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을곳곳·팽목항 등
발 닿는 데서 1000일
“진실규명·안전마을 위해
다시 신발 끈 묶을 것”

▲ 세월호 진실규명을 외치며 시작한 세월호 천일순례가 지난 11일 1000일을 맞았다.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민상주들의 순례 장면.
“일상에 치여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든 날이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노란조끼를 입으니까 없던 힘이 생기는 거예요. 이게 ‘순례의 힘’ 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세월호 천일순례 마지막 날에도 순례에 참여한 시민들은 노란조끼를 입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 계절을 세 번 돌아 맞이한 ‘1000’이라는 숫자 앞에서 지난 걸음들의 의미를 되새기는 또 한 걸음이 보태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인 지난 2014년 11월15일 ‘세월호 광주시민모임’은 1000일을 걸어서라도 망각에 맞서겠다며 순례를 시작했다.

그 길이 아무리 정의로운 길이라도, 또 진실을 향한 걸음이라도 1000일을 걷는다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노란조끼만 입으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게 된다”는 어느 시민상주의 말처럼, “포기할 수 없는 꿈”이 걸음을 채근했다.

세월호 천일순례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은 오후 7시부터 5·18민주광장에서 시작해 광주지방법원을 찍고 다시 복귀하는 코스로 순례가 진행됐다. 법원 앞은 세월호 관련 재판이 있을 때마다 시민상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맞이한 ‘진실마중길’이다.

순례를 위해 100여 명의 연대 단체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날이 저물어 갈수록 불어오는 바람에 상주모임 깃발과 각 마을촛불 깃발 등 연대 단체들의 깃발이 나부꼈다. 말복인 이날 날씨는 오후가 되면서 차츰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구슬땀을 식혀줄 정도가 됐다.

천일순례 지기 역할을 해 온 이민철 시민상주는 마지막 순례에서 세 달 간 매주 안산을 찾아 진행했던 순례를 떠올렸다.

“안산은 광주에서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어요. 안산 시민 분들께서 저희를 우호적으로 대하시지 않았고, 경찰분들도 이런 행진은 처음이라 어떻게 안내를 해야 하는지 모르시더라고요. 광주가 얼마나 세월호 아픔과 공감하고 있는지 깨달았죠.”

주기적으로 진행된 지역 종교계의 순례는 천일순례의 든든한 기둥이었다.

“첫째 주 일요일엔 스님과 두 번째 일요일엔 천주교에서 나와 주시고 마지막 주엔 김희용 목사님이 계신 넘치는 교회가 순례를 맡아주셨어요. 특히 이 성당에서 저 성당까지 순례코스를 짜서 광주지역 모든 성당을 잇는 순례가 기억에 남네요.”

박필순 시민상주는 2015년 지구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들과 남구에서 금남로까지 순례를 떠올렸다.

“장거리 코스라 아이가 힘들어 했어요. 그러면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주면서 달랬죠. 정신없이 걸었지만 그 날이 기억에 남아요. 순례는 행진과 달라서 나에게 하는 약속이기도 하잖아요. 나를 돌아보면서 걷는 경험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순례에 참여한 아이쿱생협 회원들은 “타 지역의 단체 연합이 순례를 응원하기 위해 밥차까지 배달해줘 든든했다”며 “순례를 통해 안전한 마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릴 수 있어서 뿌듯함이 더해갔다”고 평했다.

순례를 마친 시민들은 5·18민주광장에서 마무리행사로 천일순례 영상, 발자국으로 만든 세월호 리본 퍼포먼스 등으로 1000일순례를 마쳤다.

이날 시민들은 “신발 끈을 다시 묶는다”는 각오를 세우고 마을촛불, 매달 첫 주 월요일 목포신항 순례 등 이후 활동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한편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은 이날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1000일순례 마무리행사를 광주YMCA 백제실과 5·18민주광장에서 진행했다.

광주YMCA 백제실에서 1부 ‘안전한 마을과 마을공동체 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마을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토론했고, 2부 ‘세월호 운동의 과제와 우리 역할’에 대해 416가족협의회를 초청해 시민사회의 역할을 되새겼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세호아빠’ 제삼열씨가 참석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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