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 `공동체와 심리학’ 심포지엄

▲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 주최로 24일 전남대학교 사회대학에서 열린 `공동체와 심리학’심포지엄.

 심리학이라 하면 쉽게 정신과 상담을 떠올리던가 혹은 프로이드나 무의식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주로 개인의 성격이나 심리 같은 것들에 대한 학문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심리학’의 영역은 생각보다 넓으며 심리학이 관여하는 세상사가 생각보다 많다. 일상생활부터 공동체의 문제까지 ‘심리학’은 기능한다.

 심리학이 ‘개인’에서 뛰쳐나와 ‘사회’ ‘공동체’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 주최로 24일 전남대학교 사회대학에서 ‘공동체와 심리학’을 주제로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공동체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살피는 자리.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종한 전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심리학의 역할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생소한 ‘지역사회 심리학(community psychology)’을 미국에서 공부했다. 미국에서 출발한 지역사회 심리학은 1960년 대 당시 미국의 사회적 이슈인 가난·도시문제·정신건강 등에 관심을 가진 사회심리학자와 임상심리학자 등이 모여서 지역사회에 대한 심리학적 서비스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에 합의한 이후 관심의 대상을 환자에서 지역사회로 전환하면서 발전한다. 개인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과제를 개개인의 문제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결시켜 다루는 학문인 것이다.

 

 ▶“심리학자·복지사·행정조직 공조해야”

 

 이 교수는 특히 ‘이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리학이 ‘이웃’ 관계의 회복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우리의 경우 근대화를 거치면서 이웃의 중요성을 무시해 왔으며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다”면서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이웃 관계나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다각도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심리학은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을 염두에 둔다. 지역사회나 집단, 개인의 문제를 예방하고 지역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까지 넘나든다. 자원의 공정한 분배, 모든 사람에 대한 평등한 기회 제공, 착취 금지, 폭력 예방, 적극적 시민 육성이 지역사회 심리학이 추구하는 바다.

 “예컨데 지금 행사가 열리고 있는 북구라는 지역사회를 보자. 북구 자치단체, 구의회 등이 있을 것인데 우리 생활이 그 사람들 손에만 맡겨져 있어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그 사람들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역량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심리학자·사회복지사·정신과 의사·행정조직이 공조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의 경험 하나를 예로 제시했다.

 “어느날 함께 공부하는 동료를 따라 흑인가의 큰 교회를 간 적이 있다. 몇백 명의 사람들이 교회 안에 가득 모여 있었다. 알고 보니 일종의 확대 반상회 같은 것이었다. 켄자스 시티 시장, 검사장 등등이 시민들 앞에 나와 여러 사안들을 확인받고 검토 받는 자리였다. 이것을 주선한 것이 심리학자였다.”

 이 교수는 조직화 사회의 고밀도화에 따라 심리학적 접근의 해결을 요하는 문제들이 한국에서 양산되고 있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개인의 삶에서 지역사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역사회 심리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폭력·범죄·자살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심리학적 개입 필요성이다.

 

 ▶개인에서 공동체로 관심 전환할 때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정안숙 교수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개인에서 공동체로 관심을 돌리는 ‘공동체 심리학’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경험한 일이다. 본드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하게 된 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날 스텝들이 모두 아이의 퇴원을 축하해주며 격려의 말들을 해줬다. 그런데 그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라. 그러나 집에 가면 엄마 아빠가 그대로 계신데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아이를 본드 중독으로 빠지게 했던 환경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사슬을 어디서 끊어야 하나 고민하게 한 경험이다. 개인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개인을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을 고려하는 것이 지역사회 심리학이다.”

 문제의 발생 및 완화에서 환경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 윤난실 센터장은 실제 ‘마을’ 공동체가 자신이 속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례들을 제시했다.

 윤 센터장은 “국가나 정치가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인식과 한국사회의 복잡함이 마을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주목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가장 작은 자치 단위인 마을 공동체의 핵심은 이웃을 만들고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마을은 세계의 축소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학·사회복지·행정·중간지원조직 등이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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