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공’ 변경, 직원들 해고 내몰려
공공선 ‘공채 원칙’ 내세워 승계 꺼려

▲ 새로운 수탁기관 선정 이후 고용승계를 예상했던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직원들이 새해 벽두부터 ‘해고 칼바람’에 거리로 내몰려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수탁기관 선정 이후 고용 승계를 기대했던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직원들이 새해 벽두부터 ‘해고 칼바람’에 거리로 내몰렸다.

 지난 8여 년간 광주지역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관리 사업을 맡으며 전문성을 키워왔지만, 수탁기관이 민간(조선대 산학협력단)에서 공공기관(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으로 바뀐다는 이유로 단숨에 ‘고용승계’ 기대감이 무산될 위기인 상황이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이하 근로자건강센터) 직원 8명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민간위탁 노동자 고용승계 지침’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면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출근 투쟁에 나서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와 민주일반연맹 광주지역일반노조 근로자건강센터지회(지회장 박인숙)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안전보건공단의 근로자건강센터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그해 12월31일부로 위탁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고용노동부의 안전보건공단은 새로운 위탁기관을 공모했고, 지난해 12월23일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이 새 운영기관의 우선협상대상으로 결정됐다.
 
▲8년만에 다시 해고 위협 내몰려

 뒤이어 근로자건강센터에서 근무하던 8명의 노동자들은 12월31일자로 기존 위탁기관과의 계약이 종료됐다.

이들은 간호사·심리상담사·운동처방사·산업위생기사·물리치료사 등 전문직으로 채용돼 절반(4명) 이상이 4년 이상 근무해 왔다.

 그러나 직원들은 계약 종료일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27일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새 위탁기관에선 공개채용” 통보를 듣고, 좌절했다. “계속 일하고 싶으면 공개채용에 응시하라”는 것. 사실상 ‘고용승계’ 무산 조치였다.

 공개채용은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시험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한 신규채용 근무조건은 1년 계약직으로 센터 근무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현재 직원들이 받는 임금에 많게는 10~40%가 삭감되며 무엇보다 앞으로도 고용불안 상태가 지속된다는 뜻이었다.

 이에 직원들은 고용승계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 2일부터 근로자건강센터로 출근하고 있으며, 센터가 위치한 하남공단 4번로 사거리 부근에서 출근시간대 피켓시위에도 나서고 있다.

 또한 투쟁을 이어나가기 위해 전국 22개 근로자건강센터 중 최초로 노조를 설립했다.
박인숙 광주일반노조 근로자건강센터 지회장.

 근로자건강센터에서 8년 간 산업위생기사로 근무해 온 박인숙 민주일반연맹 광주지역일반노조 근로자건강센터지회 지회장은 “전남대 산학협력단에서 2012년 조선대 산학협력단으로 수탁기관이 변경될때도 직원들이 모두 고용승계 됐다”며 “고용노동부가 ‘고용승계’ 방침을 세우고도 해고를 불사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고용승계가 이뤄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6일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고용승계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민간위탁 가이드라인 무색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에 해당되는 것으로 민간위탁 사무의 체계적인 관리, 민간위탁 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강화, 민간위탁 노동자의 고용불안 해소, 체계적 임금 관리 등 처우 개선, 위탁기관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데 있어 고용승계 및 유지, 합리적 임금체계 및 지급수준 등을 포함하여 평가하라는 내용과 근로조건 보호관련 확약서 제출 여부를 심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지역일반노동조합 조용곤 위원장은 “위탁기관의 노동자들이 기관이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 문제가 발생해 온 것은 고용노동부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직접 관할하는 센터의 노동자들을 해고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최소한의 지침인데 그 지침조차 ‘민간에서 민간 위탁 변경’이 아닌 ‘민간에서 공공기관으로의 위탁 변경’이라는 이유로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인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고용노동부 측은 “수탁기관이 민간에서 민간으로 변경될 때는 고용승계를 권고하고 있지만, 민간에서 공공기관으로 바뀌는 경우는 ‘채용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원칙적으로 권고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입구.
 
▲고용부 “이해당사자간 합의로 풀어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위탁에 있어서는 ‘공정채용’ 원칙에 따라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고용노동부 위탁 노동자 고용승계 가이드라인과 상충되는 면이 있으므로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쳐 풀어가야 할 부분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공의 업무를 위탁함에 있어 위탁기관이 변경되더라도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것이 최근 발표된 가이드라인의 주요한 내용임을 고려할 때, 이는 민간위탁 근로자 보호가이드라인의 맹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 한해,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는 광주지역 시내버스 운전기사, 광주전남 전기원 노동자, 요양보호사, 환경미화원, 50인 미만의 제조업 사업장의 근로자, 보육교사 등 8,846명이 다녀갔다. 이에 산업보건 고위험 노동자들의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경험과 고도의 업무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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