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재판 법원 인근 동산초 학생들
구호 노래 등 20여분간 외침 이어져

▲ 광주 동산초 학생들
재판을 위해 광주를 찾은 전두환에게 “물러가라”고 외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있어 화제다.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이 재판일인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1980년 5·18민중항쟁 이후 39년만에 찾은 광주.

광주시민들은 광주지법 정문에서 인간띠 잇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전두환이 출석하는 길목마다 사죄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게재하고, ‘신군부에 의한 광주의 학살 참상’을 제목으로 한 피해자들의 사진을 게시하는 등 항의 표시를 하며 전 씨를 맞았다.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수차례 재판을 기피하다 강제구인 직전에 이뤄진 출석에, 5·18단체 등이 과격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천명하면서 큰 사고 없이 출석이 이뤄졌다.

5·18구속부상자회 김광호 동구지회장은 “마음같아서는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생각이지만, 재판을 통해 구속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제를 하면서 다음 공판에 꼭 참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안나올 것이 뻔한데, 더 이상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전두환은 별다른 입장도 밝히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왜 이래” 한 마디만 남기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전두환을 보기 위해 법원을 찾은 시민들이 허탈해하는 찰나, 광주지법 바로 도로 맞은 편에 위치한 초등학교 2,3층에서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외침이 들렸다.

광주 동산초 학생들

광주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창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구호를 외친 것. 학생들은 이어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학생들의 외침은 20분여 동안 계속됐다.

이를 본 광주시민들은 “고맙다”, “장하다”, “최고다” 등으로 화답하며 감사를 표했다.

한 60대 여성은 “아이들이 참 정말 잘한다. 가슴이 아프다”며 “미래 꿈나무인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재판받는)저 안에 사람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18구속부상자회 이동계 전 회장은 “저 학생들이 39년 전 일에 대해 잘 알 수도 없는 것인데 비록 어리지만 역사를 바로 배우고 있어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환영했다.

한편 전두환이 재판 출석을 위해 법원에 입장한 뒤에도 시민들은 발언과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 항의행동을 이어갔다.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전두환에 사죄를 촉구하는 광주시민들.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1980년 반 전두환 시위를 통해 성숙한 모습을 보였던 광주시민들이 오늘 또 한 번 사고 없이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우리 광주시민들은 다들 몹시 격앙돼있고 쉽게 가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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