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표 수리, 5·18과 ‘질긴 악연’ 종지부
“임~행진곡 부르겠다” 대통령 공약, 기념식 ‘제창’ 유력
보훈처 “새 정부 방침 따를 것, 늦어도 내주 초 발표”

▲ 지난해 5·18 기념식 행사장에서 쫓겨난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박승춘 떠났으니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 자리로 돌아온다.”

 줄기찬 사퇴 요구에도 버티기로 일관했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토록 바라온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 것.

 악순환을 반복해온 국가보훈처와 5·18광주민중항쟁과의 질긴 악연도 정권교체와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청와대 윤영찬 신임 홍보수석은 11일 “오늘 대통령께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낸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은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난 9일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정부가 주관하는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꼭 일주일 남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처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올해 기념식 기조가 전과 크게 달라질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취임한 박 전 처장은 그간 5월 단체 등의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제창과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묵살해 온 장본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3년 5·18 기념식이 정부행사로 승격된 이후 2008년까지는 본행사에서 제창돼 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과 2010년에는 본행사가 아닌 식전 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2011년과 2012년에는 다시 본행사에서 합창단이 합창했다.

 2010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기념식 식순에서 제외돼 오월 단체와 유가족 등이 기념식에 불참하고, 대신 망월동 구묘역에서 별도의 기념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홀대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이에 2013년부턴 2015년까지 5월 단체, 유족 등이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잇따라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게 해달라”는 당연한 요구를 박근혜 정부와 박 전 처장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5월 단체,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이 박 전 처장의 `사퇴’를 요구한 이유다.

 지난해 20대 총선을 계기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진 뒤에도 박근혜 정부와 박 전 처장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을 비롯해 당시 새누리당까지 전방위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가보훈처를 압박했지만 끝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 여야 원내대표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회동하며 “최소한 기념식 제창은 받아들여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박 전 처장은 이러한 일말의 기대도 져버렸다.

 `국론분열’을 이유로 “찬반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적인 제창 방식보다는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르는 합창 방식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었다.

 이에 지난해 5·18기념식에선 5월 단체들과 유족들이 국립5·18민주묘지 행사장에 들어서려는 박 전 처장을 쫓아내 버렸다.

 행사 후 “박승춘 보훈처장을 즉각 경질하라”는 지역사회의 분노는 더욱 커졌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개각을 단행하면서 박 전 처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가 취임하고 새 정부가 출범해서야 박 전 처장과 5·18의 악연이 끝나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기념곡 지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온 상황에서 박 전 처장의 `퇴장’으로 올해 제37주년 5·18기념식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새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곤 있지만, 대체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반영되지 않겠냐”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후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은 “전체적인 기념식에 대한 부분을 논의할 예정이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번에는 꼭 제창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5월 단체와 5·18기념재단은 조만간 국가보훈처와 만나 기념행사, 식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가 막 출범해 기념식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면서도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을 그대로 지킨다면 기념식 행사 방향도 그에 따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인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내주 초에는 37주년 5·18 기념식의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기념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늦어도 16일 정도에는 기념식과 관련한 내용을 결정해 발표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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