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내렸다” 성과, 불공정 시비 과제로
“찬성이든 반대든 수용” 16년여 논쟁 끝
“갈등 현안 시민 직접 해소” 새로운 경험

▲ 지난 9~10일 금호리조트 화순에서 진행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의 공론화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최종 권고안 발표가 남았지만, 가장 핵심인 2호선 찬반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 10일 ‘찬성’으로 이미 발표된 상태다.

 16년이나 찬반 논쟁을 되풀이한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다수 시민들이 직접 토론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통해 결정했다는 것은 이번 공론화가 남긴 성과다. 지역 현안 갈등을 시민들의 참여로 해소하는 직접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론화 준비 과정부터 불거진 광주시의 개입과 공정성 논란은 두고 두고 ‘옥에티’가 될 전망이다. 충분한 기간이 확보되지 못해 2호선 건설 찬반에만 매몰돼 광주 미래교통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시민참여단 “어떤 결정이든 수용”

 지난 10일 금호리조트 화순에서 진행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대다수 시민참여단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하고 광주미래를 위해 함께 하자”는 점을 강조했다.

 1박2일간 쉴 새 없이 2호선 관련 쟁점 토론을 진행하고 최종 설문조사까지 마친 시민들의 표정에선 긴장감보단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시민참여단 19조에 참여한 한 청년은 “내가 가진 의견이 우리 세대만의 의견이 아니고, 한편으론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세대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세대가 같은 생각,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산구 주민 김갑배 씨도 “찬성이든 반대든 결론이 나면 거기에 승복하는 광주시민이 되자”며 “16년을 끌어온 지하철 2호선 문제가 마무리될 수 있어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들은 결과와 상관 없이 광주시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철 2호선 공론화는 지난해 연말부터 제기돼 올해 초 ‘윤장현 시장 임기 내 도시철도 2호선 착공반대 시민모임(현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 이하 시민모임)’이 꾸려지면서 쟁점화됐다. 이는 지난 6·13지방선거와 맞물려 광주시장 선거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기에 이르렀다.

 선거 과정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찬성한다”면서도 “재정적자,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며 공론화 뜻을 밝혔다. 당선인 시절과 취임 초 공론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긴 했지만, 이러한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 10일 최영태 공론화위원장이 광주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찬반 설문조사 결과가 담긴 봉투를 개봉하고 있다.
 
▲9월 공론화위 출범 두 달 만에 결론

 시민모임이 지난 7월16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축소형인 ‘시민참여형 숙의조사’를 광주시에 공식 제안하고, 8월에 공론화 추진 주체인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가 본격 출범하면서 공론화 준비가 시작됐다.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공론화 방식과 의제 등을 사전에 정하고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자는 시민모임과 공론화위원회를 먼저 구성해 모든 결정을 맡기자는 광주시의 입장이 정면 충돌한 것. 이로 인해 한때 공론화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지만, 시민권익위원회 최영태 위원장이 공론화위원회를 먼저 구성하되 공론화 방식은 시민모임의 요구를 반영하는 등의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겨우 갈등이 봉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10일로 최종 시한을 못박은 공론화 일정, 소통협의회 등의 구성 지연 등은 ‘불안요소’로 지목됐다.

 특히, 지난 9월17일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찬성 측’을 대표해 ‘2호선 찬성 홍보 물량전’을 펼치면서 공론화의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공론화의 파트너인 시민모임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의당 광주시당, 광주시의회 등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점기 광주시의원이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도시철도공사가 공론화 과정에서 광주 전역에 부착한 2호선 찬성 현수막은 총 579매로 들어간 비용만 2382만 원에 달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가 끝난 이후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의 변원섭 전 공동대표가 기자들을 만나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자체학습·이틀 토론회로 판단

 시민참여단들도 이를 곱게 보진 않았다. 문혜경 씨는 “반대 쪽은 사비를 털어서 하는데 찬성은 도시철도공사 자금으로 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 같다”며 “차후에는 철저히 막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공론화의 공정성을 강조한 이용섭 시장도 방송대담 등에서 2호선 찬성 입장을 피력해 시민모임이 공론화 중단을 요구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의 변원섭 전 공동대표는 최종 설문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시는 시민의 세금으로 2호선 찬성 홍보를 했다”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홍보하는 과정은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공론화는 2개월, 준비과정까지 하면 3개월여 진행이 됐다. 하지만 이중 80~90%가 공론화 준비에 소요됐다. 물론 제대로 된 공론화를 위해선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중요한 것이나 시민참여단 선정까지 50여 일이 걸렸는데, 이후 10여 일 자체 학습 후 이틀의 종합토론회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났다는 것도 다소 허무함을 남기는 대목이다.

 특히, 도시철도 2호선(지하철 2호선) 건설 찬반과 더불어 다양한 미래교통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설문조사는 건설 찬반에 대한 의견과 그 이유를 묻고 공론화의 만족도를 묻는 정도에서 그쳤다. 2호선 건설 찬반의 결론을 내는 것을 넘어 더 폭넓은 토론과 논의를 진행할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추진을 전제로 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법, 2호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광주시의 교통 정책은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등의 주제는 끼어들 틈 자체가 없었다.
 
▲“재정난 해소·안전성 확보 여전한 과제”

 12일 이용섭 시장에 전달되는 최종 권고안에는 반대 측의 의견도 담길 예정이나 불공정 논란을 비롯해 공론화가 미처 다루지 못한 문제들은 향후 또다른 갈등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변원섭 전 대표는 “16년간 이어진 도시철도 2호선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결정권을 줘 풀어보고 싶어서 공론화를 추진한 것인데, 그동안 해오면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해 했다.

 시민모임 이경률 공동대표는 “공론화는 2호선 찬성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과도한 예산의 문제,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며 “2호선 추진과 함께 광주 대중교통의 변신과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