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명맥’ 광주공원 포차들 요즘 고민
23→19대 줄고, 포차 보관 공간 골머리

▲ 1970년대부터 광주공원 앞에 집결해 포장마차촌이 형성된 이래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 도심을 비추는 수많은 불빛들 중에 어둠 속에서 더 반짝이는 불빛이 있다. 날이 저물어 적막해진 충장로를 지나 광주천까지 가닿으면 한눈에 들어오는 ‘광주공원 포장마차’들. 주황색 천막에 반사되는 백열등 불빛은 잠시 쉬어가도 좋다는 듯, 따스한 빛을 뿜어댄다.

 1970년대 광주공원 일대에 흩어져 있던 포차들이 공원 입구 쪽에 집결했고, 지금의 포장마차 촌을 형성했다. 30년 이상, 적어도 20년 이상 자리를 지킨 포차는 총 19개. 그동안 4개의 포차가 고사했다. 변치 않는 모습으로 이제는 광주의 명물이 됐지만, 상인들의 삶은 해를 거듭할수록 녹록지 않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광주공원 앞 포장마차는 오후 4시부터 영업 준비가 한창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나 일요일을 제외 하고는 사계절 내내 문을 연다. 정식 개장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 4~5시까지인데, 포장마차 자리에 주차된 차들을 빼고 물을 길러 장사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고.

 ▲1970년대 형성…광주 유일무이 `포장마차촌’ 정착

 

 너랑나랑, 모든이에, 녹동집, 물망초, 봉선화, 목포집, 마돈나, 못잊어, 오동도, 앵두나무….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지 못할 간판들이 걸릴 때다. 출신 지명을 따서 붙인 이름도 있고, 주인의 고심 끝에 붙여진 이름도 있다. 과거 서구청 관할일 당시 구청이 잠정허가를 내주며 등록된 이름들이라 바꾸기도 쉽지 않다.

 테이블과 의자들까지 제자리에 안착되고 나니 저 멀리서 줄줄이 `마차’가 등장한다. 주방 역할의 마차는 요리 시 연기를 내뿜는 굴뚝 하나씩을 달고 광주공원을 향해 전진해 오고 있었다. 낮 시간 동안 마차들은 200미터 정도 떨어진 부지에 보관돼 있다가 장사 준비가 끝나면 마차 하나당 일손 한 명이 붙어 끄집어 내온다.

 그런데, 조만간 포장마차 보관소 격인 이 부지에서 마차들을 다 빼야 한다. 땅 주인이 땅을 매매함에 따라 오는 8월말 차고지 임대 계약을 끝내기로 한 것. 그때까지 적당한 부지를 찾지 못할 경우 포장마차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상인들이 이곳저곳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포차의 모양새를 꺼려하는 인식 때문에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빛고을시민문화관이 들어서기 전 실내체육관에서 10년, NC웨이브 쪽에서 5년, 그리고 현재 차고지에서 5년…. 건물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차고지를 옮겼네요. 이번엔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할까봐 걱정이 큽니다. 예전보단 줄었다고 해도 손님들은 꾸준히 오시는데요. 포차가 갈 데를 잃으면 장사에도 지장이 생길까봐 더 걱정이 돼요.”

 

▲“치열한 삶의 터전, 바람은 지금처럼 불 밝히는 일”

 

 또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광주 폴리 작품을 세운다며 포차 앞 화장실을 뜯어버리고 세운 유네스코 화장실도 처치곤란이다. 이름만 화장실일 뿐 오후 6시까지 개방하고 문을 잠그기 때문에 포차 이용객들은 그 옆 컨테이너 임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포차와 포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배려 없는 행정”에 불편함만큼 서운함도 쌓여간다.

 하지만 따닥따닥 붙은 테이블마다 사연이 넘쳐나는 포차 안에서 상인들도 때로는 손님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낮과 밤이 바뀐 하루를 살며 치열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상인들의 바람은 크지 않다. 상인들이 싸고 푸짐한 안주를 고집하는 것도 추억을 잊지 못해서, 막연한 그리움으로 포차를 찾는 시민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마음이다.

 “요즘에는 청년들이 포차를 많이 찾아와요. 어딜 가도 이런 분위기가 없다고 엄지를 들면, 저도 어깨가 으쓱으쓱합니다. 저는 특별히 바라는 거 없어요. 화장실만 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장사하고 싶어요. 19개 포차 모두 이렇게 쭉요.”

 25년째 목포집을 운영해 온 포차 주인 최장열 씨의 소박한 바람이 매일 찾아오는 밤과 함께 깊어지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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