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따돌림’심각… “광주시 방관” 지적도
시민단체 “공익적 시민의 용기, 수모 되풀이”

▲ 19일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내부고발자 이모 씨와 시민단체 등이 광주지방검찰청에 `직장 내 따돌림’ 등에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지난 7월 요양병원장이 환자를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엔 진실을 밝혀줄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진술에만 의지한 진실 추적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병원 내 CCTV 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병원측은 CCTV 영상 기록이 없다고 했다. 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록하지 않았다는 해명이었다.

 폭행 사건의 실체가 미궁으로 빠질 무렵 “병원이 CCTV를 삭제하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폭로가 내부에서 나왔다. 병원 직원 이모씨가 용기를 내 진실을 밝힌 것이다. 이후 요양병원의 폭행은 기정사실화됐다. 검찰은 해당병원장을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내부 고발이 진실을 밝히는 결정적 열쇠가 된 것이지만, 당사자인 이 씨는 현재 해당병원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다. 병원 내에서 업무 배제·집단 따돌림을 당해 고립된 것. 우리 사회 내부고발자들이 겪었던 고통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19일 자신이 당했던 고통을 증언했다. 조직적인 따돌림과 업무 배제였다.

 지난달 8일 ‘CCTV 증거 조작’ 제보 이후, 병원측은 그를 업무에서 배제해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있게만 했다. 이때부터 이 씨는 “사직을 강요하는구나”라는 압박감을 느꼈다.

 평소 친했던 직원들도 그를 멀리했다. 한 직원은 이씨와 통화에서 속내를 드러냈다. “아무래도 당신(이 씨)을 멀리 해야겠다. 본의 아니게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처자식이 있어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이 직원은 몇일 뒤 다시 이뤄진 대화에서 “병원 관계자가 이 씨와 같이 어울리지 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병원 측이 조직적으로 왕따를 유도한 정황이다.

 병원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이씨 스스로 직원들 접촉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직원이 자신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이때부터 이씨는 구내식당 출입도 끊었다. 이후 식사는 컵라면과 야전 식량 등으로 떼웠다. 가게에서 사와서 운동장에서 홀로 먹은 것이다.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일을 시키지도 않았다. 우리 사회 내부 고발자들이 겪었던 전형적인 ‘직장 내 따돌림’이 이씨에게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직장 내에서 ‘투명인간’이 된 이 씨는 모멸감과 좌절감 속에 사직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부 고발자에게 정형화된 핍박이 되풀이되선 안된다는 생각에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내부 고발자 이 씨의 이같은 고통엔 광주시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씨는 19일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4일 광주시가 지도감독 공무원 1명을 파견했다고 들었지만, 근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환자 보호 및 직원 관리, 공익성 확보 등을 위해 관리감독 공무원을 추가 파견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광주시는 지금껏 묵살해 왔다”며 “제보자의 사례만 봐도 광주시가 지금껏 ‘인권’을 강조하고, 인권담당관실을 설치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공익을 위해 나섰던 한 시민의 용기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수모를 당하는가를 이번 사건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큰 상을 줘도 모자랄 제보자가 내부에서 고난을 겪게 된 건 광주시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립요양병원의 폭행과 증거 인멸에 대한 제재에 대해 광주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씨가 없었다면 사건 실체가 드러날 수 없었을 것임에도 광주시가 제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며 “이 씨가 병원을 자기 발로 나갈 결심까지 하게 된 상황은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관련 조례 취지를 망각한 광주시의 방관이 어우러진 결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해당 병원 관리감독 공무원은 1명으로도 소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추가 배치 하지 않았다”며 “시 담당자 역시 ‘직장 내 따돌림’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병원 관리자에게 이 씨와의 식사를 챙기고 소외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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