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지지모임 3곳서 동시 기자회견
2심서 성희롱 인정…“2차 피해 방치는?”
“광주·전남도 책임, 재발방지책 마련하라”

▲ ‘남도학숙 성희롱 및 직장내괴롭힘 사건 피해자 지지 광주모임’을 비롯해 광주지역 정당·여성·노동·인권 단체 등은 10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도학숙(남도장학회)은 명분없는 행정소송 취하하고,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남도학숙(남도장학회)은 명분없는 행정소송 취하하고,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하라!”

최근 법원이 2심에서 남도학숙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남도학숙과 가해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가운데, 가해자인 남도장학회가 제기한 ‘산재요양처분취소 행정소송’은 취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남도학숙 성희롱 및 직장내괴롭힘 사건 피해자 지지 광주모임(피해자지지모임)’을 비롯해 광주지역 정당·여성·노동·인권 단체 등은 10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2심 판결에서 성희롱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음에도 남도학숙은 성희롱을 부정하고 2차 가해를 방치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기자회견은 광주시의회뿐 아니라 남도학숙(서울 동작구) 앞과 전남도청 앞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남도학숙은 더 이상 피해자를 괴롭히지 말고 근로복지공단의 성희롱 산재 인정(요양승인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당장 취하하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기자회견은 광주시의회뿐 아니라 서울 남도학숙 앞(왼쪽 사진)과 전남도청 앞(오른쪽 사진)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남도학숙 성희롱 및 직장내괴롭힘 사건 피해자 지지 광주모임>

남도학숙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승소하기까지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 6월25일 서울중앙지법은 남도학숙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 2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성희롱 행위자와 남도장학회가 공동으로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의 11개월 간의 조사 끝에 성희롱으로 인정받았으나, 이후 피해자 A씨에 대한 폭언과 근무지 격리 등 2차 가해가 지속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산재요양을 승인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2018년 1월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남도학숙은 A씨에 대한 성희롱과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산재요양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공공기관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최초의 취소소송으로 확인된다.

피해자지지모임은 “이번 판결로 남도학숙 내 상급직원의 성희롱 행위로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남도학숙 측에 이었고, 그를 방치한 책임도 크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도학숙은 홈페이지에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경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목표와 달리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찰하기 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 행위를 부정하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한 2차 가해 또한 방치해 왔다”고 일갈했다.

특히 “남도학숙은 적반하장으로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에 대해 인정한 산업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본 산업재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난 10년 동안 피해자의 병원 진료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계속해 왔다”고 꼬집었다.

피해자지지모임이 “성희롱 산재 인정(요양승인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남도학숙 성희롱 및 직장내괴롭힘 사건 피해자 지지 광주모임’을 비롯해 광주지역 정당·여성·노동·인권 단체 등은 10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도학숙(남도장학회)은 명분없는 행정소송 취하하고,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피해자지지모임은 광주시와 전남도에도 책임을 묻고 “남도장학회의 공동이사장을 역임하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5년 동안 피해자가 홀로 싸우게 방관해온 점을 사죄하고, 공공기관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 방지대책과 피해자의 직장복귀·일상회복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남도학숙은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서울에 거주하는 광주·전남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기숙사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남도장학회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지지모임은 “이번 판결은 피해자가 수년 동안 싸워 온 결과물이자 수많은 여성들이 공동으로 만들어온 투쟁의 성과”라며 “멈추지 않고 싸움을 이어온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피해자는 참석하지 않았고, 피해자지지모임을 통해 ‘입장문’ 형태로 소회를 전했다.

입장문에서 피해자는 “제가 근무하는 남도학숙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직장 내에서 더 이상 저와 같은 성희롱 피해와 괴롭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용기 내어 소송을 시작했다”면서 “1심 패소 후 억울한 마음으로 큰 고통에 시달렸으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항소 했고, 결국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성희롱 사건 이후 앓게 된 질병이 완쾌되지 않아 회사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질병 치료를 위해 어렵게 승인 받은 산재를 남도학숙은 취소시키려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며, 뿐만아니라 각종 민원을 제기해 저를 계속 괴롭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남도학숙의 감독기관인 광주광역시청과 전라남도청 및 남도학숙 상급관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인 제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면서 ”또한 제가 복직한 이후에도 추가적인 피해를 겪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해 주시고 실효성 있는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무엇보다 남도학숙에는 “지역민의 세금으로 진행 중인 ‘산재 취소 행정소송’을 즉시 취하하고 광주·전남 지역 출신 대학생의 학업 및 제반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장학재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에 집중해주기를 희망한다”고도 전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 근로복지공단, 감사원 등 여러 국가기관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2심 판결은 1심 판단과 달리 술을 따르라는 등의 ‘명시적 요구’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성차별 발언일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남도학숙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한 것만으로는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관의 책임까지 정확하게 물었다는 면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다른 두 상급자들의 2차 가해 행위가 인정되지 않은 것은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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