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주거권개선네트워크 촉구

 지난 15일 새벽,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공장 컨테이너에서 잠자던 한 베트남 노동자가 화재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에 ‘임시 주거시설’에 기거하는 경우에도 숙소비를 선공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데 대해 “불법 무허가 건축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도록 고용노동부가 사실상 용인하는 지침”이라며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제 노동시민 및 법률 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주노동자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이하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17일 성명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열악한 임시 주거시설에 이주노동자를 방치하는 ‘숙식비 징수지침’을 폐기하고,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숙식비 징수지침’에 대해 “불법 무허가 건축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도록 고용노동부가 사실상 용인하는 지침을 마련한 셈이며 이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에 오히려 역행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지침과 관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21일 ‘열악한 환경의 임시 주거시설을 숙소의 한 형태로 정당화’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지침을 정비하고 이주노동자 주거시설의 안전·위생·사생활 보장에 대한 주거환경 기준 마련 및 관리·감독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이주노동자가 컨테이너나 가건물,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지내다가 참사를 당한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올해 2월 7일에는 인천의 공장 컨테이너 외국인 근로자 대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1월17일에는 경기 광주시 가구공장 외국인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저적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은 소방시설은커녕 소화기조차 마련되지 않은 불법 무허가 건축물에서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면서 “이처럼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어 이에 대한 우려와 대책마련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음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주거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열악한 거주시설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지침뿐만 아니라 현행법은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주거권 보장에는 매우 미흡하다”면서 “‘근로기준법’ 상 기숙사 규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개정되지 않은 채 당시 기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제100조에서 근로자의 건강, 풍기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추상적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기숙사의 구조나 설비·보안·안전·위생 시설 등 삶에 필수적인 설비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법 건축물, 안전시설 미비에 대해서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역시 고용허가의 요건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숙사 기준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로 인해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비닐하우스로 만든 패널 칸막이 공간에서 비가 세고, 통풍이 안되며, 냉난방시설이 없어도 참고 지낼 수밖에 없으며 숙소의 열악한 상태 또는 그에 대한 과도한 비용 공제에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여도 조사나 감독, 시정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우리는 그동안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개정의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이에 이용득 의원은 2017년 9월27일 근로자 기숙사 설치 기준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감독 및 지원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의 개정안을 발의했다”면서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도록 국회의 조속한 관련 법제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적절한 구조와 설비, 환경을 갖춘 기숙사를 제공하여 노동자의 건강, 안전, 사생활을 보호해야 하며, 고용노동부장관은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지도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와 근로계약 체결 전에 기숙사에 대한 정보를 사전 제공해야 하며, 계약과 다르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숙사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는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어 온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일터 옆에 제공하는 숙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주거권 보장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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