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사가 사주”로 결성된 한국택시 광주협동조합 `실험’
조합 측 “사납금 없고, 배당금까지 월급 타회사 비해 높아”
다른 기사들 “사주로서 이익만큼 책임도 커… 1년은 봐

▲ 한국 택시 광주 협동조합 사무실에 걸린 쿱 택시 현판.
 올해 초부터 광주 시내에 노란 택시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택시 광주협동조합(이하 조합)의 ‘쿱(Coop) 택시’다. 쿱 택시란 조합을 뜻하는 ‘cooperative’에서 나온 말로, ‘2015년 8년 서울에서 ‘한국택시협동조합’이 발족한 이후, 포항·대구·경주에 이어 올해 초부터 광주에서도 쿱 택시가 운행을 시작했다. 조합에 따르면, 총 46대 중 약 30여대의 택시가 운행 중에 있으며 60여명의 조합원이 택시 운전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합에서는 “모든 운전기사들이 사주이자 사장”이라는 점에서 “강제 사납금 제도 등 기존 법인 택시 회사의 악습을 타파할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인 회사의 도급제·월급제 방식이 아니라 일정 월급과 자본가가 가져갈 몫을 분배하는 배당금을 더해 사주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택시를 오래도록 몰아왔던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협동조합 운영에 대해 1년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기사들이 사주로써의 권리를 가져갈 수도 있지만, 사주로서의 책임까지 안고 가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조합에 따르면, 쿱 택시는 특유의 노란 차체와 측면에 크게 명기된 차량 일련번호가 특징이다. 운전사들은 조합이 제공하는 제복과 ‘우리 사주’ 명찰을 달고 근무한다. 2016년 말 ‘한성택시’의 46대를 인수해 1월1일부터 운행 중에 있으며, 총 가동률은 65%가량이다. 택시 차량 구입비용을 총 5000만 원으로 잡고, 그 중 운전사 2명이 각각 2500만원을 조합에 출자해 1차량 2교대(약 12시간 근무)형식의 운행을 하는 방식이다. 한 달 만근일은 다른 법인회사가 25~26일인 것에 비해 24일로 적다. 운영은 조합원들 10명 중 1명이 운영위원으로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급료·수익금 분배 등 회사 운영 방침을 결정한다.

 특히 조합이 강조하는 것은 “하루에 13만 원 가량 강제 납입해야 하는 법인 택시 사납금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그 대신 일정량의 월급을 받기 위한 ‘월급 기준금’ 제도가 있다. 조합은 “최근 월급은 200만~300만 원선으로, 개인당 하루 평균 12만 원 선의 기준금 납입을 권장하고 있으며 추가 수익은 기사들의 몫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 운영을 통해 생기는 수익 중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남는 순이익을 조합원들에게 모두 추가 배분하고 있다”며 “최근 1인 배당금은 약 15만 원선으로, 택시 가동률이 높아질 경우 최대 30만 원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일 35L 사용 미달시 유량 보조금을 제공하며, 운행 중 사고 시 조합 공동 비용으로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광주에서 택시를 수십 년 이상 몰아온 택시 운전기사들은 “협동조합의 득실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평가를 유보한다. “협동조합이 사원이 사주의 순이익과 자부심을 가지는 순기능만 지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칫하면 사주의 책임과 사원의 착취를 받는 역기능만 두 배로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력 20년차라는 택시 운전사 A는 “협동조합에서 차량 1대 가격을 2명의 운전기사가 부담하도록 하는데, 이런 방식의 운영은 15여 년 전에도 이뤄졌던 것으로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그나마 15여 년 전에는 택시 이용객이 많았던 편이라 수익이 났지만, 최근에는 승용차 이용률이 높아 택시 이용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교대로 근무해 운전자가 모두 수익을 가져간다고 해도 충분치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또 다른 택시 운전사 B씨는 “협동조합 형태라고 하더라도 차량유지비·수리비는 물론 조합의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소비하는 것은 법인 회사와 똑같다. 사실상 조합원이 되나 법인회사에서 근무하나, 실수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법인 운전자들보다 협동조합의 월급이 더 많은 것은 2500만 원이라는 투자금이 있어 그만큼 되돌려 받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C씨는 “현재는 운영 초기이니만큼 수익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크고 작은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데, 협동조합은 사고에 대한 부담을 다 같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납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때문에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이 보험료를 납부하느라 모두의 수익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조합은 2년간 보험료 납입금을 80%만 부담하도록 계약된 상태이며, 다른 법인 택시 회사들 역시 사원들이 보험료를 일정부분 부담하는 것은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에서는 “한국택시 광주협동조합 운영에서 가장 주시할 점은 조합원들에게 운영과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라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 조합에서는 1인 월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할 정도로 수익이 나지 않아 정부 보조금으로 이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때문에 조합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은 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탓으로 분석되며, 내부적으로도 외부 감사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명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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