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같이 올리면
종사자 처우 개선 헛일

▲ 광주 택시 기본요금이 10일부터 500원(모범 700원) 오른다. 5년만의 인상이다. 그런데 이 인상분이 운전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법인택시의 사납금 인상 움직임 때문이다. 광주지역 한 승강장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 모습.
 광주 택시 기본요금이 10일부터 500원(모범 700원) 오른다. 5년만의 인상이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위기지만, “누굴 위한 인상이냐?”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요금 인상에 맞춰 법인택시의 사납금 인상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택시요금 인상이 그대로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지면 택시종사자에게는 인상 효과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때문에 “운전사 처우 개선”을 외치고 있는 광주시의 중재 노력을 주문하고 있는데, 시는 “권한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10일부터 기본요금 2800→3300원으로
 
 6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번주 목요일인 10일부터 인상된 택시요금이 적용된다.

 택시요금은 크게 탑승 시부터 2km 이내 거리에 적용되는 ‘기본요금’과 운행한 거리마다 부과되는 ‘거리요금’,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적용되는 ‘시간요금’으로 나뉜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형택시는 기본요금이 기존 2800원에서 3300원으로 500원 인상된다. 거리요금은 145m마다 100원씩 부과되던 것이 134m마다 100원씩 오르도록 조정되고, 시간요금도 기존 35초에서 앞으론 32초마다 100원씩 부과되도록 조정한다.

 모범택시의 경우, 현 3200원에서 3900원으로 기본요금 700원 인상, 거리요금은 156m마다 200원, 시간요금은 36초마다 200원으로 조정된다.

 시외로 나가는 경우 추가요금이 붙는 ‘시계외할증’도 기존 20%에서 35%로, 야간의 경우 심야 20%와 시계 20%가 복합 적용되도록 변경된다.

 중형택시는 13.86%, 모범택시는 14.53%의 인상율을 보였다.

 광주 택시요금은 기존 기본요금 2800원으로 대전, 울산, 제주 등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낮은 요금이었다. 광주시는 1998년, 2002년, 2005년, 2008년, 2013년. 총 5차례 택시비를 인상했고, 이번 결정은 2013년 마지막 인상 후 5년만의 인상이다.
 
▲요금 인상분, 고스란히 사측 주머니로?

 택시비 인상은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을 이유로 한 택시업계의 요청에 의해 업체들의 경영효율을 위해 진행된다.

 하지만 법인택시의 경우 택시비 인상이 고스란히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사납금이란,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법인택시 운전원들이 회사에 내야 하는 돈으로, 광주 운전원들의 경우 소정근로시간 5시간 기준으로 매일 사납금 11만9000원을 법인에 내고 있다. 이에 대해선 운전원들의 실제노동시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운전사들이 사납금을 채우기위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각종 문제의 온상이 되면서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의 원인이 됐다.

 올해 택시요금 인상이 다시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운전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은 자명하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달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택시요금 인상이 그대로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지면 택시종사자에게는 인상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인상 효과가 택시 기사분들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택시노조들은 일정기간 사납금을 동결할 것을 주장했지만, 조합 측은 월 급여 부담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시는 간담회 등을 통해 법인택시조합과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시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완 달리, 택시의 임금은 노사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 대신 택시기사 처우 개선 등을 권고하는 공문을 법인택시조합에 발송하는 수준의 조치를 내렸다.
 
▲서울 6개월 동결…광주시는 뒷짐? 

 하지만 광주시의 행정은 택시요금 인상 후 6개월간 사납금을 올리지 않기로 한 합의를 이끌어낸 서울시의 경우와 비교된다.

 전국민주택시노조 안윤택 광주본부장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행정에서 강한 어필을 하면 합의를 받아낼 수 있는데, 광주시는 한발짝 뒤로 물러난 것”이라며 “서울은 가능한데 왜 광주는 안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택시요금 인상은 결국 사업주들에게만 좋을 수 있다”며 “광주시가 종사자 처우 개선을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중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는 요금이 인상되는 이달 10일부터 노사는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에 들어간다.

 한편 광주시는 택시운전사들의 친절도를 개선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 원칙’을 과감하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친절도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불친절 신고 운전자 해외연수 제외, 카드결제 수수료 지급중지 규정 강화 등을 추진한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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