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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광주 청년들]<134>맑똥정미소 김영대 청년
“도시와 농촌 중간다리, 벼농사의 세계로”
다양한 토종쌀 현미 도정 작은정미소 운영
문정은
기사 게재일 : 2018-09-05 06:05:01
▲ 청소년삶디자인 센터 텃논. 텃논 보급 및 교육 활동의 일환으로 광주광역시청소년삶디자인 센터에 15평 규모의 논을 만들었다. 도심 속 논이라는 낯선 풍경이 도시민들에게 생태적 상상을 부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은 신수오.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농부로 살고자 하는 김영대입니다. 그 실천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고,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맑똥작은정미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토종쌀을 유통·판매하고 토종벼 씨앗을 나누고, 텃논 보급 및 교육 등을 통해 산지형다랭이논을 생태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맑똥작은정미소란 이름이 독특하네요.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맑똥’은 ‘맑은 똥’의 준말입니다. 좌우명입니다. 맑은 똥을 싸자는 것이죠. 우리가 먹고 싸고 하면서 생을 이어가는데 그 순환을 생각합니다. 맑은 똥을 싸려면 맑은 것을 먹어야겠죠. 저는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온갖 농기계를 가지고 대규모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구요.

 좌우명대로 실천하며 살기위해서는 대규모의 농사는 맞지 않다는 것을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기계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적정규모의 벼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종류의 토종벼(재래벼)들을 짓고 유통, 판매하는 일들을 하게 됐습니다.

 대농 중심의 벼농사 시스템에서 소량, 예를 들면 벼 10kg, 20kg을 도정하려면 흔히 접하는 정미소라는 곳에서는 안 해줍니다. 적어도 500kg~1000kg은 되어야죠. 그래서 농촌 가정집에서 가지고 있는 작은 정미기로 도정을 해야 합니다. 이 도정기는 백미는 잘 됩니다. 그러나 벼 껍질만 깐 현미는 완전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껍질이 까지지 않은 채로 나온 벼들(‘뉘’라고 함) 상당과 현미가 섞여 나옵니다. 그래서 뉘를 손으로 다 골라내야하죠. 토종쌀을 취급하는 입장에서 현미 도정은 현미 색깔로 쌀의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백미로 도정을 하게 되면 그 다양함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작은정미소는 다양한 토종쌀들을 소량이라도 현미로 도정해내기 위해 운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현재 현미 정미기를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대형 정미기에 비해 규모면에서 상당히 작습니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백미로는 도정할 수 있는 정미기만 우선 갖춰놓았습니다.

농민의 도덕경제와 국가. 근대화로 마을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주목해야할 것은 공유지다. 마을의 공유지는 사회경제적 약자가 부족한 생계유지를 위해 허락된 생산의 공간이었다. 근대화는 공유지를 사유화했다. 현대 사회에서 그나마 공유지라 할 수 있는 공원은 과거처럼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향유와 소비의 공간이다. 이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는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토대를 잃어버렸다.
 
▲“기계 사용 최소화…몸에 적정한 규모 농사”
 
 -작은정미소의 기능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작은정미소는 소농(맑똥 작은정미소에서 정의하는 소농은 기계사용을 최소화해 농사를 짓는 농부 및 그 가족을 의미)들과 함께 조선시대 이전부터 심어져왔던 토종벼(재래벼)를 확산시키는 일을 합니다. 산업농의 방식, 그 중 비료 및 퇴비의 과다투입은 대부분의 토종벼들을 쉽게 쓰러지게 합니다. 농부들에게 번거로운 일이 되는 것이죠. 또한 과다 투입된 비료는 논의 물에 많은 양의 질소 성분을 남아있게 합니다.

 논의 물을 뺄 때 이 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가 녹조와 적조 현상을 일으켜 강과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현재 제가 토종벼를 키우는 방식은 비료와 퇴비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대신 빗물과 논 속의 다양한 생물들이 벼에게 필요한 양분을 일정정도 공급해줍니다. 이렇게 해야 벼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산업농은 대농을 양성했고, 이 벼농사는 많이 생산해서 투입된 만큼의 돈(기계를 사용하는 비용, 비료 및 퇴비와 농약 비용, 규모와 설비를 키우기 위한 융자금 등) 이상을 벌어야하는 것에 무게 중심이 실리게 합니다. 소농이 농촌의 마을을 다양성과 함께 생태와 환경이 잘 보존된 형태로 존재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소농들과 짓는 토종벼농사를 도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것이 ‘텃논 보급 및 교육’과 ‘산지형 다랭이논의 생태적 관리·유지’입니다.

 도농교류를 농촌에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민들의 일상에서 하는 셈이죠. 맑똥 작은정미소가 도시와 농촌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도심에서 소농인들이 재배한 토종쌀을 유통해 판매도 하고 시민들을 벼농사의 세계로 발 들이게 해 농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작은 정미소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가요?

