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념사·‘임 행진곡’제창·국민 개방 변화
“5·18 왜곡·폄훼 이제 그만, 역사 바로 세우자”

▲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도중 문재인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5·18유족 김소형 씨에 다가가 그를 위로하고 있다.
 37주년을 맞은 5·18 민중항쟁 기념식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면서도 밝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현직 대통령의 5·18기념식 참석이 오랜만인데다 정부가 발목 잡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면서 5·18을 제대로 기념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가 5·18 민중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만큼 5·18에 대한 역사 왜곡과 폄훼 논란을 종결짓고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기념식장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진행됐다. 기념식장은 이른 시각부터 발걸음을 한 5·18 유가족들과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번 5·18 기념식은 모든 국민이 입장 가능한 ‘국민 개방형’으로 치러져 더욱 많은 추모객(1만 여명)들이 몰렸다.

 식전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묘지에 입장하는 모습부터 화제를 모았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경호상 문제를 고려해 묘지 내 유영봉안소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 기념식에 참석했던 것과 달리 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추념문을 거쳐 기념식장까지 걸어 입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의 이동경로를 따라 양쪽으로 줄지어 선 참배객들이 손뼉을 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각 당의 대표, 대선 출마자들도 도열한 참배객들을 지나 기념식장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도 직접 했다. 현직 대통령의 5·18기념식 참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5·18기념식에서 가장 큰 변화는 사전공연과 기념공연이 추가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식순에 정식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념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공연의 전부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부활됨에 따라 참석자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문 대통령과 정치인, 주요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합창으로 격하돼 유가족들과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셌다. 특히 지난해 5·18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등장하자 유가족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항의하기도 했다.

 올해는 기념공연으로 가수 전인권 씨가 상록수를 불러 감동을 전했다. 광주시립합창단과 김용진 씨가 사전공연 무대를 채웠고, 권진원 씨와 전국의 음악대학 교수들의 공연도 펼쳐졌다.

 5·18기념식이 제자리를 찾고 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약속하는 가운데, 5·18을 맞이한 유가족도 그동안의 설움을 한 시름 내려놓는 모습이었다.

 84세의 노모는 19세에 세상을 떠난 아들 민청진 씨의 묘지를 가리키며 “내 아들이 ‘어머니, 이런 날도 오는가보다’고 하겠다. 5·18기념식에 대통령이 와서 진상규명 하겠다는 세상”이라며 “진실규명은 커녕 5·18때 자식이 죽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잔인한 시간이었다”고 그동안의 세월을 회고했다.

 5·18기념식에는 처음으로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 역시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이 5·18의 역사를 새로 쓰지 않을까”기대하며 “가족을 잃고도 37년간 묵묵히 싸워 온 5·18 유가족들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한편 5·18기념식에서 경과보고의 경우 2009년부터 광주지방보훈청장이 하던 것을 올해부터 5·18구속부상자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3단체가 매년 돌아가면서 경과보고를 하기로 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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