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원인 맞지만 지독한 악취 막을 방법이…
구도심 대부분 직면…우·오수 분리 61% 불과

▲ 지난달 큰 물난리를 겪었던 백운광장 일대 주택가 하수구에 장판이 덮여 있다.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어떤 날은 오물이 하수구 위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어요. 하도 고역이어서 장판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어요.”

 13일 백운광장 일대. 하수관 빗물받이에 장판이 씌워져 있다. 지난달 두 차례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지역이지만, 여전히 장판은 하수구를 막고 있었다. 하수구 빗물받이는 비가 내리면 빗물이 하수관으로 흘러내려가야 하는 통로인데, 그것이 막혀있는 것이다. 지난달 광주 곳곳에서 발생했던 침수피해엔 이렇게 빗물받이를 막고 있는 오물들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간당 7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상습침수구역에 집중되는 피해는 높은 지역에서 하수구가 막혀버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흘러내려, 지역 자체가 빗물받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수구 위 장판.

▲“하수구 역류 냄새 때문 살 수 없어”
 
 주민들이 하수구 빗물받이를 장판으로 덮는 이유는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악취 때문이다. 특히 집 바로 앞이나 상가 바로 앞에 위치한 하수구의 경우는 통행이나 영업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냄새를 막는 방법도 다양하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물품은 장판이다.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고무판, 종이, 박스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이를 설치하는 주체도 개인부터 상가번영회, 주민자치회, 부녀회 등 다양하다.

 지난달 침수피해를 겪었던 봉선동 주민 A씨는 “하수구 바로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라며 “어떤 때는 하수구에서 변들이 역류해 도로 위로 올라와서 주민들이 치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침수피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데도, 장판을 쉽사리 치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이번 물난리는 인재”라며 “하수관거의 용량 부족과 함께 빗물받이의 문제도 나오는데, 집중호우 예보 시 장판 문제를 해결하는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병내 남구청장은 “악취 때문에 장판을 덮는 경우, 플라타너스 낙엽 때문에 빗물받이가 막히는 경우, 담배꽁초 등 오물 등으로 인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동반 구성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침수 피해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주택가 곳곳 모래주머니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은 남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하수구 악취로 인한 피해는 광주 전역, 특히 구도심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설치된 하수관거에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출하는 하수는 분뇨 등 오물들이 포함된 ‘오수’와 빗물인 ‘우수’로 구분된다. 신규택지지구의 경우, 오수관과 우수관이 나눠져 있어 각각 다른 관로를 타고 따로 흘러가게 된다. 이를 ‘분류식 하수도’라고 한다.

 하지만 구도심의 경우는 ‘합류식 하수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수와 오수가 하나의 관로를 타고 한꺼번에 흐르는 것이다.

 분류식 하수도는 하수관의 냄새를 감소시킬 수 있어 공공수역 오염방지측면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환경부는 신규 개발의 경우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시 “우·오수 분리, 천문학적 예산” 

 하수도가 합류식으로 설치돼있는 지역, 구도심만 악취에 시달려왔던 것이다.

 광주시는 우오수를 분리하는 사업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 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광주지역 전체 하수관거 중 분리식으로 돼있는 곳은 61%에 불과하다.

하수구 위 장판.
 
 이마저 수완지구 등 신규개발단지 등을 조성할 때 진행된 신규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우수와 오수를 분리하는 게 악취를 저감하는 답인 건 맞다”면서도 “시에서도 우오수 분리사업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문제는 구도심의 경우 대공사가 이뤄져야 해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는 게 항상 문제다. 수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선 주민들의 협조를 통해 비가 올때는 빗물받이를 막지 않는 등 문제를 저감하도록 홍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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