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격 증언에 진노, 대응책 강구 지시”
사자명예훼손 재판서도 ‘헬기사격 검증’요구

▲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전두환이 지난 3월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위해 광주 법정에 입장하는 도중 취재진에게 버럭하는 모습.
 전두환이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증언에 진노하며 실제 헬기 기총소사 시범 등 대응책 강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이 공개한 보안사 5·18 문건 중에는 ‘5·18 피고소인측 피OO 목사(피터슨 목사) 검찰증언 관련 반향’이란 제목의 문건이 포함돼 있다.

 해당 문건의 작성시기는 정확히 표기돼 있지 않지만 피터슨 목사가 광주를 찾아 5·18 당시 직접 찍은 헬기 사진을 제시하며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1995년 상황에 대한 것으로 추측된다.

 문건을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18 피고인 측에서는 지난 5월10일 피터슨 목사가 내한해 5·18 당시 헬기에서 사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 피터슨 목사를 맞고소 하겠다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함”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 5·18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전두환이 “최근 5·18조사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 오던 중 지난 5·10 피터슨 목사가 내한해 5·18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증거가 있다며 당시 촬영한 헬기를 공개하고 검찰에 출두해 증언하자 매우 진노한 상태에서 군 장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하면서 “당시 항공감이었던 배모 장군(예비역 준장, 육사 17기)찾아서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전두환은 1995년 12월 5·18 관련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노태우와 함께 구속기소됐다.

 전두환이 피터슨 목사의 증언에 분개한 조종사들의 반응을 전해 듣고 맞고소를 추진하고 안모 경호실장을 긴급 호출해 연희동 자택에서 대책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대응 방안으로 5·18 피해자, 검찰, 정치인 등을 불러 증언에서 언급된 헬기(AH-1J, 코브라헬기)에 무장을 하고 실제 기총소사를 시범 보여 “헬기에서의 기총사격이 얼마나 무섭고 피해가 큰 지를 인식시켜 피터슨 목사 스스로 착각을 시인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 내용도 적시됐다.

 이와 관련해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은 광주에서 진행되는 해당 사건 재판에서도 실제 헬기사격을 통해 5·18헬기사격 증언을 검증하자는 주장을 재판부에 한 바 있다.

 이 문건과 별도 1989년 3월6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광주사태시 무장헬기 기총소사 내용 증언 동정’이란 문건에서도 헬기사격 증언과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무장헬기에 작전 명령이 하달돼 기총소사와 사실임을 증명하는 양심선언이 있었다는 설이 광주교구 조비오 신부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동정임”이라는 것과 함께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평위 관계자들이 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무장헬기(일명 코브라) 조종사로 참가했다 퇴역한 전직 육군 항공대 장교 1명이 86년 양심선언 형식으로 이러한 사실을 밝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증언자가 ‘육군 항공대 제1여단 소속 정조종사’로서 5월22일 광주에 투입돼 ’군상부로부터 직접 시위 진압을 위한 사격명령을 하달 받았다’ ‘무장헬기에서 사격을 가할 때 엄청난 인명살상 등의 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 최소한 자기가 소속된 편대기에서는 사격을 가한 사실이 없었다’고 한 증언 내용도 기록돼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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