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상무대서 ‘5·18영창 특별전’ 10일 개막
분노·저항·통곡·진실 등 ‘스물 세개 방’ 전시

▲ 10일 옛 상무대 영창에서 ‘5·18영창 특별전-스물 세개의 방 이야기’가 개막한 가운데, 전시를 준비한 5·18기념문화센터 임종수 소장이 참석자들과 전시실을 둘러보며 직접 전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1982년 창단한 해태 타이거즈는 1999년까지 5월18일 광주에서 홈경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 뒤늦게 전두환 군사정권이 5월18일 광주 무등경기장에 1만여 명의 시민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5월18일 치른 11번의 원정 경기 중 해태는 호남 연고인 쌍방울에게만 2패했을 뿐 9번 모두 승리를 거뒀다.”

5·18, 광주에 있을 수 없었던 해태 타이거즈의 ‘슬픈 이야기’다.

5·18민중항쟁 당시 시민들이 고초를 겪었던 옛 상무대 영창(5·18자유공원)에서 10일 ‘5·18영창 특별전-스물 세개의 방 이야기’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옛 상무대 영창 내 각 공간을 활용해 1980년 5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5·18의 역사와 아픔, 말하지 못했던 진실 등을 스물 세개의 방에 나누어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 반란의방, 학살의방, 통곡의방…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와 5·18민중항쟁의 발생을 다룬 ‘반란의 방’부터 시작하는 전시코스는 계엄군의 무자비한 시위진압, 시민참여와 항쟁의 확산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5월20일 오후, 총상 환자가 들어오고 있다. 가슴이 터지고 머리가 깨어져 들어오고 있다. 시위대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초기에는 학생 데모였는데 이제 아줌마, 아저씨,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모두 시위대이다. 아니더라도 모두 길거리에 나와 박수와 성원, 밥 해주고 돈 걷어주고 물 뿌려주고 음료수 주고 태극기를 걸어준다.”

‘저항의 방’, 당시 전남대학교병원 소아과 레지던트였던 조석필 씨가 남긴 ‘80년 오월의 일기’ 중 일부가 당시 사진과 함께 걸려있었다.

함께 주먹밥을 나누고, ‘해방기간’ 서로 협력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5·18영창 특별전’. 5·18 당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한 계엄군의 사진, 무기 등이 전시돼 있다.

이러한 시민들에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한 계엄군의 만행도 적나라하게 전시됐다. 학살의 방, 공포의 방에선 공수부대 집단발포와 시민군의 무장항쟁, 시민들을 폭도로 내몬 신군부의 음모와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무장폭동의 수괴’로 분류돼 지하실 독방에 갇혀 혹독한 고문 수사를 받았던 시민군 상황실잘 박남선 씨의 이야기, 계엄군에 붙잡혀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가는 시민들의 모습 등.

불의에 맞섰다는 이유로 영창에 끌려간 시민들은 1인용 식판에 다섯 숟갈도 안 되는 밥(헌병대 식당 전시)만 먹느라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오줌은 2초, 똥은 20초’. 150명을 빽빽하게 가둬 놓은 영창 한 방엔 화장실이 고작 1칸이었고, 생리적인 문제도 마음대로 해결하지 못해 고통을 겪은 증언도 전시(영창)돼 있다.

북한 침투설, 광주교도소 습격 설 등 5·18을 폭동으로 내몰기 위한 신군부의 악의적인 왜곡 시도와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국내외 기자들의 노력이 담긴 기록물도 전시돼 있다.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출판물들.

노약자의 관람이 제한된 ‘통곡의 방’은 당시 잔인하게 학살된 시신들의 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

▲‘오줌은 2초, 똥은 20초’

“5·18은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 지난한 투쟁이 이후로도 지속됐다.”

이날 전시와 관련해 5·18기념문화센터 임종수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6월 항쟁, 광주청문회, 전두환·노태우의 내란죄에 대한 대법원의 징역 17년 판결, 최근의 5·18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 5·18 이후로도 끊임 없이 진실을 밝히고, ‘그들’의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의 과정도 다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밝힌 감동적인 기념사는 각 방마다 그에 맞는 부분을 발췌해 전시하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 김사복 씨의 사진과 이야기들.

5·18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푸른눈의 목격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의 취재를 도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틸컷과 실제로는 영화와 달랐거나 영화엔 없었던 힌츠페터, 김사복 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김사복 씨는 광주에 다녀온 뒤 당시 22살이던 아들에게 광주에서 벌어진 참상을 설명하면서 ‘같은 민족을 어떻게 그렇게 죽일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간경화를 앓았던 김사복 씨는 완치 후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고 다시 술을 들기 시작했고, 4년 후 5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가 전한 이야기다.

▲“타이거즈 5월18일엔 절대 질 수 없었다”

매년 5월18일 광주서 홈경기를 치를 수 없었던 해태 타이거즈의 비사도 공개됐다.

“해태가 5월18일은 어김 없이 광주에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5월18일은 한 번도 우리가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수들의 마음이었죠. 5월18일의 패배는 우리 호남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슬픔의 방’에 담긴 김성한 전 해태타이거즈 감독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매년 5월18일이 되면 광주 밖에 있어야만 했던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 전 감독은 “그래서 더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수들의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김승필 씨와 김성한 전 감독은 이날 열린 특별전 개막행사에도 직접 참석했다.

임종수 소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지난해 5·18특별법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며 “전시 관련 자료들을 보면서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가까운 곳이 이런 아픔의 현장이 있다는 걸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전시회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시 취지를 고려해 이날 개막행사에선 테이프 커팅 등을 생략했다.

이번 전시는 29일까지 평일, 주말, 공휴일 연중 무휴로 진행(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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