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중 1/3 ‘쿨링포그’ 설치, “물분사 냉방”
선풍기로 버티기도 여전…“상인회 따라 격차”

▲ 선풍기와 쿨링포그.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양동시장 내에서 냉방시스템의 양극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바깥 외출조차 꺼려지는 요즘. 냉방시설이 미흡한 전통시장에선 시시각각 ‘더위 사냥’이 벌어진다.

 선풍기 바람으로는 더위 쫓기가 쉽지 않아 얼음물, 차양막, 최신식 냉방기기까지 등장했다.

 시원한 대형마트에 손님을 절반 이상 뺏겼는데, 속절없는 더위만이 진을 치고서 상인들 숨통을 조여 오는 탓이다.

 폭염이 계속된 18일 오후 2시, 광주 한복판에 자리한 양동시장은 한산했다. 늦은 점심식사 중인 상인들의 이야기 소리와 바삐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적막을 채우고 있었다.

 점포마다 선풍기 한 대씩은 기본으로 작동하는 듯 했다. 일반 선풍기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소형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도 흔하게 보였다.

 상품 진열 냉장고에 얼음물을 보관 중이던 상인 A씨는 “선풍기와 얼음물 없이는 여름을 버틸 수 없다”며 쓴웃음으로 선풍기 한 대를 가리켰다.

 시장 내부의 기온은 펄펄 끓는 바깥보다는 참을 만했다. 10m 높이 이상 아케이드가 설치된 일부 구간은 그늘 덕에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간 계속되는 더위 탓인지, 손님들이 뚝 끊긴 탓인지 상인들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무더위에 매출 뚝…“문 열어야 하니”
 
 시장 한 켠에서 무를 판매하는 80대 상인은 “더워서 무가 빨리 썩기 때문에 팔아야 하는데, 손님이 없다”며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건어물 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공중에서 찬 공기가 훅 끼쳤다. 점포의 간판 쪽에 설치된 ‘증발냉방장치’였다. 요즘 주목받는 ‘쿨링포그(cooling fog)’ 시스템처럼 물을 안개처럼 분사시켜 찬바람으로 퍼뜨리는 장치다.
18일 양동시장 내 설치된 ‘증발냉방장치’ 작동 모습.

 시장 안에서 마주친 최신식 냉방기기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데, 생선가게 상인이 “더운께 설치한 것이여”라고 말을 건넸다.

 그는 “(증발냉방장치를) 한 달 전 상인회 주도로 설치한 것인데, 설치 후 훨씬 시원해져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냉방장치는 물이 뿜어져 나올 땐 푸른색 조명이 켜지고, 바람이 나올 때는 초록색 조명으로 바뀌어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양동 건어물 시장 상인회는 “전통시장현대화 사업으로 정부에서 예산을 따와 상인회비 일부를 보태고 냉방장치를 설치하게 됐다”며 “더위뿐 아니라 미세먼지에도 효과가 있어 상시적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동시장엔 올해 총 165개의 증발냉방장치가 설치를 마친 상태. 한 대당 300만 원꼴로 양동시장 내 107개, 건어물 시장 내 57개가 설치됐다. 양동시장 기준 3분의 1 정도의 설치율이다.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효과적”이라는 상인회의 설명을 듣고 보니, 최신 기계가 가져온 선선함이 더 체감됐다.
양동시장 내 건어물 시장에 설치된 ‘증발냉방장치’.
 
▲7개 상인회별 현대사업 찬양지차
 
 반면에 작은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는 상인들도 존재했다. 양동시장에서 복개상가로 넘어가는 구간 등 시장의 사각지대마다 무더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노점들이 눈에 띄었다.

 양말 노점을 운영 중인 82세 노모는 이른 아침 문을 열어 약 12시간을 뙤약볕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파라솔 두 개와 1.5L 얼음물 한 통이 폭염을 견디는 유일한 방편이다.

 “옛날에는 파라솔도 없이 장사했는디 인자 이거라도 있은께 살지라. 이짝은 전기를 쓸 수 없는께 옆에 점포서 얼음물을 얼려주믄 묵쏘야. 한푼이라도 벌라고 나오는디 평소보다 절반밖에 못 폴아.”

 노점의 경우 대부분 해당 구역별로 상인회에 소속돼 있지만, 온전한 점포가 없는 이상 아케이드나 냉방기계 등의 혜택에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건어물 시장이 아닌 다른 양동시장 상인들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또한 양동시장은 구역별 7개의 상인회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뛰어드는 정도도 천양지차.

 한 상인은 “전통시장이 쇠락해 가면서 정부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지경이 됐지만, 정식 점포를 갖지 못하거나 상인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그런 사업에서 조차 소외될 수밖에 없다. 없는 이들은 더 없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든다”고 말했다.

 양동시장에는 양동, 건어물, 수산, 닭전길, 복개상가, 산업용품, 경열로 등 7개의 등록 또는 인정시장이 존재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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