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 참여 좋은 경험” “존중없는 토론 아쉬워”
일부 시민 “처음엔 반대, 공론화하면서 찬성으로”

▲ 지난 10일 금호리조트 화순에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종합토론회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뒤 243명의 시민참여단을 대표해 9명의 시민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갖고 공론화 참여 소회를 밝히고 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이 250여 명의 시민참여단의 선택을 통해 건설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이 결정됐다. 무려 16년간이나 찬반 논쟁이 되풀이된 지역의 최대 현안을 푸는데 직접 참여한 시민들의 소회도 남달랐다.

 지난 10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종합 평가 시간과 폐회식 후 진행된 시민참여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들어보고 토론하며 광주의 중요한 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경험을 해봤다는 점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가운데, 토론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태도에 대해선 아쉬웠다는 쓴소리가 적지 않았다.

 처음에 가졌던 찬반에 대한 생각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달라졌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윤현선(20대): 처음 전화를 받고 (시민참여단)대상자가 됐을 때는 무조건 ‘2호선이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러닝(e-Learning) 등 자체 학습을 하면서 반대하는 이유를 알게 됐고, 종합토론회를 통해 30~40대, 50·60·70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광주에 2호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좀더 방향성을 갖게 됐다. 1박2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저희가 광주시의 큰, 16년의 정책 결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의무감, 무게감이 참 크게 느껴졌다. 시민참여단 수당으로 30만 원을 받는데, 그러한 가치를 고려하면 30만 원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창일(20대):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해 처음엔 잘 몰랐는데, 공부를 하면서 반대를 하게 됐다. 그런데 종합토론회에서 반대 측이 제시한 (다른 교통 대안 등에 대한)방안이 저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너무 아쉽지만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공사 이전 절차에 의문을 가졌었고, 환경영향평가가 상당히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것에 불만이 많았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관련한 사정을 이해하게 됐고, 광주의 미래를 위해 이 방향(2호선 건설)이 좋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아쉬운 것은 토론 과정에서 요점에서 벗어나는 대답이 많았다는 점이다. 질문자들이 물어본 정확한 쟁점을 회피해서 (토론 패널들이)자기 주장만 펼치는 게 보기 싫었다. 시민 입장에서 궁금한 게 많은데 패널들끼리만 주제를 던지고 질문하는 것도 상당히 불편했다. 또 여기(종합토론회) 오기 전 금남로 앞 지하철 역에서 ‘광주시는 2호선과 함께 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의아했었다. ‘아니 벌써부터 (2호선 건설 결정이)떨어진건가’ 생각이 들어서 불편했다.
 
 ▲조선영(30대): 처음엔 찬성 입장이었는데, 이러닝을 들으면서 한정된 내용이지만 많은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종합토론회 와서 30~40대, 50대, 60대, 70대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세대마다 나름의 고충과 고민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반대 측과 찬성 측 모두 너무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만 숙의를 해가지고 와서 아쉬었다. 서로의 의견에 대해 더 정중하게 들어주고 답해주면 좋았을텐데, 토론하다가 언성도 높아지고 해서 참 그게 아쉬웠다. 시민참여단 250명이 모여서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9~10일 금호리조트 화순에서 진행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에서 한 시민이 2호선 관련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김병규(직장인): 시민참여단에 주어진 자료를 보면 똑같은 자료라도 개인적 해석·판단이 들어가 있는데, 그로 인해 ‘진실인가 아닌가, 이게 팩트인가, 추정인가’하는 혼란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직접 토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유익했다. 세대별 확연한 생각 차이, 해석의 차이 등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문혜경(광산구 직장인): 자체 학습 기간에는 저의 주관이 먼저였다. 반대 쪽 자료는 거의 보지 않았는데, 와서 공론화하면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차후엔 내가 왜 찬성하는지 자료를 가지고 다듬을 수 있었다. 나중에 또 이런 자리가 있다면 참석해 보고 싶다. 다만, 오기 전 찬성 현수막을 보고 ‘어 이미 (2호선 건설 결정이)됐나 보네’하고 생각을 했다. 나중엔 ‘달량 두량’이라는 반대 현수막도 보면서 ‘찬성이나 반대나 똑같지 않나’고 생각을 했는데, 공론화 와서 봤더니 찬성 측은 도시철도공사 자금으로, 반대 측은 사비를 털어서 그런 거 였다. 이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 차후에는 철저히 막아주시는 게 좋을 거 같다. 또 학원에서 일하는데, 공론화 참여로 일을 빼고 왔다. 그래서 내일(11일)은 하루 종일 보강해야 한다.
 
 ▲안점심(북구 신안동 거주, 직장인): 저는 공론화가 이렇게 막중한 일이지 몰랐다. 시민참여단이 됐다고 해서 걱정도 됐다. 제가 한 대학교에서 일하는데, ‘공결처리’가 안 된다고 해서 휴가를 내고 왔다. 처음엔 2호선 노선이 무등경기장, 광천터미널을 지나지 않아 반대했는데, 시민참여단이 되고 나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전부 찬성하더라. 공론화에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나도 반반하고 왔지만, 광주시민 대표로 왔는데 꼭 반대만 해선 안 되겠구나’ 해서 찬성을 선택했다.

지난 10일 금호리조트 화순에서 열린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종합토론회에 참여한 243명의 시민참여단이 최종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양호철(서구, 시니어 참여단): 자체 학습 기간과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궁금한 점이 해소되고 의사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세대간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토론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저희 조에서 1명이 정말 강하게 2호선을 반대하셨다. 알고 보니 택시운전사로 일하고 있어 지하철 공사 기간 택시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걸로 생각하는 거였다. 공론화 과정은 직접민주주의의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하는데, 토론 과정에서 ‘수치’에 대한 주장이 서로 달랐던 것 같다. 앞으로 공론화를 할 때는 객관적인 수치에 대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서 어느 게 맞는지 알려주면 공정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남희(남구, 시니어): 2호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시민참여단으로 참여하면서 2호선에 대한 세부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됐다.
 
 ▲박경희: 여기 오기 전에는 2호선 문제가 내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책이 이뤄지면 그러려니 했는데, 참여하고 보니까 ‘아 내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보현: 우리 손으로 직접 미래교통의 비전을 결정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내가 이런 결정에 참여했다’ ‘직접민주주의 참여했다’는 것을 통해 훌륭한 인권 시민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이태경: 저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2호선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다. 아쉬운 점은 시민들과의 소통이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질문하고 대답받고 다시 피드백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본인들이 주고 싶은 정보만 주는 느낌이었다.
 
 한편, 이번 공론화 시민참여단은 당초 1차 표본조사 대상인 2500명 중 연령, 성별, 지역 등을 고려해 250명을 선정했으나 지난 9~10일 종합토론회에 실제 참석한 인원은 243명이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