 △작은정미소는 소농을 살리고 농촌의 마을을 살리며,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들이 지구에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 필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에게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도 같습니다. 이용하는 분들은 아직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시작한지 이제 4개월이 되었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시장을 새롭게 형성해가는 과정이라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봅니다. 게다가 자본주의 시장과는 다른 형태의 시장을 그리고 있으니 난감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예시와 가능성은 장흥의 ‘마실장’이나 최근 광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보자기장’, ‘개굴장’에서 보여집니다.

맑똥작은정미소 앞. 간판 그림은 박태규 화가가 그렸다. ‘맑똥’은 ‘맑은 똥’의 준말로 맑은 똥을 싸자는 의미다. 사진은 이세형.
  
▲ 소농 살아야 마을 살고, 뭇생명 살아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주 어렴풋하게만 이해가 되요. 생물다양성과 우리의 삶, 어떻게 맞닿아 있는 건가요?

 △저도 아직 어렴풋합니다. 좀 더 분명해지기 위해 아직 이러고 있는데요. 그 매개가 벼농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물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어렵다고만 합니다. 알아먹기 쉽게 설명해 보라고. 생물다양성은 현재 우리의 삶의 경향과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농사는 돈도 안 되고, 인간중심의 편리 사회에서 도롱뇽, 금개구리, 학, 반달곰, 산양 등등도 중요하다고 하고 있으니까요. 과학자들은 지구의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며 인간도 포함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며서 “인간만 바뀌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계속 도시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본래 살고 있는 생물들이 쫓겨납니다. 그들이 살고 있던 곳에 시멘트를 바르고 아파트를 세워 올려 아스팔트가 깔리고 도로가 납니다. 이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상황으로 보면 도시공원일몰제가 그렇습니다.
 
 -씨앗이 되는 꿈, 그 무엇의 생명을 잇는 에너지가 되는 꿈이라고 이름 옆에 써 놓으셨더라구요. 언제부터 이런 고민들이 시작되었나요?

 △벼농사를 지으면서 부터입니다. 저는 벼를 말릴 때 볏짚째 말립니다. 그러면 동네의 참새들이 와서 먹기도 합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 생명으로 좀더 확장시켜보면 벼들도 꿈을 꾸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벼의 수분률을 12%이하로 떨어뜨려 건조가 되면 벼는 휴면기에 들어갑니다. 다음 해에 일정한 수분과 온도가 차오르면 볍씨는 잠에서 깨어나 싹을 틔우고 벼가 됩니다. 벼가 누군가에게 먹힌다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또 어떻게 보면 그 무엇의 생명을 잇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쌀을 먹고 인간을 있게 하고 참새를 있게 하니까요.
 
 -농사, 농적인 삶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어떨지 궁금한데요.

 △이전 세대는 ‘농사’의 ‘농’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세대였던 것 같고요. 현재 청년 대부분은 농사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세대일 것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귀농 귀촌 수가 계속 늘고 있고 그 중 30대 이하의 비율이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농적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청년들로부터 시도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생물다양성전략 수립 지방정부. 지역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한 곳. 광주는 아직 수립돼 있지 않다. 출처=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홈페이지
  
▲“농부의 길, 함께 걸어보시렵니까?”
 
 -농적인 삶, 농사, 농업, 생태적 삶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서 정부
는, 광주시는 또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지원해야 할까요?

 △농민수당 등의 이야기와 그렇게 실행하는 지자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여기에 변화의 핵심은 들어있지 않다고 봅니다. 국가가 직불금 형태나 농민수당의 형태로 무언가를 보조하는 지원의 궁극목표는 마을마다의 마을 공유지를 있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농부들의 공동체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농촌의 마을을 되살리는 길입니다. 국가가 농민들로부터 빼앗아간 농토를 되돌려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 또 이 글을 보게 될 청년 시민들에게 함께 하자는 이야기 어떻게 건내시겠습니까?

 △먹고 살기 힘들어 사실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관심 있어 하는 분에게 이야기한다면 소로우가 ‘월든’에서 했던 이야기를 인용해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들려오는 북소리가 있다.” 농사라는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데 아무렇게나 해도 그 장단에 맞춰진 춤이 된다면 농부가 될 기질을 타고 난 것입니다. 생각해 둔 다른 삶이 없다면 농부가 되는 길 함께 걸어봅시당~~!대통령도, 가수도, 경찰도, 의사도, 국회의원도, 운동선수 등등 모두가 농부가 될 수 있습니다. 본래적인 농부의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면 이 사회는 좀 더 정의롭고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본래 농부는 매년 생명을 키우고 생명을 거두며 뭇 생명들과 교감을 이뤄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일정한 시기가 되면 그 어느 누군가로부터 보장받는 것 없이 스스로 ‘식의주’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가질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자유와 평화를 준다”는 것입니다.
 
▶맑똥 청년을 만나는 법
이메일 : zero-eo@hanmail.net

블로그 : http://blog.daum.net/zero-eo

연락처: 010-6543-0251

맑똥 작은정미소 위치: 대인시장(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184번길 7-10)

문정은 <광주청년센터 더숲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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