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 이어 또 대형서점
…지역 책방 고사할 것”

▲ 광주 상무지구 한 빌딩에 부착된 교보문고 입점안내 플래카드.
 국내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가 다음날 광주 상무지구에서 오픈할 예정이어서 지역 책방들의 고사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10년 전 터미널에 영풍문고가 입점한 이후 몰아닥친 중소 책방 영업난과 폐점 행렬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역 서점들은 상생 차원에서 교보문고의 광주 진출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인데, 교보측은 “지역 서점과 대형 서점 간 역할이 달라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교보문고와 광주서점조합 등에 따르면, 교보문고 광주지점이 내년 1월 개점을 목표로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 내 대형빌딩 3층에 입점 준비를 하고 있다. 약 200평은 책방으로 조성하고 나머지는 문구·기프트류 등 판매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교보측은 지난 20일, 빌딩 전면부에 입점 예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교보문고 입점이 현실화된 것으로, 지역 서점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2006년 영풍 입점…50여 곳 문닫아”

 교보문고 입점 예정지 반경 300여 m내,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상무지구 한림서적, 삼복서점, 알라딘 중고서점 상무점의 충격이 크다. 그 중 한림서적은 대로를 사이에 두고 교보문고와 마주보고 있다. 1981년 충장로 한림학원 인근서 개점한 후 상무지구로 이전해 30년 넘게 운영해온 한림서적 박평기 대표는 “바로 앞에 대형 서점이 들어온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 앞으로 이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물론 지역 중소 서점들의 위기가 근자의 일이 아닌 건 자명하다.

 박 대표는 “IMF로 광주 서점가가 위기를 겪은 이후 온라인 서점 활성화와 학령인구 감소, 거기에 영풍문고 입점이 더해지며 급격한 쇠락기를 겪었다”면서 “IMF가 오기 전까지 광주에만 약 320여개의 서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4분의 1만 남아 80여개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교보문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국대형서점 영풍문고는 2006년 광주에 진출했다. 광천동 터미널 유스퀘어터미널에 입점 후, 차츰 그 세를 확장하면서 인근 50여개의 서점이 문을 닫았다는 게 서점조합 측 설명이다. 현재 광주서점조합이 추산하는 영풍문고 일일 매출은 약 5000만 원으로, 50개의 소규모 서점의 매출과 맞먹는 수치다. 이 여파로 광주 도심 충장로 삼복서점도 개점 76년 만인 2008년 폐점, 운남점과 상무점 등 2개 분점만 남게 됐다. 2012년엔 충장로에 마지막 남은 충장서림까지 지상 1·2층을 포기하고 지하 1층으로 축소 이전했다.

 이렇듯 영풍문고 입점의 충격파를 경험한 광주지역 서점가들의 교보문고 공포는 극에 달한 상태다. “교보까지 들어오면 남아있는 광주지역 서점가 절반 가까이 사라질 것”이라는 토로가 그치지 않는다.

 조강우 광주서점조합장은 “지역 서점은 온라인 서점과 비교했을 때, 책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현장성을 확보해 그나마 버티고 있었다”며 “그러나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시스템이 지역 상권에 직격타가 될 것”이라고 제기했다. ‘바로드림’이란 인터넷을 통해 책을 주문할 시 인근 영업점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 조합장은 또 “교보문고는 타 서점과 달리 중간도매상을 끼지 않고 출판사에서 저가로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커서 각종 프로모션이 가능할 것”이라며 “카드사·출판사 등 제휴 협력업체를 통한 할인까지 하게 되면, 고객들은 당연히 대형 서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칫하다간 광주지역 내 영풍문고와 교보문고 간 고래 싸움에 밀려 지역 서점들은 새우등 터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교보 측 “지역서점과 역할 달라…악영향 없다”

 이와 관련 교보문고 측은 “지역서점과 대형서점 간 역할이 다르다. 최근 울산·대구 등 타 지역에 진출했을 때 지역 상권에 해악을 끼친 바 없다”며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교보문고의 브랜드를 지역에 확산시키고 독서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 입점하는 것”이라면서 “대부분 학습참고서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는 지역 서점을 존중,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대로 개점 이후 1년 6개월 간 학습참고서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서점이 공급받기 어려운 신간 도서 등은 교보문고가 직거래한 도서를 저가에 공급하는 등 협약을 타 지역에서 진행한 바 있고, 광주에서도 지역 서점과 상생해 독서 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광주서점조합 측은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보문고의 입점이 철회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1987년에도 교보문고의 입점 시도가 있었지만, 광주서점조합이 집회 등을 통해 막아낸 바 있다. 조 조합장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광주시 등에 입점 철회 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교보문고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교보문고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지역 서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전국서점조합과 연대, 광화문 앞 집회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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