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근로정신대 2차·3차 소송
승소 시민보고대회
시민·청소년 등 참석
“마지막까지 손 놓지 않겠다” 다짐

▲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 원고 김재림 할머니(오른쪽)가 11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시민보고대회에 참석했다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먼저 행사장을 나서면서 시민들과 청소년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 힘 내세요.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들의 2차·3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1심이 모두 원고 승소로 끝이 났다.

1944년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인권을 유린 당하고 강제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7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한을 완전히 풀기 위한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에, 그동안 할머니와 함께 해온 시민, 청소년들은 “마지막까지 할머니들의 손을 굳게 잡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2차 손배소의 1심 판결이 나온 지난 11일 저녁 광주시청 무등홀에서 열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2차·3차 손해배상 소송 승소 시민보고대회’는 그런 자리였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개최한 이날 보고대회에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1차 소송 원고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2차 소송 원고인 김재림 할머니와 고 오길애 씨 유족 오철석 할아버지, 2차 소송 원고 양영수 할머니의 딸 김정옥 씨가 참석했다.

행사장은 원고들을 축하하려는 시민과 청소년들로 가득찼다. 윤장현 광주시장, 이은방 광주시의회 의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안성례 알암인권도서관 관장 등도 할머니들의 승소를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광주시스터즈, 락앤락, 조우상 씨 등은 식전공연을 통해 원고들의 승소를 축하했다.

이날 원고들과 광주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함께 지켜본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소송지원회)’의 1호 회원 히라야마 료헤이 씨도 시민 보고대회를 함께 했다.

연대사에 나선 히라야마 료헤이 씨는 앞서 축사를 통해 윤장현 광주시장이 할머니들을 보며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을 언급하며 자신도 “20여 년 전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게 됐다”며 “나고야 소송 지원회 1000명 회원이 매주 도쿄 ‘금요행동’을 하는 것은 할머니들의 미소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원고가 당한 강제노동과 전후의 고난에 찬 생활을 광주지방법원이 제대로 인정한 것이자 미쓰비시중공업의 기업 자세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라야마 씨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대한 전후 처리의 하나이며 한국 시민들과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적폐청산의 하나다”며 “광주시민들과 함께 식민지 지배 청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나고야 소송지원회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직접 준비한 꽃다발을 오랜 세월 고통을 견디며 이번 승소를 이끌어 낸 원고들에 전달했다.

고흥 녹동고, 수완고 학생들이 원고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도 상영됐다. 재기 발랄한 영상을 통해 학생들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할머니들에 약속했다.

청소년들의 응원에 양 할머니는 “항상 잊지 않고 이렇게 함께 해줘 고맙다”고 화답했다.

김재림 할머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행사 도중 먼저 일어나야 했지만, 나가는 길에 시민과 청소년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했다.

보고대회 참석자들은 끝으로 ‘바위처럼’을 합창하며 이번 승소를 축하하는 동시에 대법원 확정 판결, 그리고 미쓰비시 측의 진정한 사죄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그날까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그리고 유족들의 투쟁에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시민모임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며 “마지막까지 할머니들의 손을 굳게 잡아달라”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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