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주·자치구, 개당 200만 원 우산형 그늘막 설치
작년비 10배↑…미관·성능 불구 “고비용 저효율” 지적
기둥은 사철 보도에 남아…교통약자 등 보행 장애 우려

▲ 광주시청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우산형 그늘막 쉼터’. 1개를 설치하는 비용만 200만 원에 달한다.
 작년 여름 폭염때 광주시내 주요 교차로나 정류장에 설치돼 열기를 피하게해줘 ‘저비용 고효율 행정’으로 호평받았던 그늘막 텐트가 올해는 우산형 그늘막으로 업그레이드돼 설치된다.

 우산형 그늘막은 기존 텐트형과 달리 도로에 고정시켜 점용 등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관·햇볕 차단 능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기능이 강화됐다. 하지만 개당 설치비용이 200만~330만 원에 달하는 등 작년보다 10배 가까이 비싼 ‘고비용’ 구조여서, 그만큼의 ‘효율’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른다.

 광주시는 올해 도심 곳곳 주요 교차로에 ‘우산형 그늘막 쉼터’ 70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인데,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이 1억3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광주시·자치구 올해 1억9300만 원 투입
 
 9일 광주시에 따르면, 5개 자치구에 ‘폭염대책비’ 1억3000만 원을 지원, 구별 우산형 그늘막 쉼터 10개 이상씩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광주 동구·남구·광산구는 각각 10개 씩, 서구와 북구는 20개의 우산형 그늘막 쉼터를 설치한다. 또 북구는 2000만 원, 서구는 4300만 원의 구비를 그늘막 설치에 추가로 투입했다.

 우산형 그늘막 70여 개 설치에 총 1억9300만 원이 투입된 것.

 새로 도입된 우산형 그늘막 쉼터는 작년에 설치돼 호응을 받았던 기존 몽골텐트·캐노피 천막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 텐트는 모래주머니 등으로 임시 고정해 파손 우려가 컸다. 특히 임시로 설치됨에 따라 “도로 부속물은 토지에 정착한 시설이어야 한다”는 도로법 위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새로 설치된 우산형 그늘막 쉼터는 우선 튼튼하다. 입지 역시 플레이트와 기둥을 토지에 고정시켜 기존의 위법 논란을 극복했다는 게 광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막대하다. 작년에 설치됐던 기존의 텐트는 한 동에 20만 원 상당이면 충분했다. 반면 올해 설치되는 우산형 그늘막 쉼터는 이보다 10 배 가량 비싼 개당 200만 원이 투입된다. 단가가 비싸지면서 광주시는 올해 여러곳에 설치해 많은 시민이 혜택을 누리는 방식보다, 주요 교차로 등 거점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특히 서구에 설치된 그늘막은 고급형으로 단가가 더 비싸다. 더 견고한데다 방수와 햇볕차단 기능이 더 뛰어난 제품으로 개당 330만 원의 설치비용이 들어간다. 서구청 관계자는 “여름철만 운영하고 회수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관내에선 4계절 내내 우산형 그늘막을 펼쳐 활용성을 높일 것”이라면서 “비싸도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이 담당자는 “지난해 천막형 그늘막 중 2기가 파손돼 철거한 일이 있다”며 “올해는 더 튼튼한 고급형을 선택했다”라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우산형 외에도 기존 ‘천막형’ 그늘막도 130곳을 설치, 광주시내에 총 200여 곳의 그늘막이 운영될 전망이다.
광주 북구가 전남대 후문 앞 횡단보도에 설치한 우산형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햇볕을 피하고 있다.
 
▲폭염 근본 대책도 아닌데 “고비용 땜질책”

 그늘막은 작년 서울 서초구에서 시작한 ‘서리풀 원두막’이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광주도 지난해 각 자치구에서 경쟁적으로 나서 총 100여 개의 그늘막을 설치한 바 있다.

 당시 개당 설치비는 20만 원 정도여서, 시민들은 “저비용 고효율 행정”이라고 호평했다.

 올해는 개당 설치비가 10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어서 시민들 반응이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민들은 벌써 “고비용 저효율 행정”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늘막이 폭염 대책의 핵심 정책이 될 수 없음에도,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것.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그늘막 행정은 작은 자치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주민들 편의를 챙길 수 있는 행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이라며 “더 큰 단위 지자체의 지원으로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고급형 그늘막을 설치하는 것은 애초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나 정부가 폭염대책에서 챙겨야 할 부분은 녹지의 증가, 나무 심기, 물순환,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지, 그늘막 설치에 큰 돈을 쓰는 건 아니다”면서 “자치구는 자치구대로 주민과 가까이서 행정을 하고, 시는 멀리 보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담당자는 “한정적인 예산 때문에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곳에 설치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면서 “그늘막 설치 외에도 무더위 쉼터 냉방비로 2억6000만 원, 도로 살수 정책으로 6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폭염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뭔가 고정땐 다양한 고민 선행돼야”

 비용 외에 지적되는 문제는 더 있다.

 우산형 그늘막은 바닥에 네모난 플레이트를 시멘트로 고정하고 기둥을 세우는 형식이다. 기둥에 우산을 고정해 그늘을 제공하는데, 이는 사계절 운영하는 서구를 제외하면, 6월~9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그늘막은 사각 플레이트와 기둥으로 도로위에 고정된다.

 하지만 고정식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우산이 철수해도 플레이트와 기둥은 봄·가을·겨울에도 도로에 남아 있게 된다. 보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교통약자들을 괴롭히는 도로의 볼라드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구조물이 될 것이라는 것.

 이와 관련 광주시는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구석으로 붙여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 하지만 본보가 확인한 몇몇 우산형 그늘막은 보도 한 가운데 설치돼 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는 “재난관련 행정부서에선 폭염 대책에 치중해 그늘막을 설치하지만, 도로에 뭔가를 설치할 때에는 교통 약자들을 위해 많은 점이 고려돼야 한다”면서 “이같은 시설물은 나중에 민원으로 또 다시 수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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