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이사장, 애완견 돌보느라 시설·장애인 방치”
“냉·난방 스톱, 곰팡이 빵 강요”…‘인권침해’ 현장

▲ ‘가교행복빌라 Shut Down 대책위원회’가 22일 광주시청 앞에서 시설 거주자들의 학대 사실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관련 사실을 알리는 피켓을 들었다.
도가니 사건의 피해자들이 임시거처로 옮겨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또 다시 참혹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무더운 여름 이사장이 키우는 강아지 방에는 에어컨까지 틀었지만, 시설 거주자들은 선풍기 한 대로 버텼다. 이들이 증언한 “개보다 못한 삶”은 열거할 수 없이 많다.

‘가교행복빌라 Shut Down 대책위원회(이하 가교 대책위)’는 22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시설의 학대 사례를 폭로했다.

“현 시설은 장애인이 주체가 아니라 이사장이 주체다. 이용자들은 상한 음식을 먹기도 하고 한 업체에서만 구입한 옷을 입거나 누군가 입던 옷을 입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사장 본인은 장애인들의 장애수당 카드로 본인이 사용하거나 직원들이 사용할 목도리, 점퍼를 구입했다.”

시설 거주자들은 혹한과 폭염 속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 왔다.

“겨울에는 보일러를 틀지 않아 방안에서 입김이 나오고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 폭염 경보 내린 날에는 차가운 땅바닥에 붙어서 열을 식혔다. 1년간 전기요금 내역을 뽑아보니 8~10월 요금이 가장 적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사장의 강아지 ‘간지’가 생활하는 방에는 에어컨을 틀었다.”

법인 ‘가교’의 대표이사(이사장)가 시설 거주자를 폭행하고 학대한 의혹도 드러났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강제로 몸을 붙잡게 한 뒤에 싹둑 잘랐다. 저항하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간식으로 올라온 음식이 상해 버리기라도 하면 그 이유로 혼이 났고 그 후 상한 음식은 직원들이 집으로 나눠 가져가 버렸다”

직원들 또한 부당한 대우와 모욕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인들의 금전으로 구입한 간식을 장애인들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사장에게 볼을 꼬집혔다. 이사장에게 명절선물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설장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사장의 강아지를 돌보느라 시설과 장애인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대책위는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시설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시설을 사유화한 법인 임원을 전원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또 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거주인들의 개별 지원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가교행복빌리지는 2000~2004년 광주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 일명 도가니 사건의 피해자 중 무연고자 19명이 2011년 임시보호 차원에서 전원조치 된 시설 중 한 곳이다.

지난해 9월 공익제보로 가교빌리지에서 발생한 폭행과 회계부정 등이 세간에 알려졌고 이후 광주시는 올해 1월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법인 ‘가교’의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시설장은 교체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확실한 사태 수습과 함께 장애인들의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책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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