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방지부서는 ‘욕받이 부서’” 감정노동
‘내일도 가야하는구나’ 불안감 호소도

▲ ‘LG유플러스 콜센터 사망사고 긴급토론회-법과 인권의 사각지대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 <사진제공=전북공대위>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공동주최로 열린 ‘LG유플러스 콜센터 사망사고 긴급토론회-법과 인권의 사각지대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수연 양이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어떻게 일을 했는지에 대한 증언과 관련 자료도 공개됐다.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노동·시민단체들이 수집한 증언과 증거들을 기반으로 이날 발표된 발제문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의 문제점’에 따르면 홍 양은 지난해 9월8일부터 숨지기 직전인 올해 1월9일까지 전주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SAVE부서(해지방지부서)에서 일했다.

SAVE부서는 해지를 목적으로 전화하는 고객들을 응대하며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주업무다. SAVE부서는 다른 부서에 비해 욕설 등 언어폭력에 더 심하게 노출되고, 이로 인한 정신건강의 위해성이 큰 부서다. 재직했던 사람들은 SAVE부서를 소위 ‘욕받이’부서라고 지칭하고 있다.
 
해지방어 실패 비율 실적 비교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한 강문식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선부장)에 따르면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는 하루 8시간 동안 채워야할 콜 수를 정해놓고 있었으며 이를 채우지 못하면 실적급 산정 시 불이익을 당한다. SAVE 부서에는 목표 해지등록률이 있는데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전체 통화 중 해지방어에 실패한 비율을 해지등록률이라고 해서 전국 5개 센터의 실적을 비교하고 있었다.

회사는 매일 아침 전체 센터의 실적을 공지하고, 업무 과정에서도 해지등록률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수시로 진행했으며 각자의 실적은 동료 상담노동자들과 순위를 매겨 성과급(실적급) 결정에 반영됐다. 또한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는 모든 부서에서 상품판매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해지방어 업무를 하는 SAVE부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실적 목표치는 상담노동자들에게 일일 단위로 부여되고 있다. 할당된 실적을 못 채운 경우 상담사들은 업무종료 후 남아서 영업 전화를 돌리거나 과제(공부)를 하고 간다.

강 집행위원장은 “대개 과제는 영업을 잘 한 사람의 콜을 듣고 공부하는 것인데 재직자들은 이를 체벌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재·퇴직자들은 한 결 같이 영업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한다”면서 “상담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홍 양의 업무 역시 일반 신규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도 동일하게 배분됐다. 정부는 기업에서 현장실습이 이루어질 때 전담지도자를 두고, 현장실습생의 직업 교육을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고객센터에는 별도의 전담지도자는 없었다. 홍 양을 비롯한 실습생들에게 기본 업무 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 목표실적도 예외 없이 배분되었고, 실습생들 역시 판매 실적을 못 채우면 퇴근 시간 이후 회사에 남아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전화를 돌리거나, 과제를 해야 했다.
 
실적 하달시 평가와 임금에 반영
 
실적 하달에 수반되는 실적 평가와 평가 결과의 임금 반영 역시 실습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 양은 수습 기간 수습동료들 중에서 3등급을 차지하는 등 상위권이었지만 정식근무 이후인 2017년 1월 실적은 9등급, 실적급은 4만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직 중인 전체 상담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순위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 있었을 걸로 짐작할 수 있다.

초과근무, 상품판매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홍수연 학생은 급여로 2016년 10월 86만4520원, 11월 116만 3260원, 12월 127만 2900원, 2017년 1월 137만 1020원, 2월 93만 2740원을 지급받았다.

강 집행위원장은 “회사는 고인에게 2016년 12월 상품판매에 대한 성과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는데, 회사는 미지급 성과급이 문제되자 뒤늦게 250,940원을 추가 반영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양이 체결한 실습협약서와 근로계약서 내용도 달랐다. 실습협약서에는 하루 7시간 기준 160만5000원의 월급이 지급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으나 근로계약서 상 기본급은 1개월(교육생) 113만5000원, 2개월(수습) 123만5000원, 3개월(수습) 128만5000원, 4~6개월째 133만5000원, 7개월 이후 134만5000원으로 돼 있다. 근무시간도 실습협약서에는 하루 7시간, 최대 8시간 근무이지만 근로계약서에는 하루 8시간에 추가 연장근로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3자 협약서 1주일만에 근로조건 악화
 
강 집행위원장은 “실습협약서는 9월2일에 학교, 학생, 업체 3자가 체결했지만, 근로계약서는 9월8일 학생, 업체 양자가 체결했다”면서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근로조건을 하락시킨 것은 업체가 학교와 학생을 기망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지적했다.

홍 양 뿐 아니라 다른 실습생들 역시 이 같은 문제를 겪었음을 드러내는 자료도 있다. 이 고객센터로 2016년에 파견나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은 33명이었지만, 2017년 2월 기준 10명만 남아있었는데(중도복귀자 22명의 복귀사유는 업무부적응, 자진복교, 재취업 등이었다) 잔류자 10명을 대상으로 전라북도교육청 위센터에서 진행한 상담기록에 따르면 △실적에 대한 압박 △감정노동 스트레스 △진로에 대한 불안 등이 주된 상담 내용이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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