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당원들 “통합 저지, 당 지키는 게 우선 아닌가”
지방선거 입지자들 “국민의당 간판 어렵다, 신당 속도를”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가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통합반대파의 신당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이후 방황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통합반대파가 제시한 신당 창당이란 해법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을 지켜야 한다는 최우선 과제를 풀어낼 힘을 분산시킬 것”이란 우려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차라리 신당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통합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당원 간담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간담회엔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해 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조배숙 의원, 박주현·박준영·장병완·장정숙·천정배·최경환 의원(가나다 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호남을 버리고 보수야합 신당을 꿈꾸고 있다”고 집중공세를 벌였다.

특히, 안 대표가 12일 합당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당무위원회 소집을 예고하자 “명분도 절차도 없는 밀어붙이기식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내 통합반대파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 박지원 “지방선거 전 개혁정당 창당”

박지원 전 대표는 “호남의 가치를 지키고, 햇볕정책을 지키기 위해 호남을 배제하는 사람들과 어떤 경우에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위해 개혁정당을 반드시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조배숙 의원은 “(새로운)당을 잘 만들면 지금 5% 지지를 받는 국민의당보다 훨씬 더 지지가 높게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6·13지방선거가 불과 5개월 남은 가운데, 국민의당 소속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입지자들은 속이 타고 있다.

통합파와 반대파로 이미 당 내부가 쪼개진 상황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또는 통합이 저지된 이후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탓이다.

국민의당 소속 광주 지방의원들과 지방선거 입지자들을 대신해 발언에 나선 이은방 광주시의회 의장은 “참으로 암담하다”며 “중앙당이 빨리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호남 중진의원들이 ‘신당’ 얘기를 꺼낸 것을 두고도 “좀더 확실하게 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유정심 광주시의원은 “국민의당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언제쯤 선거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냐”면서 “신당 창당과관련해 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한 것인지 통합 여부와 상관 없이 신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답을 달라”고 밝혔다.

간담회 이후 만난 유 의원은 “지금으로선 국민의당 간판으론 (지방선거가)어렵다. 이미 국민의당을 바른정당, 자유한국당과 같은 정치세력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면서 “차라리 신당이 새로운 기대감을 줄 수 있고, 호남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취지에서 개인적으론 통합 저지와 상관 없이 신당 창당에 속도를 더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는 것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았다.

▲“합당 저지 우선…신당은 그 다음” 기류도

최무송 북구의원은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난처하기만 하다. 이에 대한 대안이 신당 창당이냐”고 질의하면서도 “1차 목표는 합당을 저지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김철호 영암군의원도 “모든 걸 걸고 합당 전당대회를 무산시켜 국민의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신당은 그게 안 됐을 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일부 당원들 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당을 지키는 것이다”며 “통합을 반대하는 당원들 입장에선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을 가장 바라는 것이다. 신당을 그 다음 문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견이 엇갈리자 장병완 의원은 “시급히 당내 상황이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며 “통합 저지와 신당 창당은 ‘투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합당 전당대회가 무산되면 안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고 당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면 된다. 그땐 신당이 필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지방선거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나름대로 창당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 대표는 탈당해 신당하려는 국회의원이 소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게 ‘오판’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도 신당의 밑그림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에 참여한 18명 의원을 비롯해 중도파 의원(7~8명)까지 고려하면 20석 이상의 신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천정배 의원은 “신당과 관련해 지방선거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좀더 의견을 모아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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