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동산단 소재 노동자들 설 앞두고 길바닥
17일부터 천막농성…“대화 나서라” 촉구

▲ 17일 평동산단 코비코 스틸 정문 앞에서 진행된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
 “인간이라면 당연히 챙겨야 하는 끼니…고된 노동 후에 이미 식은 밥을 씹으며 다음 일을 고민해야 했고,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밤샘 노동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온갖 녹가루와 먼지를 마시면서 몸 상하며 갖은 일을 해내고 2시간에 한번 주어지는 귀한 10분, 쉬기도 바쁘지만 100미터가량 떨어진 화장실을 가기 위해 매번 줄을 서서 기다리고도 볼일을 보지 못한 채 다시 돌아와 일을 시작합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기계처럼 일을 해도 현장직에게 날아오는 건 막말뿐이었습니다. 이런 비인간적인 대우를 참으면서 저희는 매 월급 날마다 통장에 찍힌 노동의 대가에 쓴웃음 삼켰습니다. 힘든 중노동에 가까운 일을 처리하면서 남들 놀 때, 쉴 때 한숨 돌리지도 못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괄시, 멸시, 부당한 대우였습니다. 모회사와 너무나도 다른 자회사의 환경, 턱없이 부족한 임금,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막말,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회사에 건의도 수백 번, 하지만 그들은 단 한순간도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입 아프게 설명해도 돌아오는 건 고요한 침묵뿐이었고 저희는 저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평동산단에 소재한 레이저 솔루션, 소재절단, 가공, 용접 업체 코비코 스틸 노동자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10월13일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꿔보기 위해 노조를 설립, 이후 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교섭이 난항을 겪자 쟁의행위에 돌입한 코비코스틸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지난 16일 코비코스틸 노동자들이 제한적 부분파업을 진행하자 같은 날 코비코스틸 사측이 작장페쇄를 단행한 것. 노동자들은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적 직장폐쇄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지역금속지회와 코비코스틸 분회는 17일 코비코 스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을 벗어난 불법적인 직장폐쇄”라며 사측을 규탄, 천막 농성 돌입을 알렸다.

 노조는 “수차례 교섭해도 회사의 개선안은 아무것도 없었고 제한적인 부분파업을 했더니 ‘직장폐쇄’를 하고 자재를 빼돌렸다”면서 “노동자를 멸시하고 노동자와 대화조차 거부하는 코비코스틸 조광철 사장을 만천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9번의 교섭을 진행하였지만 회사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노조가 교섭에서 양보안을 내놓아도 사측은 아무런 진전된 안이 없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며 최소한의 쟁의행위를 불가피하게 진행한 노동자들을 향해 사측이 취한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고 한 가정을 파탄내는 사실상 해고인 공격적 직장폐쇄”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대표이사는 하청노동자의 고혈을 짜내 그럴싸한 모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40년이 넘게 이어져 온 매출 1300억 규모의 모회사가 12명 자회사 노동자가 임금 조금 올려달라고 하니 직장폐쇄를 한 것으로 ‘몇 푼’되지도 않을 돈을 주지 않기 위해서 물건까지 빼돌리는 악랄함에 분노하며 설 명절을 앞둔 직장폐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직장폐쇄는 파업에 방어적인 수단으로만 쓰게 되어있으며 공격적인 직장폐쇄는 법률로 금지돼 있는데도 회사는 노동자조합을 원천적으로 무력화 하기 위해 직장폐쇄를 감행한 것”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파렴치한 노동탄압이 반복되지 않도록 절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하여 우리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코비코스틸 분회 12명 조합원들은 17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으며 불법적인 직장폐쇄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코비코 스틸은 코비코(구 한국차량공업)의 자회사로 평동산단에 소재하고 있으며 철판을 레이저 절단·절곡·용접 가공해 볼보트럭 적재함과 기아군수차량용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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