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노동상담 사례발표회

▲ 8일 오후 4시 광주시청 1층 행복나눔실에서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2016 비정규직 노동상담 사례발표회.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고용에 대한 불안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절실하게 느꼈다. 그런 불안을 10년, 20년 동안 경험해야 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니 정말 암담하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민혁 씨가 1개월 동안 평동산단 내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난 후 받은 느낌이다. 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민혁 씨는 노동자의 권리가 박탈된 곳에서 노동자가 어떻게 피폐해지는지, 사회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착취하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8일 오후 4시 광주시청 1층 행복나눔실에서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2016 비정규직 노동상담 사례발표회에서 민혁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도 여전히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고, 노동3권을 박탈당하고, 쉽게 해고되고, 일하다 다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증언’들이다.

 민혁 씨의 증언에 따르면 산단 내 제조업에서의 불법파견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무실은 직고용, 조립라인은 다 파견직”

 “인터넷을 통해 구직활동을 했는데 구인 광고의 대부분이 파견업체들이다. 한 곳을 지원해서 면접을 봤는데 일할 곳을 이야기 해주지 않고,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3일 후에 전화가 왔는데 일할 곳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어느 장소로 몇시까지 나오면 버스가 올꺼고 그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 말대로 버스를 타니 평동산단 내 냉장고 부품업체 조립라인이 내가 일할 곳이었다. 30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 개 정도 파견업체가 있더라. 사무실 직원들은 다 직고용인데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이었다.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 1년 이내로 계약을 하고, 1년 이상 계약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회사 상태는 직고용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 빨리 ‘자르고’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파견을 쓰더라. 필요할 땐 쓰고 물량 줄면 용역업체에 몇 명 빼달라고 하고, 항의하면 용역업체는 원청업체가 빼달라는데 용역업체가 무슨 힘이 있냐고 그러고, 원청업체는 ‘당신은 우리 직원이 아니니까 용역업체가서 항의해라’ 그러고.”

 산단 내 용역업체 직원들이 상당히 많은데 ‘용역업체’가 사실상 인력파견업체라는 것. 제조업에서는 상시파견이 금지돼 있다.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산단 내 불법파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단속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짧지만 다른 회사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곳은 직원 10명이 모두 직고용이었다. 그 곳이랑 회사 분위기가 달랐다. 파견업체 소속이 많아서 그런지 뭔가 불안한 느낌, 우울한 분위기가 강했다. 물량이 적어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었고, 대화도 별로 없고, 분위기도 안좋았다. ‘파견이 종료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불안감에 떨다 보니 고민들을 많이 하시더라. 고용불안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느꼈다. 파견은 없어져야 한다.”

 짧지만 노동자로서 첫 경험을 한 민혁 씨의 ‘결론’은 파견 금지다.

 

“노동청 대면 사업주, 나를 나쁜 사람 취급”

 최저임금도 못 받고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의 증언도 있었다.

 “부당한 건 알았다. 하지만 사장한테 최저임금을 지키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당신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는 식이었으니까. 정말 힘들게 일했는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북구 용봉동 한 마트에서 캐셔로 일했던 지현 씨는 ‘받지 못했던’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해야했던 ‘지난한’ 경험들에 대해 털어 놓았다. 또 그녀가 겪은 열악한 노동조건도 증언했다. ‘노동’이 어떻게 하대받는지도 밝혔다.

 “나와 같은 나이의 여성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결국 식당이나 청소, 마트 같은 일인데 이런 곳들 대부분 최저임금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도 직장 구하기 힘드니까 일하는 건데. 내가 일했던 마트는 계산대가 2개였는데 계산원은 나 한 명만 뒀다.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했다. 장사가 잘 돼 많이 바쁜 편이었는데 고스란히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팔리는 품목이 술·음료·물이 많아서 업무 강도도 셌다. 진짜 쉬는 시간 밥먹을 시간 없이 일했다. 말이 12시까지지 일하다 보면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결국 아파서 그만뒀다. 술·물 같은 것들 많아서 바구니 드는 게 힘들었는데 일하다 어깨를 삐끗했다. 신경이 손가락까지 내려와서 팔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파서 더 이상 일을 하기 힘들었다. 결국 그만 뒀다.”

 지현 씨는 우연한 기회에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지현 씨는 센터와 함께 미지급된 최저임금 90여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도 받았다.

 

 “노동의 가치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로”

 “노동청에서 사업주와 대면했는데 돈을 주고 안주고를 떠나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데 더 상처를 받았다. 동료들이 싫어했다는 둥, 손님들 포인트를 썼다는 둥 사업주가 나를 염치없고 나쁜 사람으로 비난하는데 너무 속이 상했다.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 받겠다고 한 건데 이렇게 모멸감을 느껴야 하나 비참했다.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착취를 당하고…현실이 참 슬프고 가슴아프다.”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김세영 노무사는 “노동청 출석조사 때 적반하장인 사업주들이 꽤 있는데 노동자를 염치없고 뒤통수치는 사람으로 매도, 근무할 때 자잘한 잘못까지 들춰낸다”면서 “특정 사업주의 인성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중요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사회적 인식수준이 사업주에게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상담사례발표회에선 △서비스업에 근무한 노동자로 포괄임금제 계약으로 받아야 할 수당을 다 받지 못한 경우 △건설업에 근무한 노동자로,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피해 등 올해 한해동안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가 접수하고 처리한 상담사례들이 공유됐다. 노동자로서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광주시비정규직센터의 문을 두드려 달라는 주문이다. 비정규직 차별신고센터(1588-0620).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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