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낙태죄 폐지해야”

▲ 낙태죄 폐지 운동에 나선 전남대학교 페미니스트 모임 F;ACT.
광주 페미니스트들이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낙태죄 폐지 운동에 나섰다.

11일 전남대학교 페미니스트 모임 F;ACT는 광주 유스퀘어 앞에서 선전전을 열고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은 있으나 스스로의 몸을 통제할 권리가 없다”며 “국가가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를 정당화하는 형법 269조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형법 269조에 규정된 낙태죄는 적절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안전을 침해하고 있다”며 “강요된 침묵과 죄책감으로 ‘책임’만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여성은 지워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신과 출산의 책임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지는 것이나, 우리 사회와 ‘낙태죄’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임신중절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다”며 “임신과 출산의 책임은 남성과 국가도 함께 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낙태죄에 대해 “예외적으로 모자보건법에 따라 임산부에게 유전성 질환이 있거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낙태가 가능하지만, 미성년자나 비혼 여성의 임신 중절은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다”며 “동시에 위험한 불법중절시술과 가짜 임신 중절약은 여성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이 높았던 당시에는 ‘애 안 낳는게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낙태시술버스가 온 마을을 돌아다녔고, 저출산 시대에 들어선 현재는 낙태죄를 명목으로 여성들의 임신 중절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언제나 국가는 문제해결을 위해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고 비판했다.

“여성의 몸은 결코 통제수단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한 이들은 “여성을 애낳는 출산 기계로 보거나, 손에 쥐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발상을 그만 둬야 한다”고 성토했다.

덧붙여 “저출산 문제는 무시무시한 양육비와 유치원 대란, 교육 부담, 경력단절 등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현실적인 조건에 기반한다”며 “저출산의 근본 원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와 사회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서명이 한 달 만에 23만 명을 넘겼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 청원 이후 많은 이들이 청와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형식적인 공론화가 아닌 국회와 정부의 책임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장애와 질병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조항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것과 “안전한 시술을 위한 의료진 교육과 미프진 사용을 보장하고,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료적 선택지와 의료 환경을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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