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앵남간 국지도 55호선 고가도로에서 발견된 새들의 사체. 이 호랑지빠귀들이 투명방음벽을 인식하지 못해 죽어가면서 버드세이버 설치가 요구되고 있다.
-앵남~화순간 지방도 부딪혀 죽는 조류들
-전문가 “맹금류 스티커만 설치해도 예방”

 전남도가 발주한 화순군내 지방도로 공사장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에 새들이 부딪쳐 죽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 투명 방음벽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부딪혀 비명횡사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야생조류를 위해 ‘버드세이버’만 부착해도 이같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행정기관의 생태 감수성 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전남도는 지난 2007년부터 화순~앵남간 국지도 55호선 7.73㎞ 확장공사를 실시, 일부 구간이 올해 개통됐다. 전남도는 개통된 고가도로 구간에 투명 아크릴을 소재로 방음벽을 설치했는데, 새들이 이곳에 부딪쳐 죽거나 부상당하는 사고가 늘고 있다. 특히 앵남사거리에서 화순 대리쪽 도로 우측 방음벽에서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 구간은 고가도로 위쪽으로 설치된 방음벽이 지상으로부터 10m 높이에 설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높이가 새들의 비행고도와 맞아 떨어진다고 말한다.

 방음벽 재질이 투명한 아크릴 소재여서 새들이 이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다.

 이곳을 자주 지나는 박용수 시민기자의 제보로 본보가 현장에 나가 확인한 지난 27일에 이 구간 도로엔 5~6마리의 새들이 죽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현장에 찍은 사진을 전문가들은 피해 조류를 참새 종류인 호랑지빠귀로 확인해줬다.

 제보자인 박용수 시민기자는 “이곳을 지나다 새들이 도로에 쓰러져 있는 게 의아해서 살펴보니, 방음벽에 머리를 박은 뒤 쓰러진 생명들이었다”며 “새들이 이렇게 희생당하고 있는 상황을 아무도 모른 것 같아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고는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이고, 해결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해법은 `버드 세이버’(Bird Saver) 부착이다.

 `버드 세이버’란 독수리·매 등 맹금류를 피하는 새들의 습성을 이용해 외벽 등에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을 말한다. 새들이 스티커를 보고 `위험하다’라고 판단해 방음벽 주변으로 오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겁주는 장치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는 “3kg 정도로 가벼운 새가 시속 40~50km의 속도로 날다가 단단한 방음벽에 부딪히면 뇌 손상이 심해 생존을 보장하기가 힘들고, 앵남~화순간 도로는 최근에 개통돼 새들이 경험하지 못한 구간 사고가 빈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새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오지 않겠지만, 그때까진 간단하게 `버드 세이버’만 설치해도 새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수의사는 또 “새들이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것도 문제지만, 사고 당한 새들이 도로로 떨어지면 차량이나 운전자도 놀라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버드 세이버 등을 통해 새들이 도로변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부산 등 일부 도시에선 이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동차전용 도로나 대형 유리벽 건물에 버드 세이어버 부착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013년 북부간선도로 신내IC와 경부고속도로 반포IC 등에서 새들이 투명한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버드세이버를 설치했다. 또 부산에서는 고층건물 건축 심의 과정에서 버드 세이버 부착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앵남~화순간 도로에 새들이 부딪혀 죽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확인 후 방안을 모색해보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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