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판서 증인 11명 중 다수 공통 진술
전두환측 ‘특정시점’ 회피 전략 차단막

▲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이 5·18 당시 헬기사격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넘기며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회고록을 통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통해 5·18민중항쟁 당시 헬기사격 목격자들의 증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헬기사격 목격 시기와 장소가 비슷한 증언도 늘어나고 있다. 향후 전두환의 혐의 입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측이 요구한 헬기사격 현장검증, 5·18 관련 보상심의서 확인 등 추가 증거 조사가 실제 이뤄질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형사 8단독 장동혁 판사의 심리로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세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선 지난 5월13일 재판에 이어 5·18헬기사격 목격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현재까지 법정에서 5·18헬기사격을 증언한 사람은 총 11명이다.

 각자 헬기사격을 목격했거나 헬기사격 피해를 입은 상황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이 속에서 비슷하거나 겹치는 내용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에 증인으로 출석한 증인 6명 중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 홍성국 씨, 최운용(5·18구속부상자회 상임고문) 씨, 신혁 씨 등 4명은 헬기사격을 목격한 날짜를 ‘1980년 5월21일’로 진술했다.
 
▲‘헬기사격 있었느냐’ 쟁점을 ‘언제냐?’로

 정수만 전 회장은 5월21일 전남도청 앞 계엄군 집단발포 후 동명동 집으로 가기 위해 우회하던 중 광천주조장 인근에서 헬기를 목격했고, 이 헬기에서 ‘땅땅땅’ 하는 총소리를 들었다.

 홍성국 씨 역시 21일 집단발포 후 피신하다 옛 파레스 호텔 부근에서 헬기와 헬기에서 나는 총소리를 들었다.

 최운용 씨도 21일 오후 2시 정도 불로동 다리 쪽에서 헬기 1대가 도청 쪽으로 향하며 사격하는 걸 목격했다고 증언했고, 신혁 씨도 21일 오후 1~2시쯤 서석동 동사무소 근처 주택 옥상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13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5명 중에서도 21일 헬기사격을 목격했거나 직접 헬기사격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이들이 있었다.

 정선덕 씨는 21일 남편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가던 중 헌혈 차량을 얻어탔는데 헬기가 뒤쪽에서 날아오면서 ‘드드드득’하는 소리를 내며 사격했다고 증언했다.

 이광영 씨는 21일 월산동 로타리 부근에서 헬기사격을 당했다고 증언했고, 남현애 씨는 21일 전일빌딩 부근 노동청 건너편 쪽에서 헬기가 보이는 동시에 “콩 볶는 소리가 나면서 사격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김웅기 씨는 21일 양림동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자택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80년 5월21일이란 헬기사격 목격 시점은 물론 목격한 장소도 사실상 도청 주변으로 증언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광주천 주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부근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적지 않다.
 
▲증인 신문서 ‘21일·도청 주변’ 목격 많아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지 못한 증인들도 헬기사격을 목격한 곳이 기독병원 주변, 도청 앞 분수대 쪽이다.

 전두환 측은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시기인 1980년 5월21일을 특정해 혐의를 빠져나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증인신문에서 헬기사격과 관련성이 적어 보이는 5·18 당시 상황의 세세한 부분 하나 하나를 목격했는지 증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증인이 헬기사격을 목격한 시점을 구체화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목격시기와 연관성을 따져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시당초 이번 재판의 쟁점은 헬기사격의 사실 여부이지 ‘언제 헬기사격이 있었냐’가 아니긴 하다.

 이미 국방부 특별조사에서도 80년 5월21일 헬기사격이 공식 인정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헬기사격 목격자들의 증언 대다수가 80년 5월21일을 가리키면서 전두환 측의 대응 전략은 더욱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광주지법은 내달 8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네 번째 공판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를 통해 5·18헬기사격을 목격한 또다른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되는만큼 이전 증언들과 비슷하거나 겹치는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재판 증인들이 법정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5·18 당시 목격한 헬기사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
 
▲다음 재판 헬기사격 현장검증 등 변수

 전두환 측이 새롭게 증거채택을 요구한 헬기사격 현장검증, 5·18 관련 보상심의 결정서 등에 대한 사실조회 여부도 이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재판부는 전두환 측이 요구한 것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탄흔 감정결과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 5·18 관련 보상심의 결정서 등을 받아들인 상태다.

 UH-1H, 500MD 헬기의 실제 사격 및 탄흔 현장 검증에 대해선 필요성은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 등이 제시되지 않아 전두환 측에 “절차나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요구했다.

 광주지검의 5·18 사망자 사체 검시기록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고, 5·18 당시 헬기 조종사 등에 대한 사실조회는 너무 인원이 많고, 포괄적이란 이유로 ‘보류’했다.

 한편, 전두환은 지난 2017년 4월 출판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피고로 재판 출석 의무가 있는 전두환은 지난 5월 재판부턴 법원이 불출석 요구를 받아들여 출석하지 않고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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