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사안일주의” “이런 식이니까 암 걸려” …
-광주 ㅅ초등 교직원 20여 명 교육청에 의견서 제출
-교육청 직위해제…당사자 “짜맞추기식 처분” 주장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이 교직원들에게 심한 폭언 등을 일삼아 교직원들이 “교장을 바꿔달라”며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광주시교육청은 진상 조사를 거쳐 해당 교장을 직위 해제했다. “일상화된 교장의 폭언과 인격 침해 등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교직원 20여 명이 46장의 의견서를 작성해 광주시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광주 서구의 ㅅ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등 교직원 20여 명이 “교직원들에게 언어 폭력과 비하 발언을 일삼는 교장을 바꿔달라”며 46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교직원들이 직접 A4용지에 작성한 이 의견서에는 이 학교 교장 A씨가 교직원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막말을 했던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의견서 주요 내용을 보면 A씨는 공식 회의와 연수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쓰레기적 사고’ ‘쓰레기 같은 교사’ ‘일당만 받는 교사’ ‘무사안일주의’ ‘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 ‘무능력자’ 등 고성을 동반하며 수차례 언어폭력을 행했다고 나와 있다.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은)매번 직원회의 시 ‘우리학교는 뼈속까지 무사 안일주의에 찌든 쓰레기’라면서 비하했다”며 “도서정리와 관한 직원 모임에선 ‘전 사서 선생님이 도서 정리를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암에 걸린 것’이라고 험담하고, 그 아픈 선생님을 학교에 불러내 사과를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교직원들의 나이, 출신학교, 결혼유무 등을 꼬치꼬치 캐물어 ‘삼류대 출신’ ‘노처녀 학년’ 등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교사는 “교장은 선생님들 나이와 신상을 파악해 평가를 많이 했다”며 “결혼을 안 한 여자 선생님을 노처녀라 칭하면서 능력이 없어서 시집이나 장가를 못 간 것이라 무시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부모님이 장사를 하신다고 하자 ‘그럴줄 알았다. 너에게는 장사꾼 자식의 눈빛이 보인다’며 장사꾼을 부당한 이득을 얻는 집단으로 매도해 부모님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했다”는 교사도 있었다.

 또 다른 교사는 “지난 5월 특수교사 기간제 채용 건으로 ‘우리 학교에는 3분의 2가 무사안일주의 쓰레기밖에 없다’고 하며 ‘방학중 연수를 쓰지 않고 학교에 나와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채용하라. 쓰레기(기간제 교사를 일컬어)를 뽑지 말라’고 했다”며 “임신중인 교사에게는 밑도 끝도 없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자식들 키우고 살면 잘 될 것 같냐. 그런 식으로 일하면 너의 자식도 그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함부로 말했다”고 밝혔다.

 평소 몸이 좋지 않던 이 학교 교감도 A교장의 발언에 충격을 받아 119에 실려가고, 5월 정구부 전국체전에서 입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이미 예선에서 탈락할 줄 알았다”고 해 정구부 코치진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상처를 준 적도 있었다.

 또 교사들은 ‘폭로’ ‘감사 요청’ ‘학부모 감시단을 두겠다’ 등 교직원들을 협박하는 투의 발언을 자주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지난 5월30일 직원모임을 앞두고 교직원들에게 보낸 ‘일당 팝업’도 교사들의 불만을 샀다.

 “귀하는 본 학교에 출근해 하루 일당(급료) 이외에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이 있는 팝업이었는데, 한 교사는 “이 메시지는 교사들을 일당 받는 일용직 노동자로 여기며, 무엇보다 적당히 시간 때우다 일당만 받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여기는 느낌을 받아 자존감이 매우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A교장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를 자주 들먹이며 “무슨 뜻인지 아나?” “교사들 모두 잘못된 교육을 받아 학생들에게 잘못된 교육을 하고 있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한 교사의 결혼식에선 참석한 교사들과 식사 도중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협객, 건달, 양아치 세 종류가 있는데 우리 학교에는 협객이 한 사람도 없고, 모두 양아치라는 말을 큰 목소리와 호통투의 말소리로 이야기해 교사들의 얼굴을 뜨겁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견서를 작성한 한 교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부터 A교장의 이러한 ‘막말’이 일상화되기 시작해 결국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다른 동료들과 시교육청에 A교장의 전보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지난 15일부터 A교장을 상대로 의견서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가 18일을 기점으로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교장으로서의 소통, 화합 등 직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A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방적인 짜맞추기식 징계”라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부임 첫날부터 ‘안일무사주의’ 타파를 선언하고, 정말 능력있는 교육자로 남겠다는 생각으로 학교 내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 잡으려고 했던 것에 반감을 느낀 직원들이 오히려 나에 대해 보복을 한 것이고, 시교육청도 포퓰리즘에 입각한 짜맞추기식 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이 의견서를 통해 주장한 내용들에 대해서도 “전체 과정을 생략하고 비하 발언으로 몰아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단어나 특정 부분만 빼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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