 맞춘 건물이 장애인 편의와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 대책으로 유 사무처장은 “현실에 맞는 법 개정과 함께 장애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설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건물의 경우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요식행위라도 하지만 사유재산의 다중이용시설은 이조차 하지 않는다”면서 “장애인들이 이를 지적하면 ‘법대로 했다’며 문제없다는 식의 답변이 천편일률적”이라고 밝혔다.이어 “보건복지부에선 광주 다중이용시설 중 약 75%를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전수조사해본 결과 이 중 15%만 이용 가능했다”며 “이처럼 대다수가 형식적인 법 규격만 준수하고 있어 이용자인 장애인들이 실제로 편의시설을 이용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