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료 인하 불구 학교별 부담금 800만~900만 원
-“주5일로 짧아진 방학 `원위치’ 또는 확대 고민해야”

 “틀까, 말까?”
매년 7~8월이면 뜨겁게 달궈진 교실 안, 죽을상을 하고 있는 아이들 앞에선 교사들이 에어컨을 바라보며 하는 고민이다. 아이들의 수업 환경을 고려하면 에어컨을 틀어야 하지만, 부담되는 전기요금을 생각하면 ‘참을 수 있을 때까진 버텨야’ 하기에 에어컨 전원 버튼을 향한 내적 갈등은 계속된다.

 정부가 이러한 일선 학교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 및 전기료 인하 대책 등을 내놓곤 있지만, ‘찜통교실’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지금이라도 여름방학을 늘리자”는 대안이 하나로 제기된다.

 이례적 폭염이 덮친 지난해 광주지역 일선 학교들이 7~9월 부담한 한 달 전기요금은 900만~1100만 원에 달했다. 보통 에어컨 가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6월은 많아야 600만~700만 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올라간 금액이다.

 

▶학교 전기요금 줄이려는 노력 불구…

 학교 전기료는 각 학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공공요금이다. 매년 무더위 강도가 세질수록 학교의 전기요금 부담은 더 커진다. 8일 북구의 한 국립고등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학교예산 편성에서 공공요금의 비중이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이라고 가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교육용 전기요금은 kW당 96.9원으로 81.0원인 산업용 전기에 비해 20% 가량 비싸 교육용 전기요금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교육용(갑) 기본요금을 8.8% 인하(연평균 2.3% 부담완화효과)한 데 이어 6월1일부터 추가로 초·중·고교 전기요금을 4% 할인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6월 전기요금이 600만 원이 나왔다면, 여기서 4%인 24만 원을 할인해 부과하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는 지난 4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시 학교운영비 기준재정 수요액 1004억 원을 증액 교부하기도 했다. 특히, 각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에 ‘전기사용 효율화’를 포함시켜 각 교육청마다 자체적인 전기사용 절감 대책을 세워 추진토록 했다.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학교에서 사용하는 냉난방기가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제어하는 ‘대기전력 차단장치’를 290여 학교에 설치하고, 전자기기를 쓰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전력을 차단시키는 콘센트 보급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설학교의 경우 전 직원이 퇴근하면 냉장고 등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꺼버리는 설비를 설계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일부 학교에선 전기요금이 크게 줄어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광주고 행정실 관계자는 “대기전력 차단장치로 인해 100만~200만 원 정도의 요금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사용량을 제한하거나 요금을 낮추는 것만으론 ‘찜통교실’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단 요금인하 노력에도 여름철 각 학교들이 부담해야 하는 전기료 부담은 크다. 상대적으로 초·중학교는 많아야 500만 원 선으로 덜한 편이지만, 여름방학에도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오는 고등학교는 7~9월 전기요금으로 800만~90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무더위를 인내하며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선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서구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장모 군(2학년)은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너무 교실이 습해서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기가 싫다”면서 “특히,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해도 선생님이 ‘날도 시원한데 무슨 에어컨이야’라고 할 때는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장 군의 친구는 “5~6교시에 선생님이 에어컨을 안 틀어줄 때는 교실을 탈출하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대체 왜 무더위 견디며 공부하라는가

 이에 ‘찜통교실’을 해결하기 위해선 접근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체 왜 한 여름 교실에 갇혀서 더위와 짜증을 참아내면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 박삼원 사무처장은 “학교 전기요금 부담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여름방학을 길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면서 여름방학 기간은 대개 5~7일 정도가 줄었다. 수업일수는 줄었는데, 수업시수가 그대로인 탓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초·중·고교는 이르면 7월 넷째주부터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기간은 20~25일 정도로 한 달이 채 안 되니 8월 중순에서 8월 말이 개학 시점이다.

 박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는 수업시수뿐 아니라 수업일수 자체도 170일 정도에 불과한 선진국에 비해 많다”면서 “수업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한 여름이나 겨울철까지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있도록 한 교육시스템 개선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광산구의 S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 군(3학년)은 “중학교 때만 해도 한 달이 넘었던 여름방학이 고등학교에선 22일밖에 되지 않아 학교 공부 외에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수가 없다”면서 “28도, 30도(학교 적정 실내온도 기준)에 눈치보면서 에어컨 틀 바에야 차라리 아주 더울 땐 여름방학을 늘려서 학교는 전기요금 부담도 줄이고 학생들에겐 적성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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