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트램·BRT 등 ‘지상화’ 바탕 재검토 요구
광주시, 혁신위 상당수 “저심도 유지” 입장 확고
“선택지 제한” 이용섭 의중 촉각…논의 방향 좌우

▲ 지난 2월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시철 2호선과 관련한 행정행위 중단과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는 광주 도시철도 공론화 요구 시민모임(현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이 다시 한 번 ‘공론화’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까?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의 ‘광주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에서 현 저심도 방식과 지상화 등 대안 모색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당선인의 ‘결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내내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광주시장 출마 후 이 당선인은 “150만 인구에서는 도시철 2호선이 필요 없지만, 200만 도시를 고려하면 2호선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재정적자,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공론화를 거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특히, “건설을 하더라도 예산문제와 외곽지역 교통이용불편을 고려하면 꼭 지하철로 해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트램 등 지상철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 2호선은 총 연장 41.9km 순환선으로 평균 4.3m 깊이의 지하로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지난 17일 공식 출범을 알린 혁신위의 환경·교통·안전분과위원회는 도시철 2호선을 주요 현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분과위원회에는 도시철 2호선 공론화를 요구해 온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옛 광주 도시철도 공론화 요구 시민모임, 이하 시민모임)’의 변원섭 공동대표도 참여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저심도’ 방식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의 모든 행정행위 중단과 전면 재검토, 새로운 미래지향적 교통수단 모색”이 시민모임의 공식 요구다.

이러한 요구를 하고 있는 시민모임 측 인사가 혁신위에 참여한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상 도시철 2호선에 대한 재검토 의지를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가하면 반대로 시민모임에선 “이미 짜여진 각본에 들러리만 서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변 대표도 “우리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혁신위 참여를 통한 이 당선인과의 ‘담판’ 의지를 강조해 왔다.

지난 20일 이 당선인과 혁신위, 광주시, 시민모임이 서로간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지난 20일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의 변원섭 공동대표가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 광주혁신위원회, 광주시를 상대로 시민모임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변 대표는 현 기본계획의 토대가 된 수요예측, 향후 예상되는 운영적자(시민모임 연간 1300억 원, 광주시 연간 700억~800억 원 주장) 규모, 2조579억 원의 총 사업비가 실제 공사 과정에서 3조 원 가까이 증가할 가능성 등에 대한 정밀한 재점검을 주장하며 “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안적이 교통수단을 모색하자”고 밝혔다.

특히, 트램(Tram)이나 BRT(간선급행버스) 등 지상으로 이동하는 대안 교통수단의 국내외 적용 사례 등을 제시하며 ‘지상화’를 적극 제안했다. 시민모임 차원에서 직접 트램과 BRT를 도시철 2호선 전체 노선 41.9km에 적용해본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광주시도 적극 반대 입장을 폈다. “정시성, 신속성 측면에서 저심도가 훨씬 나은 데다 지상화 방식은 도로 폭 축소에 따른 혼잡비용, 대체 통로 고민 등의 문제를 감당할 수 없을지 의문”이라는 것.

변 대표와 함께 환경·교통·안전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영길 도시교통연구원장도 ‘지하철’ 건설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서로간 입장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해 치열하게 논쟁과 토론을 진행해 보자”고 밝혔다.

다만, 이에 앞서 이 당선인이 한 발언은 시민모임에 고민을 안겨줬다.

지난 5월30일 트램, BRT를 현 광주 도시철도 2호선 노선에 적용해 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의 워크숍.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도 후보 신분으로 이 워크숍에 참석했다.<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 제공>

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밝힌 공론화, 지상화 검토 입장과 관련해 “지난 19일 광주시 업무 보고를 받고 선택지가 제한됐다는 것을 느꼈다”며 “행정의 일관성, 되돌릴 때 부작용, 유지할 때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선택지 제한’은 “당초 생각과 달리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 볼 여지가 좁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저심도 방식의 원안을 그대로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 당선인이 ‘속도감’을 강조하며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직접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모임은 일단 이 당선인이 “더 치열하게 논쟁해보자”고 한 것을 믿고 혁신위에 참여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긴 했으나 후보 시절 ‘지상화 검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는 것에도 시민모임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민모임의 한 회원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행정행위 중단과 지하철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전제로 한 공론화 추진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혁신위 논의가 제대로 된 공론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우리 목표와 진의가 혁신위 운영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이용당하는데 그칠 우려가 있을 경우 더 이상 참여를 중단하고 그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려내며 장외 투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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